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김주찬 득점, 5차전 이범호 만루 홈런 '결정타'

▲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양현종. 과연 그의 내년 행보는 어떻게 될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17 KBO 리그가 모두 종료되는 데에는 11월까지 넘어갈 필요가 없었다. 한국시리즈가 단 다섯 게임만에 종료되면서, 우승팀이 결정됐다. 홈에서 첫 패를 당할 때만 해도 8년 만의 우승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법했지만,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면서 KIA 타이거즈가 2017 시즌의 주인이 됐다.전날 필자가 우스겟소리로 KIA가 샴페인을 조금 더 일찍 터뜨려도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된 셈이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5차전1-0의 근소한 리드 상황에서 터진 이범호의 쐐기 만루 홈런도 그러했고, 멀티 히트로 팀 타선을 불붙게 했던 이명기-버나디나 듀오의 활약도 대단했다. 스코어가 7-0으로 벌어지는 순간 KIA는 우승으로 향한 8부 능선을 넘어섰고, 마지막을 양현종이 장식하면서 한국시리즈 1승 1세이브를 거두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그만큼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두산도 7회에 무려 여섯 점을 뽑아내는 등 뒤늦게 타선이 응집력을 선보이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셈이다.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포인트,
바로 여기에서 결정됐다!

만약에 양현종이 마지막 9회에 등판하지 않았다면, 한국시리즈 MVP의 향방도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2차전 완봉에 이어 5차전 세이브까지 기록한 그는 한국시리즈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공을 인정받아 버나디나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양현종으로 시작해서 양현종으로 끝을 낸 만큼, 투표권을 그에게 행사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MVP를 받을 만했다. 양현종으로서는 지난해 해외 진출 실패에 대한 설움을 톡톡히 푼 셈이었다. 이로 인하여 내년 오프시즌 양현종의 거취 문제도 상당히 흥미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

그러나 사실 KIA가 11번째 한국시리즈 타이틀을 쉽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되려 긴 휴식 때문에 발목이 잡혀 1, 2차전을 치르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만약에 시리즈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순간을 잡지 못했다면, 한국시리즈는 11월에 끝났을지 모를 일이었다.

첫 번째 순간은 2차전 8~9회였다. 이 날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양현종(KIA)과 장원준(두산)은 빼어난 명품 투수전을 만들어갔다. 1-0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그  1점도 적시타에 의한 점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8회 말 KIA 공격에서 만들어졌다. 0-0, 8회 1사 1, 3루 상황에서 나지완이 친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하자 3루 주자 김주찬이 런다운에 걸린 것. 이것이 정상적인 주자 아웃 상황으로 만들어졌다면, 경기는 연장으로 치닫을 수 있었다. 바로 이 상황에서 2루에 있던 최형우가 3루로 뛰면서 양의지의 송구가 3루로 향했고, 그 틈을 타 김주찬이 홈에서 세이프됐다. 바로 이 장면이 없었다면, KIA가 나머지 시리즈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9회 초에 등판한 양현종은 구속이 다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고향에서 첫 승을 자축했다. 8회 득점이 없었다면, 양현종의 투구도 빛을 발할 뻔했다. 결과론적으로 당시 2루에서 3루로 뛰던 최형우가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상대 수비를 교란시킨 셈이었다.

두 번째 순간은 5차전 3회 초 2사 상황이었다. 1-0 근소한 리드를 이어가던 KIA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안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그대로 이닝을 종료하는듯 싶었다.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이범호는 니퍼트의 초구 슬라이더를 그대로 당겨 쳐 좌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만들어냈다. 공이 가운데로 몰린, 명확한 실투였는데 이를 베테랑 이범호가 놓치지 않았던 셈이다. 이후 두산의 무서운 추격이 뒤따랐다고는 하지만, 점수 차이를 단숨에 벌리는 이 한 방으로 KIA는 우승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스스로 만들었던 셈이다.

물론, KIA의 우승은 선수단 전체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깜짝 호투를 선보인 임기영이나 시리즈 내내 맹타를 퍼부은 버나디나 역시 우승의 주역이라 할 만하다. 특히, 3승 1패 상황에서 상대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4승을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우승팀 다웠다. 그래서 충분히 챔피언으로서 오늘을 즐길 자격이 있다. 다만, 10월 30일을 끝으로 토미 라소다 전임 LA 다저스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야구가 종료되는 날)'이 온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뒷 이야기가 풍성한 오프시즌에 어떠한 일이 발생(2차 드래프트 등)할지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 아닐까?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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