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밖에 모르고 살 것 같은 인상 풍겼으나, 야구장 밖 위법 행동에 '발목'

▲ 넥센 시절의 강정호. 이때까지만 해도 그라운드 안에서 강정호는 신사였다. 적어도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마무리되고, 3월 말을 기점으로 시즌이 개막되면서, 본격적인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야구는 프로선수 '형님'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중학야구는 소년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시즌이 개막됐고, 고교야구 역시 3월 25일을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전반기 주말리그전이 열리게 됐다. 특히, 올해 고교야구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전국의 인재들이 대거 쏟아지는 시기이기에 프로야구 못지 않은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서울지역은 주말리그 전 경기를 무료로 진행, 야구팬들 누구나 목동/신월/구의야구장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야구팬들도 프로야구와 함께 중학, 고교, 대학야구도 함께 관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렇게 프로/아마야구 선수들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뽐내기 위해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재활에 몰두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본인이 뛰고 싶은 의사가 있어도 뛰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승부조작 사건이 '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완전히 박탈당한 경우'에 속한다면, 음주운전 사건으로 비자 발급이 거부된 강정호의 사례는 본인이 법규를 제대로 준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강정호의 사례는 프로리그는 물론,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꽤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선수단 전체에 큰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교보재(?) 거리가 생산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라운드의 신사 강정호,
왜 그라운드 밖에서는 신사답지 못했는가?

사실 강정호는 '그라운드의 신사'였다. 야구장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만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넥센이 스폰서 없이 운영됐던 2009 시즌에는 KBS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 김시진 당시 감독과 정민태 코치를 비롯하여 주요 선수들이 출연한 바 있었다. 당시 주요 선수들은 야구 선수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스포테이너'로서의 끼를 발산하면서 시청자들과 야구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당시 선수 대표로 출전한 정수성 코치, 황재균 등은 '턱돌이' 가면을 쓰고 친선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등 다소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강정호만 본인 순서에 등장하여 수비/주루 지도만 하였을 뿐, 이후에는 조용히 더그 아웃에 들어와 촬영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 정도로 묵묵했고, 야구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그 모습을 지켜 봤던 이들 모두 "다른 선수는 잘 모르겠으나, 강정호만큼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 선수라 본다."라며 호평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이러한 평가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라인업을 지키며 팀내 최고 활약을 펼쳤고, 40홈런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유격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나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야수로 자리를 굳히기도 했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에는 소속팀 피츠버그에 주요 경쟁자들이 많아 스타팅 멤버로 자리잡기 어려워 보였지만, 본인의 노력만으로 4번 타자 자리까지 차지했던 강정호였다. 수비 역시 팀의 필요에 따라 3루수나 유격수로 모두 출장하는 빼어남을 선보였다. 그대로 갈 경우, 빅리그에서 호평을 받는 동양인 내야수로 자기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라운드 밖'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 바로 음주 운전이었다. 놀라운 것은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한, 두차례가 아니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서 강정호에 제법 높은 형량을 구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위법한 일'에 대한 발생으로 인하여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최악의 경우, 이번 시즌에 마이너리그에서도 강정호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1년 내내 송사로 법원을 드나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안에서 신사다운 모습을 보였던 그였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팬들이나 지인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다녔던 것이 어찌 보면 '뒤늦게' 발각된 셈이다. 이러한 위법 사실에 대해 법적인 처분을 받는다는, 매우 상식적인 일이 이번에 발생한 것이다. '술 한 잔 했지만, 아무렇지 않으니 운전해도 되겠지!'라는 일부 선수들의 안이한 생각에 쐐기를 박을 법하다.

그런데, 굳이 강정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일부 성숙하지 못한 프로야구 형님들은 늘 음주로 인하여 스스로 문제를 키워 왔다. '경기가 끝나고 한 잔 해도 된다 → 한 잔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받고, 스트레스를 푼다 → 스트레스를 풀었으니, 이제 차를 가지고 거주지로 돌아가도 된다'라는 이상한 삼단 논법을 세워놓은 것이 치명타였던 것이다.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로 거듭날 이들이 만약에 이 사례를 보고 있다면, '술을 좋아하지 말되, 어쩔 수 없이 술을 한 잔 해도 자동차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매우 상식적이고 초등학생도 알 만한 진리를 지켜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 스타가 '사회면'에 기사가 오르내리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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