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이 아빠의 제빵 도전…취미란에 한 줄 더 추가해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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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취미생활 기본은 얕고 넓게 즐기는 거라 말했던가.

돌이켜보니 ▶통기타도 조금 해봤고 ▶춤도 췄고 ▶수영도 했으며 ▶피규어를 모으고 만들더니 이제는 ▶빵을 만들고 있다.

갑자기 웬 빵인가?

   
▲ 평소 주방 출입이 잦은 나는 단순히 요리를 넘어 제빵을 통해 주방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고이 잠들어 있던 오븐은 그 기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요섹남'이 유행이라 했던가.

TV에 너도나도 셰프들이 나오더니 모 프로그램에서 안 그래도 섹시한 차승원 씨가 차줌마로 변신하여 갖가지 요리를 척척 만들어 내더니 그 척박한 섬마을에서 빵을 굽고 피자를 만들던 모습에 감명을 받아 어느 날 문득 마트에서 강력분과 이스트를 샀다.

사실 강력분이 무엇인지 이스트는 왜 사야 하는지 계량컵은 있기나 한 것인지. 이런 질문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섹시해지고 싶어서 빵 반죽만큼 부푼 마음을 안고 제빵에 발을 들였다.

인터넷을 통해 빵 만드는 법을 검색해 보면 식빵에서부터 생크림 케이크까지 만드는 법이 자세히 혹은 간략히 나와 있다. 평소 웬만한 요리는 그냥 만들었는데 빵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어 오랜만에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강력분 200g을 준비하라는데 계량컵이 있지도 않으니 대충 크게 밥 한 공기만큼 퍼서 담았다.

   
▲ 사실 강력분이 무엇인지 이스트는 왜 사야하는지 계량컵은 있기나 한 것인지. 이런 질문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섹시해지고 싶어서 빵반죽만큼 부푼 마음을 안고 제빵에 발을 들였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티스푼으로 이스트를 조금 넣고 달걀도 두 개쯤 넣으라고 하고 소금과 설탕을 적당히 넣고 40분을 발효하고 숙성이 잘되면 밀어서 빵 모양을 잡고 잠시 기다렸다. 구우라는데 이래라저래라 하라는 건 많은데 잘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븐에서 45분 이랬나. 기다리고 나니 겉모양은 그럴싸한 빵 같은 것이 있더라.

먹어보니…음 그럴싸한데?

큰 성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실패를 보지 않아 제빵에 약간 매력을 느꼈다. 두 번째로 파운드 케이크 이런 걸 도전해봤는데 달걀흰자에 설탕을 조금 넣고 따뜻한 물 위에 중탕 그릇을 올리고 거품기로 저으면 뽀얀 생크림 같은 것이 생긴다는데 이를 '머랭'이라 한다.

   
▲ 나…나도?

머 조금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가볍게 시작한 이 작업은 한 시간(!)을 하고 나서야 머랭이 완성되었고, 크게 고생한 나는 부인에게 당장 계량컵과 전동거품기를 사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나의 첫 제빵 도구가 생겼다.

처음에 가볍게 시작한 빵 만들기를 이제 취미로 삼아 보려고 한다. 늘 그랬듯 가볍게 시작하고 가볍게 즐겨보려고 한다. 이렇게 나의 이력서 취미란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고 삶의 질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당당 milkmade@mhns.co.kr그는 '홍대'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다.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30대 유부남이자 소싯적 한 춤(!)한 이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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