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주말,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매력을 보여준 영화 '걷기왕'이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중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걷기왕'은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한 '경보'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명대사가 등장하는 가운데, '걷기왕'과 한 핏줄인 육상을 다룬 영화 다섯 편을 찾아봤다. 물론 이 영화들은 '빨리', '열심히' 달리는 것만 강요하지 않는다.

 

   
 
 
1. "자신의 신념 위해 달리기를 포기하다"
'불의 전차' (1981년/영국) / 감독 - 휴 허드슨
출연 - 벤 크로스, 이안 찰슨, 니콜라스 파렐 등
 
1924년 파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해럴드 아이브라함'과 '에릭 리델' 두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국 상류층에 팽배해 있던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우는 유대인 '해럴드'와 종교적 신념을 걸고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스코틀랜드 출신 기독교인 '에릭'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끝내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특히 '에릭 리델'은 100m 예선이 일요일로 예정되자, 자신의 신념으로 안식일엔 경기할 수 없다며 출전을 포기한다. 결국, '에릭'은 '해럴드'의 친구 '앤디'의 양보로 다음 날 열리는 400m 경기에 출전해, '해럴드'는 100m에 출전해 나란히 금메달을 따낸다.
 
   
 
 
2. "트랙 위에선 흑인도 백인도 없다"
'레이스' (2016년/프랑스, 독일, 캐나다) / 감독 - 스티븐 홉킨스
출연 - 스테판 제임스, 제이슨 서디키스, 제레미 아이언스 등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에서 우승하며 4관왕에 오른 미국 선수 제시 오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시 오언스를 연기한 스테판 제임스는 "이 역할을 거절할 미친 사람은 없다. 그는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 이야기했던 시대에 놀라운 일을 이룬 사람이다. 남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1936년의 제시 오언스가 없었다면 과연 1960년대의 마틴 루터 킹이 존재했을까?"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개봉 당시 포스터 문구인 '트랙 위에선 누구나 자유다'가 인상적이다.
 
   
 
 
3. "나의 결승점은 언제나 30km까지다"
'페이스 메이커' (2012년/한국) / 감독 - 김달중
출연 - 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등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이나 수영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말한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이렇듯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한 42.195km 완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답게, 이 작품은 영국 현지에서 약 2주간 촬영을 진행했다. 빅벤 앞 광장, 그리니치 공원, 그리니치 대학, 타워 브릿지, 로이드빌딩 등 마라톤 경기에 등장하는 코스들을 직접 촬영했다. '국민 마라토너'인 이봉주도 카메오로 출연하며 직접 코믹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4. "장애인은 달리면 안 되나요?"
'말아톤' (2005년/한국) / 감독 - 정윤철
출연 -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등
 
'말아톤'은 KBS '인간극장'으로 소개된 지적장애인 배형진 씨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다.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는 2001년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이내 완주인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주인공 '윤초원'을 연기한 조승우는 "'초원'이가 지하철에서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정작 본인은 장애를 못 느끼는데 말"이라며 "솔직히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제야 '아, 이런 메시지가 있었구나'라고 와 닿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예전부터 버리려 했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5. "운동화 받기 위해 3등 해야 해요"
'천국의 아이들' (1997년/이란) / 감독 - 마지드 마지디
출연 - 레자 나지, 아미르 파로크 하세미안, 바하레 세디키 등
 
테헤란 빈민가에 사는 아홉 살 소년 '알리'는 여동생 '자라'의 신발을 고쳐서 돌아오던 길에 신발을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 '알리'는 동생과 자신의 신발을 번갈아 신기로 한다. 그러던 중 남매에게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3등상 상품은 '운동화'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알리'는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게 되고, '자라'에게 꼭 3등을 해서 운동화를 받을 것이라고 약속을 한다. 가난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사는 남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몬트리올 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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