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취미생활을 스트레스 받으며 할 필요는 없지.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얼마 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다양한 피겨 소식들과 여러 피겨를 구경하면서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열정에 한번 놀래고 피겨 거래 금액에 또 한 번 놀랬다.

물론 저가의 피겨도 많이 있으니 싼 게 비지떡이라고 모양새가 만족감을 주지 못하지만 그러한 점을 충분히 만족하게 해주는 제품들은 당연히 수십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에 구매하려니 손이 덜덜 떨리더라. 이 피겨는 가격이 얼마에 형성되어 있죠? 매일 부인 몰래 피겨 카페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으나 사실상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이유로 약간의 스트레스도 되었다.

어느 퇴근길. 벼르고 벼르다 화방에 들러 지점토와 모양을 다듬는 소도구를 몇 개 샀다. 집에 돌아와 부인이 먼저 잠들고 난 뒤 나는 조용히 준비해온 도구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막연한 기대감이랄까 왠지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초등학교 시절 이후 20여 년 만에 -20여 년이라니. 나는 아직도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애 같건만- 점토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 본격적으로 피겨 만들기에 돌입했다.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얼굴을 만들어볼 생각에 동그랗게 기본 모양을 만들고 모양을 다듬어 보려고 했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몇 번 만져 보지도 못했으나 재료가 굳고 갈라지면서 내가 생각했던 세밀한 무언가를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시작 30분 만에 나는 작업을 중단하고 재료를 모두 가져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실패를 경험하고 얼마 뒤 나는 다시 화방을 찾았다. 요번에는 "유토"라는 재료를 사 보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 남자 친구 같은 친밀함과 뒤에 "하드"라는 단어가 함께 있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이건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야. 그날 밤 역시 부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나는 나만의 작업실로 향하였다.

기대감만큼이나 재료는 훌륭했다. 많이 만지면 체온이 전해져 물렁거려진다는 것을 빼면 적당한 경도와 마르지 않아서 가공하기도 편하고 모양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단단하게 굳는 재료가 아니어서 원형 그대로 오래도록 보존하기는 어렵고 한동안 연습용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실 직접 피겨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오래도록 사전 조사도 많이 해봤다. 나름 다양한 방법을 공부했더니 실리콘으로 틀을 만들어 여러 개를 생산해 낼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호기심과 작은 동심을 가지고 시작했던 단순한 취미생활이 점점 더 의미와 전문적인 지식까지 쌓이고 나니 즐기는 취미생활의 또 다른 면을 본 것만 같아 뿌듯하다.

   
▲ one piece의 주인공 루피.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주는 작업이 제일 힘들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나온 만족스런 결과물.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나날이 한두 개씩 만들어보니 실력이 쌓이고 있다! 대학생일 때 교양과목으로 조형과 조각에 관한 수업이라도 들어 둘 것 그랬다.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얼굴과 팔다리도 만들어보고 이런 얼굴 저런 얼굴 사진을 보고 만들어보면서 사실 부족한 재능으로 인해 스스로 분노하며 뭉개버리기를 여러 번. 점점 모양을 다듬어가는 기술과 감각이 늘면서 점차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보기엔 부족하기에 아직도 "연습생"의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많은 피겨 원형제작자들의 작업물들을 보면 남다른 재능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열정이 불타오르기도 한다.

아직 남들 앞에 보이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어서 즐겁기만 한다. 조만간 완성작을 사람들에게 보여야겠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민식(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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