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박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현빈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면 사람들은 아직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연기한 '삼식이' 혹은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으로 기억한다. 물론, 현빈을 상징하는 배역이나 작품은 이보다 더 많다. 다른 드라마 '눈의 여왕'이나 '그들이 사는 세상' 등 현빈은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연기력 또한 나날이 발전했다.

이는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관에서도 드러났다.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추'로 영화제에 초청받아 세계 관객들에게도 인정받았고,'역린'을 통해 그동안 부드러웠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으며 색다른 모습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초에 개봉한 '공조'를 통해 이제는 흥행까지 맛보았다. 큰 굴곡 없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 현빈은 새 영화 '꾼'을 통해 또다른 연기 변신에 나섰다. '꾼'에서 현빈은 사기꾼을 대상으로 사기치는 사기꾼 '지성' 역을 맡으며, 전작과는 180도 달랐다. 상대를 끊임없이 농락하면서 뒤통수를 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기꾼 그 자체였다. 개봉을 앞둔 11월 중순 어느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현빈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 주의 : 본 인터뷰에는 '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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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이후 10개월 만에 관객들을 만나 본 소감은 어땠나?
└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서 좋았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꾼'이라는 영화가 여러 면에서 '마스터'와 비교되고 있는데 '꾼'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어떤 모습을 연기하고 싶었는지 알려달라.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당시, '꾼'과 비슷한 소재를 가진 많은 제작사가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소재이다 보니 우려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풀어내는 방식, 결론이 달랐으며, 반전이 주는 재미가 컸다. 그래서 '꾼'을 선택하게 되었다. 또한, 전작인 '공조'에서 '철령'이가 가지고 있던 절제에서 좀 더 풀어진 모습이나 유연한 모습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면도 있다.

사기꾼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나 참고한 건 있는지?
└ 참고한 건 따로 없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만들어나갔다. 사기꾼이라는 역할 자체가 다른 작품과 중복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사기꾼이 사기꾼에게 사기 치는 점'과 그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극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달랐다. 유연함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능구렁이처럼 튀지 않게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산물을 만들어냈는지?
└ 감독님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셨던 게 '유연함'이었다. 상황에 따른 유연함은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다른 배우들과 리허설하면서 맞춰나갔던 부분이었다. 감독님이 직접 대본을 쓰셨기에 리허설 등을 통해 더 좋은 걸 찾아가는 작업을 했다.

▲ 영화 '꾼' 스틸컷

영화가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많은데, 대본을 다 본 후 관객들을 속여야하는 입장에서 연구를 많이 했을 것 같았는데?
└ 촬영이 순차적으로 처음부터 찍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중·후반부를 촬영하다가 초반부로 넘어갈 때는 뒷부분이 인상이 강하게 남아야 했기에 감독님을 비롯하여 다른 배우들과 수위 조절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애먹었다.

사기꾼 연기를 하는 데 있어 현빈만의 특별한 장점은 있었는지?
└ 음,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의식하진 않았다. 나 스스로 표정이나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이전 작들과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노력했다.

'다르다'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말인가?
└ 대사에 많이 신경 썼다. 지성이 하는 대사 중에서 정보전달이 주목적일 때도 있고, 영화에서 힌트가 될 만한 것도 있고, 때론 지나칠 부분도 있다. 그리고 대사로 관객을 상대로 장난치려고 시도했던 것도 있었다.

지성이를 연기하기에 재밌었는지? (웃음)
└ 재밌었다. 호흡을 가지고 노는 게 재밌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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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기억에 남는 대사는?
└ 지성이가 "의심은 해소시켜주면 확신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하는 대사가 그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극의 모든 상황과 가장 잘 맞았다.

매 장면마다 포인트 되는 게 많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살리려고 어떤 점을 신경썼나?
└ '꾼'에서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지성의 역할은 먹이를 던져주는 것이다. 다음 상황에 부닥칠 수 있게, 혹은 주변인들의 움직이는 반응을 보고 다음 계획을 던져준다. 많이 튀지 않으면서 중심을 잡는 게 지성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의 생각지도 않은 리액션에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 또한 관건이었다.

