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길 떠나는 가족' 중, 이중섭의 대사

[문화뉴스]

 

   
 

"나는 모르는 건 못 그려."

화가 이중섭의 생애를 그린 연극이 있다. 1991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그 후 2014년에도 명동예술극장에서의 재연 전회를 매진시키며, 지난 3월에는 콜롬비아의 제 15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가 바라본 발가벗은 자연은 그가 '아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택시를 타고 가는 아가씨,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연인의 모습은 그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그릴 수 없노라고 말하는 화가 이중섭. 자신의 감각과 기억에 의해 가장 솔직한 표현대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중섭에게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것들은 그림의 대상으로 삼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각종 경제활동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화가 이중섭은 미술재료를 구할 수 없어서 담배를 포장하던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곧 그의 그림은 '춘화'로 고발당한다. 이중섭의 사무치는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야, 영진아, 발가벗으면 다 춘화냐?"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이들의 세계, 우리 사회에는 고질적인 아마추어리즘이 존재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낯익은 것으로, 생경한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낯선 것을 기존의 것에 대한 낡은 아류 따위로 취급해버리는 사회에서 더 이상 '이중섭'은 존재할 수가 없다. 화가 이중섭은 세상을 가장 솔직한 눈과 손으로 담아내고자 했지만 세상은 그를 담아낼 수 없었다. 그는 세상에 담길 수 없는 벅찬 존재였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길 떠나는 가족
   - 공연날짜 : 2016. 9. 10 ~ 25.
   - 공연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 작가, 연출 : 김의경, 이윤택
   - 출연배우 : 김소희, 윤정섭, 오동식, 정연진, 이동준, 신명은, 안윤철, 박정우, 현슬기, 허가예, 박현승, 오혜민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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