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성장드라마도, 시대물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창작산실 창작뮤지컬 우수신작 뮤지컬 '청춘, 18대 1'은 극단 '죽도록달린다'에서 2008년에 초연을 올린 연극을 2009년, 2011년 공연 후 6년 만에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한아름 작가, 황호준 작곡가, 서재형 연출이 힘을 합친 네 번째 작품으로 취조관 역에 오찬우, 이토에 역에 문진아, 건우 역에 이천영, 나츠카 역에 박란주, 대웅 역에 이기섭, 윤철 역에 빈준영, 기철 역에 김선표, 순자 역에 김혜인, 동경시청장 역에 김재형이 출연한다.

   
 

뮤지컬 '청춘, 18대 1'은 불우했던 일제강점기, 큰 꿈을 가지는 것조차 사치여서 일본으로 도망쳐온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어떻게 해도 삶의 도약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청춘의 불꽃을 태우는 작품이다. 제목을 보고 청춘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그린 작품으로 지레짐작하면 당황할 수 있다.

춤을 배운 적 없던 평범한 시대의 청춘들이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댄스광인 동경시청장의 암살을 꾸민다는 내용은 어떤 분야에 문외한이던 청춘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그 분야에 대해 노력하고 함께 땀 흘리며 우정과 사랑을 쌓아나간다는 일련의 성장 드라마와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

하지만, 배경이 가진 무게감으로 인해 마냥 즐겁고 신나게 이들의 성장을 바라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성장드라마의 끝은 목표와 관계없이 함께한 청춘들의 내적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의 끝은 성장이 아닌 동경시청장의 암살(사실상 동반 자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는 독립운동, 일제강점기를 다룬 최근의 시대물과 같이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의 시각에서 당시의 시대를 풀어낸다고 볼 수 있어 오히려 부담이 적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 극 후반부에 선보이는 배우들의 춤 실력은 무척 놀랍다. 전반적으로 무겁게 깔린 작품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환기하고 동시에 죽음을 앞둔 마지막 춤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슬픔까지 가져오는 명장면이다.

   
 

이 작품은 그래서 성장 드라마도, 시대물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여겨진다. 마지막 춤을 추는 인물들은 세계에서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사는, 꿈도 희망도 없는 우리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1945년의 그들은 정말 폭탄을 껴안고 생을 마감했지만, 2017년의 우리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산다. '청춘, 18대 1'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작품 특성상 일본어가 많이 나오고, 자막을 활용하는데 자막의 위치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뮤지컬 '청춘, 18대 1'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2월 5일까지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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