특히, 배성우의 리액션이 제일 받아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웃음)
└ 맞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웃음)

이번 영화에서 유지태와 투톱을 이루는데, 함께 해 본 소감은?
└ 멋있는 배우다. 연기에 대한 부분, 영화를 향한 열정도 그렇다. 자상하면서 유순한 얼굴을 가지고 계시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180도 바뀐다. 옆에서 볼 때 멋있다고 느꼈다.

그 분의 존재 자체가 나에겐 자극제였다. 유지태 선배님으로부터 영화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 나 또한 이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편이지만 선배님을 못 따라가겠더라. (웃음)

▲ 영화 '꾼' 스틸컷

촬영장 내에서 분위기메이커가 많았을 것 같다. (웃음)
└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배성우 선배는 아는 게 많았다. 늘 끊이지 않는 소재들이 그의 입담을 통해 나오는 편이어서 재밌다. 나나 씨와는 처음 해봤는데 옆에서 보니 노력파였다. 항상 준비를 많이 하고, 연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현장에서 감독님의 지시 등을 보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면도 있다.

이것도 '굿와이프' 때 함께 맞춰봤던 유지태 선배님이 있어서 나나 씨를 현장에서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나 씨도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 전달되었다. 그런 점에서 고마웠다. 성웅이 형은 따로 찍는 장면이 많아 잘 만나질 못했지만, 가끔 뵐 때마다 좋았다.

그 무리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그 무리 속에 존재할 뿐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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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특수분장 또한 눈에 띄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 힘들었다. 3~4번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얼굴을 조합시켜 그 중 어울리는 걸 찾아내려 했다. 가장 중요했던 게, 한 번 분장하는데 2~3시간 걸리고 실제 안면근육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지였다. 그렇게 찾아낸 얼굴들이 완성본에 나온 것이다.

두 인물을 직접 다 분장한 건지?
└ 물론이다. 그리고 가면을 뜯어내는 방법도 모두 다르게 하려고 했다. 앞에는 두 갈래로 찢어내지만, 뒷부분에는 한 번에 벗겨냈다.

특수분장을 하는 동안 재미난 에피소드 없었는지?
└ 촬영하다가 가면을 쓴 채 잠깐 밥 먹으러 나간 적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특수분장한 것인지도 전혀 못 알아보더라. 그 짧은 거리였지만 재밌었다. (웃음)

성대모사도 실제로 한 건가?
└ 실제로 했다. 실제 촬영할 때는 내가 따라하려고 했던 허성태 배우님 목소리를 연습하고 녹음기로 녹음했다. 다행히 그 분 목소리도 나처럼 저음이라 따라할 수 있었다. 극 중 녹음기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내 목소리지만, 일부 부분은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통해 허성태 배우님 목소리를 사용하셨을 것이다.

유독 맞는 장면 또한 이번에 많던데 아프진 않았나?
└ 큰 액션이 아니라서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맞는 입장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맞는 건 NG 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성우가 신나게 당신을 때리던데? (웃음)
└ 나중에 GV 때 고백했는데, 그 다음이 자기가 맞는 장면이어서 때리는 강도를 나름대로 조절했다고 하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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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의 결말이 감옥에 갔다가 돌아온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 원래는 다른 버전이었다. 지성이 재판받는 버전이 있었던 거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본처럼 나온 게 좋았다.

'꾼'이 장창원 감독의 첫 연출작인데 같이 해본 소감은?
└ 감독님이 대본을 직접 썼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흘러가는 방향 등이 명확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리허설 할 때 등에서 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인 게 큰 장점이었다. 그래서 촬영하는 데 있어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인감독님과 함께 하는 걱정은 없는지?
└ 없었다. 경험 부족이 분명 있겠지만, 반대로 새롭고 신선한 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꾼'도 그렇지만, 이후에 참여했던 '협상'이라는 작품도 신인감독님과 함께 했다.

'꾼' 현빈 향한 못다한 이야기들: #도전 #연극부 #공조 #2017년 #차기작 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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