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일 년 내내 따뜻한 동네로 소문난 미국 플로리다의 가장 큰 도시 마이애미, 마이애미는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분명 행정상으론 미국 연방에 속해있는 땅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 해 지역, 혹은 남미에서 넘어와 사는 이들이 많고, 부유층과 빈곤층이 구분 없이 섞여 있다. 그래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객들에게 마이애미 밤거리를 함부로 다니지 말라는 충고도 적잖게 본다. 마약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마이애미 해변이 미국 내에서 위험한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 다양한 모습을 한 마이애미에서 사는 '샤이론', 혹은 '리틀'이라 불리는 이 흑인 소년은 지나치게 다양한 주위환경에 시달려왔고(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고 하나밖에 없는 엄마는 약물 중독으로 정서가 불안정하다), 그 때문에 남들 앞에서 말 수가 급격하게 적어지기도 했다.

그런 '리틀'은 '후안'이라는 착한 마약상과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 유일하게 '리틀'을 "넌, 강해"라고 인정해준 친구 '케빈'을 만나면서 '샤이론'으로 성장한다. 특히, 직접 낳진 않았지만, '후안'과 '테레사' 커플은 '샤이론'에게 결핍되어 있던 부모 역할을 하면서 그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주었다.

'샤이론'이 힘들고 괴로운 사춘기를 지나 애틀랜타의 '블랙'이라는 성인으로 거듭날 때까지, 그에게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세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테레사'가 만들어준 보금자리에서 비로소 안식을 찾고, 자신이 존경하던 '후안'의 모습을 꽤 빼닮아가면서, '케빈'이 자신에게만 불러주던 별명을 그대로 자신의 또 다른 이름으로 사용한다. 물론 '샤이론'은 그대로다. '샤이론'은 3명의 영향을 받아, 3단계로 이뤄진 자신의 정체성을 거쳐, 자신에게 닥친 시련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유약한 소년에게 힘을 실어주던 '후안'의 말과 행동들은 감동이었다. 특히, 그가 '샤이론'에게 말했던 "넌 세상 한가운데 있는 거야 어디선가 사는 또 다른 '샤이론(유색인종, 혹은 동성애자)'들에게 잔잔한 파동을 전달하는 것만 같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오늘날 동성애자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크게 공헌한 홍석천 같은 의미였달까. 남들과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도, "달빛 아래에선 모두 다 파란 피부"가 되니까.

도널드 트럼프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미국은 하루하루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걸었던 인종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헐리우드는 실언에 현명하게 대응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원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수상 소감 중 '백인 국가주의'에 눈먼 트럼프를 디스했고,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문라이트'는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미국에서 태풍의 눈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트럼프가 '싫어요' 누를 만한 요소들을 전부 갖췄다('흑인' 남성의 '동성애'가 담긴 영화).

   
 

이미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오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영화가 주요 부문 후보로 대부분 올라섰다. 이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불씨가 되길.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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