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가 교실이라는 생각이 최저학력제 활성화 부른다

▲ 선수들에게 그라운드는 교실이자 제2의 학교다. 이러한 공간에서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최근 대학 스포츠의 최대 화두는 '학습'이다. 한국 대학 스포츠 총장 협의회에서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 제25조'를 신설한 것이 이슈가 됐다. 협의회는 '학생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 이상을 취득하여야 협의회가 주최 및 주관, 또는 승인하는 각종 대회의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이로 인하여 협의회에 가입되어 있는 대학들은 본 규정이 학생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의회는 '법률 검토 결과, 규정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라며, 이번 시즌부터 해당 규정을 바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해당 규정에 직격탄을 맞은 연세대 축구부는 학점이 부족한 선수들이 과반수를 넘어 U-리그 참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협의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대학이다. 미 가입 대학들은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으며, 설령 위법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해도 아무런 예고 없이 올해부터 당장 규정을 시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발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공부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왜 교실만 교실이어야 하죠?

물론 선수들은 선수 이전에 학생이다. 공부를 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어찌 보면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학생의 본분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협의회를 포함하여 여러 '어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공부를 통해서건, 운동을 통해서건 간에 학교로 입학했다는 점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공부를 했던 학생들은 교실에서 자신의 꿈을 다졌고, 운동을 했던 학생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수학 능력 시험(및 논술 혹은 면접)을 치렀고,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서류 심사+실기 평가+면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그라운드는 넓은 의미에서 교실이면서도 '제2의 학교'였던 셈이었다.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결국 '공부'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협의회를 포함하여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어른'들은 책을 들고 공부하는 것만이 공부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쌓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었다.

최저 학력 미달 선수에 대하여 대회 자체에 대한 참가를 즉각 결정한 부분도 다시 해석해 봐야 한다. 이것이 선수들의 기본권을 박탈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보통 규정을 정해 놓으면, 일정 정도 예고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해당 규정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러한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 학생 선수들에 대한 최저 학력제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면, 경상중 차정환 감독(사진)처럼 대학원 학위를 받는 학생 선수가 등장할 수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또한, 학생 선수들에 대한 수업/교육, 그리고 학점 부여 방법도 조금 더 실질적으로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지각 없이 모두 모였으면, 그 자체를 출석 점수로 인정하는 방법도 있고, 아예 현장에서 과제를 내어 주는 방법도 있다. 교육이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다면, A4 1장 분량으로 리포트를 쓰게 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손으로 답안지를 제출하는 시험은 본인이 충실히 운동을 했다면 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방법도 고안해 볼 수 있다. 감독/코치를 교강사로 임명하여 훈련 과정을 교과 과정에 반영(예 : 트레이닝, 배팅과 러닝, 피칭법 등)하는 방법도 학생 선수들로 하여금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추후 체육 교사로도 활동할 수 있는 교육 대학 소속 선수들은 '교안을 직접 작성하는 방법' 등을 실제로 실습해 보고, 그것을 점수화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물론, 교육대학 전공 필수 과정을 수강하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이나 운동하는 학생 모두 동일하게 적용).

학생 선수들의 '최저학력제 적용'은 분명 유의미한 움직임에는 틀림없다. 운동을 그만 둔 이후에도 '자신의 손으로 이력서를 쓸 수 있고,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은 분명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자격 획득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도 '공부'에 대한 문제다. 그러나 이것을 '교실 안'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철 지난 우생학적인 이야기다. 그라운드를 교실로 여기는, 아주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A+를 받는 학생 선수도 나오고, 경상중학교 차정환 감독처럼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도 나올 수 있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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