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글로리아' 중 '로린'의 대사

[문화뉴스]

   
 

"난 그냥 좀 더 존재하고 싶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 사람들은 하나의 실재하는 존재에 대해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의미를 제 입맛에 맞게 변질시키고, 심지어는 그 실재하는 것을 허구로도 만들어버릴 수 있다.

'글로리아'는 충격적인 사건의 주인공이다. 잡지사 교열부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풍기며 10년 동안 같은 자리를 한결같이 지켜온 그녀가 반전의 사건을 저지르는 날 이후,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딘'과 없었던 '켄드라', 사건과 간접적인 연관을 가진 '낸'이 저마다의 경험과 사유로 글로리아의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글로리아와 그 사건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파생되며, 딘과 켄드라와 낸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경제적인 이익을 누리고자 한다. 그리고 어디서나 글로리아 자체보다는 글로리아를 어떻게 이야기로 가공시키냐에 혈안이 된 집단들이 판을 친다. 이 모두를 지켜본 '로린'은 "웃기지 않아요? 이런 데가 다 좀 똑같은 게? 사람까지 다 똑같아요. 왜 그럴까요?"라 냉소적인 대사를 남긴다.

더불어 그는 "난 그냥 좀 더 존재하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내 존재의미라는 것이 보다 '나'에 근거한 것일 수 있도록, '나'를 둘러싼 각종 허구의 것들에 휘말린 것이 내 존재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것이 자기자신에 기반하지 못한 주체들 간의 덧없는 관계이지 않도록. 로린이 말한 '더 존재하고 싶다'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글로리아
   - 공연날짜 : 2016. 7. 26 ~ 8. 28.
   -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작가, 연출 :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 김태형
   - 출연배우 : 이승주, 손지윤, 임문희, 정원조, 오정택, 공예지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