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춘몽, 죽여주는 여자, 라우더 댄 밤즈

   
 

[문화뉴스]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전국의 주요 영화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 영화를 5000원에 볼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었다. 특별 상영관의 경우, 가격이 다를 수 있다. 문화뉴스에서는 문화를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 10월 마지막 수요일에 볼만한 '다양성 영화'를 네편 가져왔다.
 
   
 
자백
2012년 탈북한 화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다. 국정원이 내놓은 명백한 증거는 동생의 증언 '자백'이었다.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심장부 국정원, 그런데 만약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의심을 품은 한 언론인 '최승호' 피디가 움직였고, 2015년 10월 대법원은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이것이 바로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이다. 하지만 단지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을 넘나드는 40개월간의 추적 끝에 스파이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김기자의 코멘트 : 이 영화는 세월호에 관해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과 닮아있다. 독립성을 상실한 언론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브라운관을 뛰쳐나와 영화에서 언론의 기본정신,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밝히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의 다이빙벨 상영이 보여주었듯, 그들은 영화에서도 표현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했다. 우리는 무엇을 그렇게 숨기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만을 보며,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장님이 아니었나. 올해 초,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의 기자 정신도 '자백'에서 엿보인다.
 
   
 
춘몽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 어리버리한 집주인 아들, 어설픈 금수저 종빈. 그리고 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아끼는 예리가 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오아시스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 그들만의 여신이라고 생각했던 예리의 고향주막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김기자의 코멘트 : '춘몽'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름을 올린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이전에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장률 감독은 이제 영화와 현실, 꿈의 층위에서 이야기한다. 흑백화면, 절제되고 세련된 화면, 일상적 분위기, 배우들의 개성적인 연기는 영화에 풍미를 더해준다. 무의식의 세계를 항유하는 현대 영화와 한국 영화의 만남을 기대해보자. 한번 성공한 영화를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감독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죽여주는 여자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김기자의 코멘트 : 뜻밖의 것들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처절한 현실 속에서 인물들은 평범하게 보이길 원하며, 더욱 고개를 들고, 태연해진다. 관객은 그들을 연민하기 보다는 그들의 평범함에 대한 열망에 더욱 힘을 실어주며, 그들 내면에 자리잡은 꿈과 낭만을 느끼게 된다. 익히 알던 사회문제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들어가서 날카롭게 파고든 감독의 시선은 덤이다. 이에 윤여정 배우 인생 최고라는 평을 들은 그녀의 연기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영화 속에 나타난 감독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라우더 댄 밤즈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 조나가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종군 사진 작가였던 어머니의 3 주기 기념 전시를 위해 그녀의 자료들을 정리하는 조나. 그는 어머니가 떠난 뒤 사이가 서먹해진 아버지와 동생의 사이에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어머니의 오랜 파트너였던 리처드는 어머니의 사고에 대한 비밀을 기사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반대하던 조나는 또다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김기자의 코멘트 : 감독 요아킴 트리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차세대 천재 감독'으로 손꼽힌다. 그의 세 번째 장편 '라우더 댄 밤즈'는 제 6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여배우 이자르 위페르의 연기를 보는 건 덤이다. 감정마저 절제하는 세련된 유럽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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