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우리의 꿈이 담긴, 소박하지만 큰 작품이었다.

쇼노트에서 제작한 뮤지컬 '구텐버그'가 지난 1월 2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3년, 2014년을 거쳐 삼연에 이른 뮤지컬 '구텐버그'는 '버드'와 '더그'라는 두 신인 뮤지컬 작곡가와 작가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향한 이야기를 그린 독특한 구조의 2인극이다. '버드'와 '더그'는 자신들이 쓴 뮤지컬 '구텐버그'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줄 프로듀서를 찾기 위해 임시로 빌린 극장에 유명 프로듀서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전문 배우가 아닌 자신들이 직접 노래하고 연기하며 리딩 공연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이야기다.

이번 삼연에서는 자칭 천재 작곡가 '버드 대븐포트' 역에 김신의, 조형균이, 열정 많은 작가 '더그 사이먼' 역에 정문성, 정동화 배우가 출연한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여러모로 '센스 있는' 작품이다. 리딩 공연 형식을 빌려 모자로 대표되는 아기자기한 소도구 활용이 빛난다. 극 중 극인 '구텐버그'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쇄기 역시 나무 상자에 대충 '인쇄기'라고 적혀 있다거나, 많은 앙상블이 필요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종이 앙상블 등이 그렇다. 또 극 중 배역의 이름이 적힌 모자를 활용한 코미디가 인상적이다.

또 이 작품은 인물들이 공연 시작 전에 자연스레 무대를 정리하는 것부터 뮤지컬 '구텐버그'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이는 비슷한 소재로 2016년 한국 초연됐던 뮤지컬 '타이틀오브쇼'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타이틀오브쇼'가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았다면 '구텐버그'는 마치 정말 리딩 공연을 선보이듯 공연의 내용을 설명하고, 각 씬 사이 사이에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를 넣어 정말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쇼스토퍼'나 '아리아' 등 뮤지컬 용어에 관한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런 극이 가능한 것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이다. 성대모사 같은 개인기부터 여성, 아이, 노인을 가리지 않고 해내야 하는 데다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그것이 극 중 극인 '구텐버그'를 선보이는 중인 '버드', 혹은 '더그'의 입장에서 해내야 하는 어려운 일인데도 훌륭히 해낸다. 또 작품과 관계없는 애드립도 자연스레 소화하는 캐스팅이 빛나는 장면이다. (기자가 본 날에는 정문성 배우가 '도깨비' 컨셉으로 관객석에 큰 웃음을 던졌다)

극 중 극 '구텐버그'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리는 대극장 뮤지컬로 보이는데 에이브, 원요한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만으로 다양한 감동을 주는 음악을 선보이며 제3의 배우 역까지도 재치 있게 해낸다. 그리고 '구텐버그' 자체도 다소의 장난기가 섞여있긴 해도 한 편의 작품으로 손색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다가 극 중 극과 극의 주제가 맞닿는 엔딩에선 뭉클한 감동이 전해질 것이다.

꿈만으론 살 수 없지만, 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금. 뮤지컬 '구텐버그'가 당신의 꿈을 응원할 날이 어서 다시 오기를.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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