[아띠에터 까요] 소셜 댄스가 좋아서 춤을 오랫동안 추다 보면,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다. 댄스홀의 DJ을 볼 수 있고, 자신만의 연습실이나, 댄스홀을 만들 수도 있고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운영진, 춤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도우미 혹은 조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춤이 좋아서 계속 춤을 추던지, 사람이 좋아서 춤을 추던지 서서히 춤과 커뮤니티 젖어들게(?) 되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남녀끼리 손 붙잡고 춤을 추며 눈을 맞추다 보면, 두근거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가 설렘이 익숙해 질 무렵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다 보면서 인간적으로 알아간다. 늦은 밤 귀갓길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성에게 느끼는 '케미'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물론 너무 거칠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가 하는 반면 그래도 감정이 '안 생기는' 경우도 있다.

왜 안 생기는 것일까? 감정이 생겨났지만, 자신의 감정을 저울질하다가 설렘이 지나가 버리거나, 아니면 자주 춤추고 술 마시다 보니 잦은 설렘 속에서 감정이 무뎌져서 사라지는 것이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기 때문이다. 여태껏 겪어왔던 연애 경험과 내가 좋아하는 춤의 세계에서 나와 상대방의 처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순간 설레었던 마음은 종이 접듯 접어지고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커뮤니티 생활이 익숙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는 우정이 존재할 뿐이다. 미국의 육군 사관생도들은 남녀가 같이 훈련을 받는다. 야영 캠프에서 땅바닥에 구르며 같이 땀 흘리며 훈련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봐도 이성적인 감정보다 동지애를 느낀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다. 서로 같이 땀 흘리며 춤추고 술 마시다 보면 '동지애'가 생기는 것이다. 춤추는 파트너로만 생각될 뿐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가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변하거나, 새롭게 바라볼 기회가 생기면 또 '스파크'가 반짝 튀며 대뇌에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지만 드문 경우이긴 하다.

그래서 흔히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속설 중에 "춤판에서 남녀 관계가 3개월 안에 결과를 보지 못하면, 춤만 추고 술만 먹게 된다"고 한다. 내가 짧은 기간 춤을 추면서 바라본 결과 통계학적(?)으로 어느 정도 신뢰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통계(?) 때문인지 선배 중 신입 반에 가서 도우미를 하거나 조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자신의 춤의 발전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또는 개인적인 부탁 때문에 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런 뭔가 이성적인 새로움(?)을 찾아보려 한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도우미나 조장을 하는 것도 잠시.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주변에 시선들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고 스스로 자아 성찰을 하고 나면 춤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춤에 대해서 열심히 빠지곤 한다.

그렇게 구도하듯이 춤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춤을 가르치게 되는 입장이 되고 커뮤니티에서 영향력 있게(?) 되는 경우가 있어 새로운 감정의 설렘이 생길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조차 무감각해져 춤만 추고 술만 마시는 경우가 생긴다.

혹자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도대체 남녀가 함께 있는 춤판에서 뭐하는 짓이냐?', '센스 없게 술만 먹고 춤만 추냐?'며 의아해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애처롭게 '셀프 디스'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남녀가 같이 춤추는 곳에서 손을 붙잡고 있는 곳에서 연애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니! 꼭 뭔가가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일어날 상황인데 그렇지 못하다니!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게 장난스럽게 손가락질을 한다. (-물론 스스로 셀프 디스를 하며 철저히 비밀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로 둔다-)

아무리 살기가 퍽퍽 하기로써 연애조차 힘들다고 하지만, 피겨 여왕 퀸 연아도 연애를 한다. 춤을 추고, 술을 먹는데 연애까지 힘이 들다니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나름으로 이유과 사정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결론을 내릴 수가 없겠다.

(여기 나온 모든 이야기는 풍문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하여 재구성했다.)

