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문화뉴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더욱 많은 이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로,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상영관의 2D 영화를 5,000원의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귀향'(2월 24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4월 27일), '엑스맨: 아포칼립스'(5월 25일), '굿바이 싱글'(6월 29일), '인천상륙작전'(7월 27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9월 28일) 등 문화가 있는 날에 주요 신작들이 개봉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6일 문화가 있는 날,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를 뽑는다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4번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다.
 
이미 '닥터 스트레인지' 25일 오후 7시 전야 개봉되어 5시간 만에 118,042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는 올해 전야 개봉했던 '데드풀' 96,248명, '내부자들' 91,947명, '나우 유 씨 미 2' 104,488명 등을 넘어선 기록이며, 전체 외화 전야 개봉 최고 기록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신경외과 의사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고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슈퍼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수술 실력과 오만하고 까칠한 성격을 가진 신경외과 전문의로, 자동차 사고로 두 손을 심하게 다친다. 그리고 자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손을 치유하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돈다. 그러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간 곳에서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게 되고, 슈퍼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MCU에 처음 합류한 '닥터 스트레인지'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2010년부터 내년 시즌4를 준비 중인 BBC 드라마 '셜록'에서 까칠하고 예민한 괴짜 탐정 '셜록'을 완벽히 소화하며, 에미상 TV부문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얻은 그는 '호빗' 시리즈에선 용 '스마우그'의 목소리로,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선 빌런 '칸'을 연기하며 블록버스터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선 천재 수학자로 등장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연기력은 검증이 될 만큼 된 배우이다 보니, 마블 스튜디오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 캐스팅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마블 스튜디오는 '닥터 스트레인지'로 에단 호크, 자레드 레토, 오스카 아이삭, 이완 맥그리거, 제이크 질렌할, 매튜 매커너히, 콜린 파렐, 라이언 고슬링, 키아누 리브스 등을 '출연 리스트'에 넣고 저울질을 했다.
 
2014년 10월 말, 마블 스튜디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캐스팅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당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연극 '햄릿'에 '햄릿' 역할로 출연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햄릿'은 이미 개막을 1년 남은 상황인 2014년 8월, 티켓 판매 7시간 만에 그가 출연할 12주 공연의 전회차가 매진되기도 했다. 이는 '영국 연극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으로 남아있다.
 
사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데뷔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는 열정을 보여줬다. 2011년 '프랑켄슈타인'으로 런던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국내에선 국립극장 NT Live로 공개되어 예매를 위해 국립극장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최근 공연예술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대영황실훈위'를 받기도 했다.
 
   
▲ 연극 '햄릿' 실황 포스터
 
팬들은 2015년 '햄릿' 공연 당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보기 위해 매표소에서 반려견과 함께 밤을 지새웠으며, 이 모습이 뉴스로 보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 현지 언론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완벽한 '햄릿'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광기 어린 '햄릿'의 독백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햄릿'은 지난 2월 국립극장 NT Live를 통해 첫선을 보였고, 11월 24일 180분 공연 실황이 메가박스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다.
 
결국, 베네딕트 컴버배치 촬영 협상 전만 하더라도 '닥터 스트레인지' 개봉은 올해 7월로 예정되었으나, 그의 연극 스케쥴을 배려해 11월(미국 개봉)로 연기됐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지난 14일 오전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라이브 콘퍼런스에 참석해 "마블에서 상징적인 배역을 제안해 줘서 좋았다"며 "당시 연극 '햄릿'을 하고 있어서, 촬영 진행 일자와 달라 걱정을 했었다. 연극이 끝나고 일정을 조정해줘서 출연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유머도 있고, 사연도 있는 복잡한 인물"이라며 "권위적이었던 캐릭터가 힘들고 외로운 길을 걷게 된다. 오만했지만, 굴욕을 느끼며 밑바닥까지 떨어지지만 슈퍼히어로가 된다. 독특해서 즐길 수 있었다. 도전 과제가 있었는데, 촬영을 길게 해서 신체적으로 좀 힘들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케빈 파이기 제작자 역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역할을 수락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그는 우리가 수년간 개발해 온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첫 미팅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닥터 스트레인지'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합류한 것은 마블에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14일 오전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CGV 왕십리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하이라이트 상영과 라이브 컨퍼런스 행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스콧 데릭슨 감독, 틸다 스윈튼,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자 케빈 파이기가 참여했다.
 
2014년 12월, 마블 스튜디오가 공식적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알렸고, 그의 합류 소식은 촬영 전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역시 마블'이라는 찬사와 함께 돌아왔다. 지금까지 MCU가 크게 보여주지 않았던 초자연적 세계와 차원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은 환상적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을 차지한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시각효과 면에서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선 압도적이었다.
 
MCU 특유의 '개그 포인트' 역시 작품을 관통하며, 이번 영화에도 어김없이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카메오 출연을 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MCU에 단골로 등장하는 올드팝 관련 이야기는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빌런과의 전투에서 나오는 잔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개그 포인트'다. 그리고 다음 MCU 작품을 위한 주춧돌도 단단하게 쌓았다.
 
한편, MCU 영화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이제는 지겹다는 지적도 들려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질려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미디어 발전'의 시대다. 사람들은 새로운 영화를 보고 진화할 것이다. 영화는 재발명의 연속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장르가 계속 펼쳐지고 있고, 진입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 영화다." 과연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떤 성적표를 최종적으로 받게 될까? 모든 것은 영화 팬들의 힘에 달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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