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핑키와 그랑죠' 중 헨리의 대사

 

   
 

[문화뉴스] "너도 알지? 바깥에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키'와 '그랑죠'는 상처받은 유년기를 보냈다. 어릴 적 고아원 원장 '존'에게 학대당하다가 병원 청소부 '헨리'에 의해 구출됐다. 이후 그들은 비좁은 집에 틀어박혀 '이야기 만들기'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에비엔'이라는 세계에서 '존'과 그의 부하 '그랜델리니아'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랑죠는 이 집을 뛰쳐나갔다가 다 큰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헨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그 세계가 기이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헨리는 여전히 '아이'로 살아가고 있는 핑키의 모습에 분노하며, 헨리와 맞선다.

헨리도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사람이다. 그의 '존'과 핑키와 그랑죠의 '존'은 엄연히 다른 존재임에도, 헨리는 핑키와 그랑죠를 통해 자신이 증오하는 '존'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트라우마에 갇혀버린 헨리는 곁에 있는 핑키를 약을 먹여가면서까지 생리를 늦추게 만들고, 아이들의 왕국 '에비엔'에서 자신의 복수를 대신 실현해주길 바란다.

 

   
 

헨리가 생각하는 바깥세상은 기적이 일어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던 일들이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그는 바깥 세계에 대한 소망이나 기대를 꿈꾸지 않게 됐다. 그에게 완벽하고 안전한 세계는 이야기의 세계인 '에비엔'이었으며, 그렇게 그는 외부와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했다.

이 대사는 헨리가 어째서 이야기 세계에 집착하게 됐는지, 그리고 헨리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던 관객들로 하여금 그 또한 상처받은 어린 영혼임을 인지하게 해준다. 즉, 아이들에게 또 다른 학대를 가하던 헨리, 그도 또 다른 피해자였던 것이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핑키와 그랑죠
   - 공연날짜 : 2016. 5. 3 ~ 15.
   - 공연장소 : CJ AZIT(아지트)
   - 작가, 연출 : 신채경, 문삼화
   - 출연배우 : 김재건, 김영택, 이현주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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