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연극제 '햄릿아비' 중 햄릿의 대사

   
 

[문화뉴스] "눈을 떠라, 나는 보아야겠다. 입을 열어라, 나는 말을 해야겠다. 길을 닦아라, 나는 걸음을 옮겨야겠다. 굳게 닫힌 저 문을 열어라, 나는 밖으로 나가야겠다."

햄릿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시해된 원혼이다. 연극 '햄릿아비'는 극단 백수광부 배우들과 이성열 연출가가 함께 이 시대의 수많은 햄릿아비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다. 이 시대의 햄릿으로 그려진 이는 상조회사 직원이다. 매일 상복을 입으며 다니는 그는 사람이 죽어야만 살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

 

   
 

이 시대의 햄릿은 얼떨결에 열차를 타고 수많은 원혼을 접하게 된다. 독재정권의 압제에 의해 짓눌리는 역사, 필리버스터가 한창인 국회에 도시락 폭탄을 던지는 청년, 시대를 거스르는 작품 검열에 분노하는 연극인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참혹했던 과거 시절,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안중근,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어머니까지.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연극은 수많은 원혼들을 발견한다.

 

   
 

자신이 햄릿임을 인정하지 않던 주인공도 이 원혼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억울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는 외친다. 보기 위해 눈을 떠야겠으며,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려야겠으며, 걸음을 옮기기 위해 길을 닦아야겠으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굳게 닫힌 저 문을 열어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외침은 내 가슴에 박히는 물음이 된다. 그대는 눈을 떴으며, 입을 벌렸으며, 걸음을 옮겼으며, 밖으로 나갔느냐고.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2016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햄릿아비'

   - 공연날짜 : 2016. 4. 8 ~ 17.

   - 공연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 작, 연출 : 공동창작, 이성열

   - 출연배우 : 이태형, 유성진, 린다전, 박윤정, 김경회, 조재원, 김효중, 심아롱, 박하영, 양윤혁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극단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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