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여보세요' 이승희의 아니리

[문화뉴스]

 

   
 

"승하도, 이 이야기를 듣던 승희와 향하도 이런 시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괜찮다'도 아니오, '힘내라'도 아닌, '나도 그럴 때가 있더라구요' 라는 말이구나."

가장 어둠의 시간. 승하는 숨 막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며 무슨 말을 듣고 싶었을까.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은 '괜찮아', '힘내'라는 긍정적인 위로의 말 대신, '나도 그런 적 있었어'라는 소박한 공감의 언어였다. 지금 당장 나의 곁에 있지 않은 비전이나 희망의 언어가 아니라, 그녀의 바로 곁에서, 지금의 고통을 이해해줄 수 있는 실재의 언어였다.

판소리 '여보세요'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올해 두산아트랩 쇼케이스를 통해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 '여보세요'는 현대문학작품과 판소리의 접점을 찾아 우리 시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소리꾼 이자람의 연출작이다.

 

   
 

'노크하지 않는 집'을 구수하고 맛깔난 소리로 재구성한 '여보세요'는 2, 30대 여성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가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특별한 캐릭터가 부여되지 않는 '승하'라는 등장인물은 이 이야기가 특별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밝혀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평범한 그녀가 겪은 보잘것없는 사건들, 그리고 그렇게 마주하게 된 '나'의 모습들.

익명의 세계에서 부단히도 소통의 여지를 부여잡고 살았던 우리, 승하가 겪은 어둠의 시간은 승하만의 것이 아니었다. 고립된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승하는 수많은 승하들을 마주했고, 숱한 승하들은 외면하고 있었던 본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고립감을 '공유'하는 순간, 많은 승하들은 스스로 고독을 털어낼 용기를 부여받게 된다. 대책도, 타결도 우리의 고독을 구원할 수 없다. '괜찮아'라는 진심 없는 위로대신 '나도'라는 첫 마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공감의 언어가 적막에 휩싸인 승하를 구원할 유일한 위로가 된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2016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내초청작 판소리 '여보세요'
   - 공연날짜 : 2016. 10. 20 ~ 22.
   - 공연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원작, 연출 : 김애란, 이자람
   - 작창, 고법구성 : 이승희, 이향하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