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형님들의 실수를 동생들에게 덮어 씌우는 격

▲ 고교야구 인재들이 결국에는 프로로 직행하게 된다. 프로는 이러한 동생들을 끌어 안아야지, 배척하거나 국제 무대 부진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프로야구 출범 이후 국내/외로 많은 국제 대회가 열렸다. 작게는 리틀야구 지역 예선에서부터 시작하여 크게는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까지 매우 다양했다. 한편으로는 청소년 대표팀 전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면서 우승기를 들어 올리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아시안 게임 우승을 통하여 국내 야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가 국내에서 열린다는 점은 야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결과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국가대표팀이 '태극 전사'라는 타이틀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은 숨길 필요가 없다. 그로 인하여 높아진 야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이것이 결국 KBO 리그 전체를 되돌아 보는, 반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매스 미디어에서 '국내 리그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혹자는 전력분석과 사전 준비 부족을 지적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안이한 태도(이른바 멘탈)를 지적하기도 한다. 어떠한 주장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KBO리그 관계자들을 비롯하여 각 구단이 '참고할 법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WBC 부진의 원인이 아마야구에 있다고요?
형님들의 잘못을 왜 '동생'들에게 화풀이 하나요?

사실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은 모두 '프로'다. 프로는 본인들의 부진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이를 흔히 '전문가'라고 한다. 전문적으로 야구를 하는 이들이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 법이다. 따라서 이번 WBC에서 부진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하면 될 일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절치부심하여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에 이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본인이 출전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 속에 치러지는 WBC는 그 자체만으로 '축구 월드컵'과 같은 위상을 지닐 수 없다. 친선전이면서도 스프링캠프의 연장 선상에서 진행되는 WBC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부상 없이 대회를 마감한 이후 정규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 대회의 부진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무리들도 있다. 근본 원인이 아마야구(정확히는 고교 야구)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들은 '고교야구의 변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일선에 있는 지도자들과 선수들을 향하여 거침 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이기는 경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똑딱이 타자들이 많아지고, 똑딱이 타자들이 증가한 시점이 나무 배트 사용 시기와 일치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일본 고교야구에서는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쓰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투수들은 장타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시작하여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대형 투수가 탄생됐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는 절대 포스트 류현진/김광현을 키워낼 수 없다고 한다. 얼핏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듯한 이론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 WBC 부진을 아마야구(고교야구) 탓을 하는 것은 철 지난 우생학적인 이야기다. 특히, 올해에는 안우진(휘문고)과 같은 속구 투수들이 대거 쏟아지는 해다. 사진ⓒ김현희 기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NO)'를 넘어 '절대 아니다(NEVER)'라고 답변할 만큼 현실을 외면한 논리라 할 수 있다. '알루미늄 배트 타령'은 사실 아마야구의 위기를 거론할 때 항상 써 먹기 좋은 논리였으며, 변화구 사용 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와 똑딱이 타자들이 많아 1루에 한 걸음이라도 도달하기 쉬워진 인위적인 우투좌타의 양산 등도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이 논리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다. 이러한 오류는 고교야구 대회를 적어도 한 번 이상 '개근'을 했다면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

먼저 나무 배트의 사용으로 똑딱이 타자들이 많이 양산되었다는 논리를 살펴 보자.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하다. 실제로 나무 배트 도입 초기에는 장타가 많이 양산되지 않아 '1점'을 먼저 내기 위한 야구를 펼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점차 나무 배트에 적응하면서 힘도 늘어나게 됐고, 전국 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홈런도 심심치 않게 나오면서 중장거리 타자들도 많이 양산됐다. 또한, 프로 스카우트 팀은 오히려 '나무 배트'의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고교 시절부터 나무 배트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유망주들이 프로 적응이 쉽기 때문이다. 오히려 알루미늄 배트 사용이 '진정한 장타자를 찾아 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지금은 나무 배트 사용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되면서 이에 적응을 마친 홈런 타자들도 꽤 많이 양산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의 지명을 받은 곽경문도 2학년 때부터 홈런 타자로 유명세를 탔던 유망주였다.

어린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 또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단 한 경기만 유심히 지켜 보아도 답이 나온다. 빠른 볼과 변화구 구사 비율이 20:80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빠른 볼을 바탕으로 간간이 변화구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안우진(휘문고), 성동현-최건(장충고), 박신지(경기고), 양창섭(덕수고), 최민준(경남고), 김태우-신효승(경북고), 김민(유신고)과 같은 속구 투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러한 유망주들이 변화구로 즐겨 쓰는 슬라이더도 사실은 빠른 볼 그립과 유사한 방법으로 구사한다. 특히 최근에는 유망주들의 혹사를 막고자 수준급 투수 2~3명을 한꺼번에 키워내는 '깨어 있는 사령탑'들이 많아지면서 지도 방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WBC의 부진을 아마야구(고교야구)의 '변질'로 모는 것은 상당히 이분법적인 논리일 수밖에 없다. 이는 밤/낮으로 선수 육성에 애를 쓰는 일선 지도자 모두를 욕되게 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는 '프로야구에 몸 담고 있는 형님'들의 실수를 애꿏은 동생들에게 덮어 씌우는 셈이다. 이른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기는 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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