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전 13-12 승리 후 7차전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에 우승팀 판가름

▲ 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의 순간들. 사진=mlb.com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날이 왔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기쁘면서도 슬픈 날이 다가왔다. 이 발언의 주인이기도 한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고문이 소속팀의 우승을 지켜봤다면 모를 일이지만,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목전에서 놓친 만큼 그 슬픔도 클 것이라 본다. 최종 스코어 5-1,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2017 메이저리그도 종료됐다.

1962년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휴스턴이 '우승 숫자 1'을 기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5년이었다. 휴스턴의 우승으로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팀 숫자가 7개로 줄어들게 됐다. 또한,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이후 12년 만에 리그를 변경하여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데릭 벨, 크레이그 비지오, 제프 배그웰, 랜스 버크만 등 이른바 휴스턴이 자랑하는 '킬러 B'들도 이룩하지 못한 우승의 꿈을 후배들이 이루게 해 준 셈이다. 마지막 킬러 B의 주자였던 카를로스 벨트란이 선수 마지막 해에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반지를 얻게 된 것은 또 다른 이야깃거리이기도 했다.

선발은 맨 처음 나온 투수였을 뿐,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초반 대량 득점이 승부 가져가.
연장 승부까지 갔던 5차전을 잡았던 것이 휴스턴에 큰 호재

당초 7차전은 선발 투수에 대한 의미가 크게 없었다. 그저 처음에 등판하는 투수였을 뿐이었다. 이러한 점을 잘 파악한 A.J.힌치 감독은 조금 빠르다 싶을 정도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빨리 가져갔다. 아웃카운트 한 개라도 더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움직여도 되나?' 싶을 만큼 선발을 일찍 교체했고, 찰리 모튼이 나오기 전까지 3이닝을 넘긴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안타 숫자는 되려 LA 다저스가 휴스턴보다 하나 더 많았지만, 득점에서 밀렸던 것도 이러한 요인이 꽤 크게 작용됐다.

반면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남는 아쉬움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1회 초 수비가 상당히 뼈아팠다. 리드오프 스프링어의 2루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2번 브레그먼의 1루 땅볼은 제대로 처리만 됐어도 1사 3루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곧바로 3번 알튜베도 땅볼로 주자를 불러들이는 등 휴스턴이 1회 두 점을 선취하는 데 필요했던 안타는 단 하나 뿐이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판가름났던 셈이다.

그런데 의외로 2회에도 로버츠 감독은 선발 다르빗슈를 그대로 밀고 갔다. 선수기용에 대해서는 더그아웃 현장 상황에 따르는 것이기에 크게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결승점을 주게 된 요인이 됐다. 무사 2, 3루 위기에서 땅볼로 한 점을 두 준 데 이어 1번 스프링어에게 또 다시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 결국 스프링어는 이 날 경기에서 기록한 두 개의 안타를 모두 다르빗슈를 상대로 얻어 낸 셈이었다. 내일이 없는 경기를 펼쳐야 하는 입장에서 1회 직후 바로 투수를 교체했다면 어떠한 상황으로 이어졌을지 가정해 볼 법했다. 물론, 영어 단어 if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과거/현재/미래를 가정하는 일에 쓰이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선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 것은 베테랑 지도자라 해도 늘 어려운 법이다. 이는 불펜으로 등판한 커쇼가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더욱 아쉬운 장면으로 남게 됐다. 다르빗슈를 제외한 다저스 투수 네 명은 7과 1/3이닝 무실점 9탈삼진을 합작했다.

투수 놀음이 아닌 타자 놀음에서 휴스턴이 한 걸음 앞서간 것도 주효했다. 휴스턴은 득점 찬스에서 이렇다 할 적시타 없이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다저스는 1회 2사 만루 찬스에서 타격감이 좋았던 작 피더슨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무득점을 기록해야 했다. 1회부터 9회까지 10명의 주자가 나간 휴스턴은 5득점을 했고, 12명의 주자를 내보낸 다저스는 단 한 명만이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사실 시리즈 전체 승부처는 연장까지 진행됐던 5차전에 있었다. 당시 양 팀은 10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휴스턴이 13-12로 승리했는데, 만약에 이 경기를 놓쳤다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의 주인은 바뀔 수 있었다. 8회 말 종료시까지 12-9로 3점 차 리드를 잡았던 휴스턴이 9회 초 시작과 함께 푸이그에게 홈런을 맞는 등 동점까지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칠 수 있던 위기 상황 속에서 마무리 젠슨을 상대로 브레그먼의 끝내기 적시타가 터지면서 승리를 낚았던 장면이 전체 시리즈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5차전을 잡았던 기세가 6차전에 잠시 시들어지는 듯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빛을 발하면서 창단 첫 월드시리즈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었다.

한편, 월드시리즈 최고의 선수(MVP)로는 7차전 리드오프로 나서며 쐐기 결승포를 기록한 조지 스프링어(28)가 선정됐다. 스프링어는 월드시리즈 일곱 경기에서 5홈런, 7타점, 타율 0.379를 기록했다. 단일 월드시리즈 5홈런은 역대 공동 1위(1977년 레지 잭슨, 2009년 체이스 어틀리)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또한, 월드시리즈에서 네 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친 역사상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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