▶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이야기 1

그는 커뮤니티의 슈퍼스타이다. 잘생긴 외모, 훤칠한 키로 이성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더군다나 춤도 잘 춘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나오는 차가우면서도 따듯한 배려가 아주 인상적이다. 커뮤니티에서 이성에게 그렇게 많은 대쉬를 받았지만, 그는 가슴속에 담아둔 사랑했던 옛 여인을 떠나보내지 못해 거부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고 마음을 정리하던 중 어느 퐐러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점차 관계가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났으면 얼마나 행복한 이야기이겠나? 이 둘의 관계를 시샘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둘의 관계도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로 믿음이 있었으나 둘의 성격이 너무나도 닮아있어 자주 싸우게 되었고 어느 정도 냉전을 가지고 풀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로 큰 소문이 돌아서 고비가 오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믿어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흔들렸고 그는 싸움에 지쳐 있어 잠시 시간이 흘렀는데 순간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끈질긴 구애를 했고 결국 이 둘은 관계를 정리하고 남남으로 돌아서게 된다. 서로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지 못해 사랑했던 관계가 남이 되었다. 그는 남자답게 애써 무성한 소문들을 해명하려 하지 않았고, 이런 아픔을 스스로 짊어지고 춤과 술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쓸쓸하게 새로운 만남을 기다린다.

▶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이야기 2

그는 선배였고 그녀는 후배였다. 선배의 여유로움과 그의 매너와 성격, 키와 외모 능력 모든 것이 준수했다. 그는 춤추는 그녀의 웃음에 반했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로 이름난 그녀에게 그가 용기를 내어 다가섰고 진지한 관계를 가지곤 했었다. 둘의 관계는 다른 이들이 봐도 훈훈해 보였다. 그렇게 좋게 끝나면 좋으련만, 그와 그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그는 사람과 놀기를 지나치게 좋아했고 그녀는 함께 있고 싶어 했다. 그런 문제로부터 싸우기 시작했고 싸울 때마다 주변에서는 잘해보라고 위로를 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좋은 관계에서 진지한 관계로 접어들었지만, 양가 부모님들이 반대했었다.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으나 여자는 지치게 되었다. 그래서 관계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 후로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씁쓸히 있는데 한 달 후 그녀의 친구로부터 그녀의 청첩장을 받는다. 그가 알고만 있던 친구와 결혼 소식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춤과 술에만 매달리게 된다.

위의 이야기 모두 '허구'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각자의 가슴 속마다 이런 이야기와 상처들이 하나씩 있다. 그렇기에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술을 먹으나 연애를 안 한다. 아니 못하게 된다. 순간 이성의 감정이 있어도 따져야 할 것이 많고 저울질을 많이 하며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운 겁쟁이가 된다. 이들은 외모가 딸리지도, 범죄자도 아니고 어디 문제 있는 것도 아닌 매력 넘치는 사람이지만 새로운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진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에게는 조금씩 간 보지 말고, 입질하지 말고 한 번에 훅! 훅훅훅!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벽을 쳐놓고 누군가 강하게 쾅쾅쾅! 노크하기를 원한다.

사람의 경험이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줄어들게 하고 혹시 위험하게 상처 입을까 조심하게 되고 겁을 먹게 된다. 그래서 그런 아픔을 최대한 피하고 안전하고 확실한 것만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해도 인간은 쉽게 죽지 않고 삶은 계속된다. 니체가 말하길 '당신을 죽게 하지 못한 것은 당신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죽을 것 같아도 당신은 죽지 않았다. 물론 당신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려 한다면 얼른 피해버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상처가 아물고 단단해지는데 시간은 좀 많이 걸리긴 한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새살이 돋아 흉터가 된다. 그 흉터가 바로 남들과 다른 당신이 되는 과정이다. 상처가 나으면 또다시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봐야 한다. 주저하기엔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떠나는 당신은 지난번보다 좀 더 성숙해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이 대접받는 이유는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지나치게 춤이나 술로 몸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오며 많은 경험을 해보았겠지만, 매번 그 순간과 그 관계는 당신에게는 처음일 것이다. 내일은 오겠지만, 내일 일은 모르는 것이다. 부디 오랜만에 당신의 마음에 들어온 상대를 놓치지 말고 한번 강하게 노크해보기를 그래서 당신의 얼굴과 춤도 좀 더 여유 있어 지기를 바란다.

[글] 아띠에떠 신일섭 invuni1u@mhns.co.kr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입니다. 이 코너는 문화예술 기사라기 보다 스윙댄서 까요의 일상다반사입니다. 90년도에도 사람은 태어났습니다.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려 이것저것 해보면서 꿈을 찾는 중인 청춘입니다. 총회신학교에서 신학을 잠깐 맛만 보았고 현재 딴따라땐스홀 공연팀 '땐서즈'로 일상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이 까요입니다! 그래서 [춤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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