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의 '플래시백' #002 '꾼'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 앞에 공개되고, 그 중 일부 영화만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 중 필자는 해당 주에 개봉하는 '요주의 영화'를 '영알못의 플래시백'을 통해 사정없이 파헤쳐봅니다.

시놉시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지만, 여전히 살아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준 거라는 추측이 나돈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은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다며 사건 담당 검사 '박희수(유지태)'에게 그를 확실하게 잡자는 제안했고,박검사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까지 합류시켜 잠적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하는데…

 

레드오션 '범죄오락영화' 속에서 등장한 또다른 '범죄오락영화'
'꾼'이 추구하는 영화 장르는 국내영화에서 가장 흔히 봤던 '범죄오락영화'이자, 특정 인물을 상대로 속이는 사기극이다. 2017년만 하더라도 '꾼'이 개봉하기 훨씬 이전에 같은 궤를 해왔던 이병헌-강동원 주연의 '마스터'라던지, 임시완-진구 주연의 '원라인'이 개봉했던 터였기에 이미 두 영화를 접한 관객들에겐 이 장르를 향한 기대치는 상당히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꾼'을 보는 내내 '마스터'나 '원라인', 올스타급 라인업이었던 '도둑들', 혹은 10여 년 전에 개봉했던 '범죄의 재구성'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등장했지만, 그 속에서도 이들과는 약간 다른 점 또한 분명히 있었다. 시놉시스에서도 드러냈듯이,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꾼이 사기를 친다는 약간 다른 소재와 지성과 박 검사가 손을 잡는 그 순간부터 엔딩크레딧까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반전릴레이로 속도감을 끊임없이 끌어올렸다. 비슷한 듯 아닌 듯한 '꾼'의 관객을 속이는 이 매력은 호불호로 갈리고 있다.

 

훌륭하'꾼': 사기꾼 옷도 잘 어울리는 현빈, 첫 영화라 믿기지 않는 나나
닮은 듯 아닌 듯 묘한 느낌 속에서 빛났던 점은 사기꾼 집단에 중심에 서 있던 황지성의 현빈이다. 전작 '공조'에선 날카롭고 절제미의 북한 형사 '림철령'을 통해 액션을 능숙하게 소화했다면, 이번 '꾼'에선 한 층 힘을 빼며 언제든지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사기꾼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현빈이 극 중에 남기는 "의심은 해소시켜주면 확신을 시켜줘야 한다" 대사처럼, 매번 다른 방식으로 박 검사와 관객들을 의심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농락하는 그의 플레이는 자연스러웠다.

또한, '꾼'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신고식을 치른 나나의 연기력도 제법 눈에 띄었다. 아이돌 걸그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편견으로 바라보기 쉽지만, 첫 연기 데뷔작인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김단'을 연기하면서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나나는 극 중에서 미인계로 속이는 춘자를 소화하면서 첫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며 연기자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였다. 이 때문에 연기자로서 나나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실망이'꾼':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반전'이라는 중독성 강한 맛
앞서 설명했던 '꾼'의 특징인 끝없는 반전릴레이가 기존 범죄오락영화들과 차이점을 띄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이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다. "불호"라고 외친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 바로 '반전'인데, 이 반전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중독성에 취한 나머지 반전 장면을 중심축 삼아 이야기를 부자연스럽게 연결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도 반전 장면을 위해 장창원 감독이 덫을 설치해놓으나 통쾌함은 부족했다.

또한, 반전과 함께 현빈과 유지태라는 두 배우를 대립각으로 세워 마치 서로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마스터'에서 서로의 수를 예측하고 움직이는 이병헌과 강동원에서 배우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속고 속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승자박했다는 후기도 나왔다. 팝콘무비로서 성격으로선 나쁘진 않지만, 필요 이상으로 머리 아프게 만드는 반전요소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꾼'을 향한 총평
훌륭하'꾼' 혹은 실망이'꾼' 사이에서(★★★)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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