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파이트 클럽'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현대사회는 인간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평생 가보지 못할 곳도 언제 어디든 갈 수 있고, 사고 싶은 곳이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문이 가능하다. 음식 또한 선택 범위가 많아졌고, 손바닥 크기만한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원터치(One-touch)가 가능한 세상이다.
 
하지만 이 문명이 발달한 사회 속에서 당신은 행복한가? 무언가 당신을 억압하거나 숨통을 조이는 느낌을 주거나 어떤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겨나진 않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이 발달한 만큼 우리의 스트레스와 염증 또한 비례하고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스마트폰 중독'을 얻어 정서 불안을 느끼고, 남들보다 먼저 저 아이템을 구매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생겼다. 이 압박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불면증을 유발케 하여 기본욕구까지 방해한다.
 
데이빗 핀처는 1995년에 내놓은 '세븐'에 이어 4년 뒤 현대인들을 자극하는 또 다른 영화 '파이트 클럽'을 대중들에게 선사했고, 현재 IMDb 평점도 TOP10 안에 드는 위엄을 과시하며, '죽기 전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도 올라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드워드 노튼과 브래드 피트, 현대인들의 겉모습과 내면을 상징한다. 영화 초반부터 에드워드 노튼의 모습들을 보고, 소름돋을 정도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루종일 사무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작했다가 강박증이 되어버린 특정 브랜드 쇼핑, 쉴새없는 출장…. 결국 그는 불면증을 얻어 갑갑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샘솟기 시작했고, '타일러 더든' 이라는 인물을 통해 본격적인 일탈을 시도한다.
 
타일러 더든은 그를 해방시키는 방법으로 주인공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끄집어내었고, 폭력에 묘한 느낌을 받은 주인공은 이것이 자신의 답답하고 억눌렸던 모든 것을 해소시키는 해결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공은 숨막힐듯 각잡아 맞춘 정장과 구두, 넥타이이라는 상징적인 현대 직장인의 패션을 풀어헤치고 통제하는 규정과 방침을 깨부수며, 자신의 상사에게도 필터링 없이 바로 내뱉는 마초남으로 돌변한다.
 
답답한 현 세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폭력을 도구로 삼은 두 남자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파이트 클럽(Fight Club)". 마초기질이 강한 이 폭력 클럽이 수많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미국 전역으로 전염병처럼 퍼지는데, 모두 다 주인공처럼 하나같이 자기 자신들을 휘감고 있는 스트레스과 현대사회의 후유증으로 생긴 염증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트 클럽'은 "폭력을 통해 마음의 병을 해소하고 모든 걸 파괴하는 게 과연 현대인을 자유롭게 만드는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타일러를 추종하며 과거 본능대로 살던 삶으로 돌아가고자 일어났던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가져야하는 이성, 감정, 양심 등에 점점 무뎌졌고, 크나큰 문제를 일으켜도 무감각해졌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마저 사라져 폭력 집단의 이름 없는 일원으로 되어갔다.
 
사회로부터 생긴 염증과 환멸을 해소코자 했던 파이트 클럽은 되려 사회를 위협하는 테러 집단으로 돌변했다. 폭력의 카타르시스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있던 주인공이 정신차릴 때에는 이미 늦었다. 폭력의 군중이 되어버린 이들은 충동적이고 비이성적, 극단적으로 바뀌어 주인공의 그 어떤 말도 듣지 않게 되었다.
 
영화 엔딩처럼 사회가 바뀌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일탈의 도구로 사용한 폭력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관객들은 "그럼 현대 사회로부터 얻은 병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으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라며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파이트 클럽'을 통해 데이빗 핀처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평생숙제를 남겨주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잘못된 방법이 그럴싸하고 설득력있게 먹혀들면, 전염병에 감염되듯 빠르게 번져나가 사회의 또다른 병폐가 된다는 것.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 19세 관람가, 드라마, 
2시간 19분, 평점 : 4.1 / 5.0(왓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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