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게임' 중 데이빗의 대사

 

[문화뉴스]

"집 구한다고, 일자리 구한다고, 고생은 죽도록 할 텐데... 그러다 겨우 직장 하나 구하고 나면 그게 평생 직장도 아니라서, 나이 먹으면 잘리고 실직자 될 수도 있어. 그럼 그냥 쓸모없는 인간 돼서.... 애가 있으면 걔네도 먹여 살려야 하고, 애는 없을 수도 있긴 한데, 그건 또 그거대로 힘들다. 그냥, 평생, 계속, 쭉 힘들 거야. 그래도... 선택은 해야지."

연극 '게임'은 내용부터 형식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 집이 없는 부부 애슐리와 칼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게임은 인간의 관음증적인 욕망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며, 관객들조차도 관음증적인 행위의 주체의 자리에 놓이게 한다. 

 

 

 

하우스 푸어인 애슐리 부부에게 멋진 가구, 아늑한 침실, 깨끗한 욕실을 갖춘 집은 꿈의 집이다. 그 집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공간이라 해도 이렇게나 멋진 집에 대한 유혹은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게임은 애슐리 부부를 관음하며 그들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이 흐르고 애슐리 부부에게는 '리암'이라는 아들이 생긴다. 태어날 때부터 모르는 이에게 가스총을 맞고 자란 리암은 집에서도 줄곧 박스 안에서 게임만 하며, 밖으로 나오길 싫어한다. 게임 속에서 게임만 하던 리암, 게임 회사가 망해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리암은 게임의 세계를 나오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을 주시하며, 고객들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해주던 데이빗의 한 마디에 리암은 게임의 세계를 박차고 나온다. 

 

 

 

힘듦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해야 한다는 것. 리암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삶은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했다. 어른들의 선택에 희생당했던 리암에게, 데이빗은 억지로 리암을 끌고나가려는 애슐리 부부를 뒤로 제쳐두고, 최초로 '선택'이라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율성의 개념을 인지시켜준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힘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데이빗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세상에 직면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기로에서 '직면하지 않기'를 택한다. 그가 리암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시한 것은, 리암을 통해 '혹시나'의 마음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 절망이 체화된 자신의 인생에서는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했을 지라도, 자율성을 처음 맛본 리암의 삶에서는 그 '가능성'을 찾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 '게임'
   - 공연날짜 : 2016. 4. 12 ~ 5. 15.
   -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 작가, 연출 : 마이크 바틀렛, 전인철
   - 출연배우 : 유병훈, 강말금, 백성철, 이지혜, 전박찬, 하지은, 김민하, 옥자연, 윤미경, 유동훈, 김광현, 백하민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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