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벚꽃동산' 중 삐쉭의 대사

   
 

[문화뉴스] "부인, 그래도, 삶은 계속되는 법이랍니다."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은 벚꽃 잎들이 흐드러지는 4월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고전 작품이다. 올해의 '벚꽃동산'은 이윤택 연출가와 연희단거리패가 장식했다. 무대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벚나무는 극 내내 꽃잎을 떨구고 있었고, 실제로 우리 주변의 벚나무도 이미 풍성한 꽃잎들을 떨쳐내고 있었다.

흐르는 시간에 맞춰 변해야 하는 공간, 라네프스카야의 벚꽃동산은 변화를 맞이해야 했고, 변화에 익숙지 않은 벚꽃동산의 주인들은 더 이상 주인일 수 없었다. 새로운 세계와 사라져가는 세계의 교차로는 흐드러진 벚꽃의 낙화하는 이미지로 압축됐다.

 

   
 

희곡은 늙은 하인 피르스가 어디로 향하지 못하고 이 집에 남아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준다. 죽어가는 피르스 옆에서는 수많은 벚꽃들이 낙화한다. 연희단거리패의 '벚꽃동산'은 흘러가는 세월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하는 헛헛함을 장엄하고 아름다운 낙화의 이미지로 극복한다.

풍성하고 화려했던 순간이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벚나무는 여전히 살아간다. 일 년에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개화와 만개의 시절을 지극히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나머지 열한 달의 시간을 거친 살갗으로 올곧이 견뎌낸다. 새로운 세상과 마주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변화를 마주하게 된 라네프스카야.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아름다움이 장렬하게 전사했을지라도 그녀의 삶은 계속된다. 여전히.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벚꽃동산

   - 공연날짜 : 2016. 4. 22 ~ 5. 15.

   - 공연장소 : 게릴라극장

   - 원작, 연출 : 안톤 체홉, 이윤택

   - 출연배우 : 박일규, 김소희, 이승헌, 윤정섭, 오동식, 홍민수, 조승희, 노심동, 이동준, 박인화, 김영학, 서혜주, 권수민, 이혜선, 김유엽, 주민준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