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너 요즘…예전 같지 않아졌어.' 권태기 연인 사이에서나 나오는 대사란 말인가? 그러나 이런 슬픈 대사를 연인이 아닌 나 혼자 쓸쓸히 테라스에 앉아 읊조리고 있다니. 그렇다. 나는 요즘 춤이 슬럼프에 빠졌다.

이상하게도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도통 들지 않는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싱숭생숭하다. 춤추는 3분 연애에 권태를 느끼는 것인지 춤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나로서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마 다리를 다친 탓에 오랫동안 춤을 못 춘 까닭일까.
 
그냥 봄을 타면서 살랑거리던 마음이 피자마자 떨어진 벚꽃처럼 함께 사그라져 기분이 우울한 탓일까? 2년 차 즈음에 오는 그런 고비(?)인가? 그저 습관처럼 찾아오는 검은 구름이 다시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의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니 대단한 허세(?) 같아 오글거리지만, 나는 춤을 배우며 배운 교훈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힘들어서 멈추면 다음 계단을 밟을 수 없다'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맛보는 고통보다 기쁨이 많았으니 여기까지 왔으리라. 이글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저 심심풀이 땅콩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땅콩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연인 사이에서 권태가 왔다는 것은 처음 설렘이 있었기에 권태가 오는 것이다. 그렇듯 누구에게나 춤이 권태가 오는 것은 춤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맛보았던 신기함과 설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춤에 대한 첫사랑 같은 느낌이 있다면 잘 기억해 두기를 당부해 두고 싶다. 그런 첫 설렘이, 처음 황홀함이 당신의 춤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첫 춤에 대한 기쁨을 눈뜬 것은 아마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이였을 것이다. 집에서 혼자 있어 정말 심심했던 어느 날 집안 한구석에 있는 허름한 전자식 키보드에 전원을 켜고 자판을 꿍꽝거리다가 'Demo'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어느 싱그러운 노래에 템포를 조절하며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며 막춤을 춘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맛본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경험이 나를 춤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런 즐거움을 마음속 한구석에 고이고이 접어놓게 되었고. 인생의 사춘기를 맞아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 질문하게 되었다. 그런 질문하며 내 마음을 살펴보던 중에, 마음속 먼지 쌓인 기억을 꺼내 놓게 되었고, 그 기억이 주었던 짜릿한 느낌을 23살에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로 스윙댄스가 서서히 내 삶을 춤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옛 추억(?) 속에서 나의 기쁨을 찾게 되었고 춤을 추면 출수록 원래의 나로 조금씩 사람다워지기 시작했다. 기쁨은 우리 인간의 모습을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기쁨과 같이 찾아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멘붕'이다. 첫사랑 같은 그런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서 '멘붕'은 해결되어야만 한다. (이런 무슨 공주를 지키는 악마 같은 존재란 말인가? 흡사 게임 속 보스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유니크 아이템과 같은 느낌이다.)     
 
한 단계에 기쁨 하나, 한 단계에 기쁨 하나 레벨을 계속 쌓이지만 더! 더! 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그 위 단계를 바라본다. 그러한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되고 고원현상과 슬럼프가 나타난다. 고원현상이란 실력이 정체되어서 변함이 없는 현상을 말하고, 슬럼프란 실력이 정체되다가 실력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나의 슬럼프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피곤하기도 하고, 계절이 바뀌며 몸이 지치기 하고, 공연도 만족할 만큼 했었고, 그래도 아직 혼자고, 새로운 일들에 치이면서, 몸을 다치면서, 날씨도 도와주지 않으니 정말 삶이 무기력하고 죽을 맛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춤을 정말 출 마음이, 춤을 추는 설렘이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다니다가, 영광스럽게 스윙댄스 챔피언인 케빈, 조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혹시 슬럼프가 오게되면 당신들은 어떻게 해결하나요?"라고 물었다. 케빈이 말하길 "춤을 추기 싫어지면 나는 3일 정도 집에서 비디오 게임도 하며 친구들과 논다. 그러다보면 춤추고 싶어져서 몸이 근질근질 해서 다시 플로워에 나가 춤을 춘다"고 했다. 조는 "그럴 때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춤에 대한 영상들을 보며 영감을 얻곤 한다. 비록 스윙 댄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종류의 춤을 보며 감동을 하다 보면 다시 춤추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대단하게 춤을 사랑하는 댄서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나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었다. 그들은 너무 머나먼 존재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슬럼프와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이런 고통은 지나가야 할 관문이라는 것을. 이 관문을 지나야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예전에 나는 정말 심각하게 춤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오늘 하루만 추고 다시는 춤을 안 춰야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춤을 춘적이 있었다. 다음날 나는 기쁨을 되찾았었다. 이렇듯이 아주 사소한 계기 하나만으로 이 길었던 슬럼프가 해소되고 다음 레벨로 옮겨가리라 짐작할 수 있다. 
 
슬럼프는 사람과 소통이 안 될 때, 음악에 빠질 수 없을 때, 서로 신호가 맞지 않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 너무 지쳤을 때,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을 때, 불의의 사고로 다쳤을 때, 수많은 난관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기다려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처음 설렜던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무기력한 현실만 눈에 보인다.  
 
혹시 춤에 빠졌던 정신이 슬럼프로 제정신으로 돌아왔는가? 슬럼프에 빠져서 있는 중에 인생에 대한 큰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다면 잠시 시간을 두고 가치관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매력적인 춤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았고,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았다면 그 또한 이 춤처럼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 자신을 돌아보라. 당신은 정말 춤을 좋아하는가? 춤추고 싶어 설레어 본 적이 있는가? 춤을 통해서 기쁨을 맛본 적이 있는가? 지금 잠시 힘든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한 곡 더 춤을 출 수 있는가? 그럼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라.
 
작은 인식의 변화가 큰 깨달음을 얻게 해줄 것이다.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어려울 때 포기하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던가. 춤에 새로운 기쁨을 맛보고 싶다면, 그 어려운 슬럼프 속에서 걸음을 포기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 한 걸음을 내딛으면 당신은 내면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당신이 성장해온 길은 누군가에게 친절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경험과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슬럼프가 왔는가? 일단 축하한다. 다음 단계로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며칠 동안 신호가 끊어진 변비처럼 불쾌하게 당신을 괴롭히는 슬럼프가 시작되었다면 그 끝에서는 그동안의 고난에 걸맞은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슬럼프가 왔을 때 춤과 나를 새롭게 돌아보아 주어라. 힌트는 우리가 배웠던 '기본기'에 모두 들어있다. 당신이 슬럼프를 바라보는 작은 시선이, 몸과 마음의 각도를 조금만 다르게 한 그 순간 깨달음은 찾아오고 삶은 한 발자국 더 변화할 것이다. 마치 권태를 지난 연인이 어느 사건에 의해서 서로의 처음 설렜던 마음을 다시 찾고, 더욱 단단해지고 새로운 사랑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 
 
좋아하는 것을 하며 슬럼프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응원하고 싶다. 'no cross no crown' 쉬우면 재미없지 않은가? 난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디뎌 보려고 한다. :^)
 

[글] 아띠에떠 신일섭 invuni1u@mhns.co.kr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입니다. 이 코너는 문화예술 기사라기 보다 스윙댄서 까요의 일상다반사입니다. 90년도에도 사람은 태어났습니다.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려 이것저것 해보면서 꿈을 찾는 중인 청춘입니다. 총회신학교에서 신학을 잠깐 맛만 보았고 현재 딴따라땐스홀 공연팀 '땐서즈'로 일상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이 까요입니다! 그래서 [춤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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