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시대에 영웅을 필요할 때, 뮤지컬 '영웅'이 공연된다.

24일 프레스콜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선보인 뮤지컬 '영웅'은 지난 18일에 개막해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였던 광화문에서 공연되는 이번 '영웅'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쏴죽인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담은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일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2009년 LG아트센터 초연을 통해 '더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각각 6관왕을 차지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예술의전당, 블루스퀘어, 국립극장 등을 거쳤다. 2011년에는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공연을, 2015년 2월에는 중국 하얼빈에서도 공연하며 '명성황후'와 더불어 한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왔다.

   
 ▲ 좌측부터 이지훈, 안재욱, 정성화, 정재은, 리사, 박정아, 양준모

이번 시즌에는 특히 눈에 띄는 게 제작진이 수차례 공을 들였다고 밝힌 배우 안재욱의 합류다. 실제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씨로서 언젠가는 이 역을 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힌 안재욱이 보여줄 새로운 '안중근'이 2017년 어떤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설지 기대가 모인 상황이다.

한편, 이날 프레스콜은 암전 상태에서 장시간 지연이 생기는 등 다소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런 아쉬움을 날려버릴 만큼 단지동맹, 추격전 등 명장면으로 꼽혀왔던 장면들이 대거 선보였다. 정성화, 단지 11인의 '단지동맹', 김상현(와다 역), 남자 앙상블의 '추격 1', 이지훈, 임선애(조마리아 역)의 '영웅', 이지훈, 정의욱, 노태빈, 박종찬, 이지민, 최재형의 '그날을 기약하며', 양준모, 정의욱, 노태빈, 박정원, 김봉환(판사 역), 전체 앙상블이 함께한 '누가 죄인인가', 안재욱, 정일현(치바 역)의 '동양평화', 안재욱, 임선애(조마리아 역)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안재욱의 '장부가'까지 총 8장면을 통해 뮤지컬 '영웅'의 화려한 무대와 음악의 조화를 선보였다.

이후 정성화, 안재욱, 이지훈, 양준모, 리사, 박정아, 정재은, 허민진(크레용팝 초아), 이지민이 참석한 질의응답이 열렸다.

   
▲ 좌측부터 허민진, 양준모, 박정아, 정성화, 리사, 안재욱, 정재은, 이지훈, 이지민

2015년 '덕혜옹주'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영웅'도 역사극이다. 영웅에서 맡은 '링링'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ㄴ 허민진: '덕혜옹주'에 이어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담은 '영웅'에 참여하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링링은 밝고 사랑스러운 넘버를 부르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링링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링링'은 '안중근'을 짝사랑하는 역할이다. 네 명의 안중근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는가.

ㄴ 이지민: 네 분 모두 따뜻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준모 오빠는 따뜻하고 다정해서 매번 감동한다. 항상 코멘트 해주시고 어려워하는 부분도 먼저 조언해주신다. 성화 오빠는 2008년 뮤지컬 '굿바이 걸'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결같이 자상하고 꼼꼼하시다. 연출님이 '영웅'의 아버지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다면 성화 오빠는 어머니 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안재욱 선배님은 처음 뵀을 때 포스가 있어서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재밌으시다. 또 앙상블 오빠들이 후배들에게 술과 먹을 것을 제일 잘 사주신다고 했다. 지훈 오빠는 너무 잘생겼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직 한 번도 뭘 사주시지 않았다고 앙상블 오빠들이 말했다.

   
 

'설희'는 가상 인물이다. 연기할 때 어떤 부분을 상상하며 연기에 임했나.

ㄴ 정재은: 연습 초반에는 가상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 저와 제 옆에 계신 분들도 가상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의 누구든 될 수 있는 독립투사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다.

궁녀부터 게이샤까지 애절함과 슬픔, 강인함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 관객에게 어떤 캐릭터로 표현되고 싶은가.

ㄴ 리사: 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그 당시 설희 같은 이름 모를 희생자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을 대변해서 마음을 담아 연기하려고 한다. 극 중에서는 여자 안중근이라고 생각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궁녀에서 게이샤로 변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빼어난 춤솜씨로 이토 히로부미를 사로잡아야 하는데 역할 중에 '설희'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면.

ㄴ 박정아: 일본에서 게이샤가 되어 이토 히로부미라는 관료가 있는 자리에서 춤을 출 정도가 되려면 어마어마한 연습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는 여성스럽고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설희'를 맡은 정재은씨, 리사씨 모두 춤을 추는 모습이 다르다. 그런 모습을 보시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표정이나 손끝, 숨소리 하나까지 신경을 쓰며 안무 동작을 하는데 그런 모습에 이토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실제로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씨라고 들었다. 집안의 어르신이라 더 부담될 수도 있고 역사 속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표현을 했는가.

ㄴ 안재욱: 이미 성공한 작품에 뒤이어 합류하는 부담감도 크지만 늘 마음 한편으로는 '영웅'의 안중근 의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책임감이 있었다. 이번 공연을 함께 하면서 그 다짐이 헛되지 않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선조를 떠나서 우리 민족 전체의 영웅이기 때문에 그 인물의 명예에 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거사를 치르는 당일의 현장보다는 그 모습 이전에 마음을 다지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을지 상상한다. 그의 진정성과 진실성을 무대에서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임하고 있다.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

ㄴ 정성화: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신께서 이렇게 절실하게 되찾은 나라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된 것에 대해 후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애국하는 마음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오랜만에 '영웅'으로 만나게 됐는데 그 전과 지금 다른 점이 있는가.

ㄴ 양준모: 2010년 공연했을 때, 안중근 장군님께서 거사하신 나이와 제 나이가 똑같았다. 역사적으로 친구인 안중근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작품에 쓰인 안중근 장군님의 고뇌와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7, 8년 동안 나름대로 많은 경험도 했고 갈증과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에 안중근 장군님을 다시 연기하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때는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고뇌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안중근이 되지 않을까.

   
 

내일이 첫 공연이라는 말을 들었다.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ㄴ 이지훈: 부족하지만, 좋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영광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그 전의 작품들은 자유분방하고 밝은 캐릭터들이 주를 이뤘는데 '영웅'의 안중근을 준비하며 중후하고 묵직하고 소리 자체도 중저음들을 많이 쓰면서 무게감 있는 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 평소 가진 색깔을 완전히 뒤집어야 해서 쉽지는 않지만 지금 준비하는 과정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의 나아갈 다음 뮤지컬도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영웅'이 오픈을 하고 어떤 반응이 올지 기대가 되고 부담도 되지만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저에게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번 시즌만의 특별한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ㄴ 정성화: 뮤지컬 '영웅'이 거쳐 왔던 극장의 변천사를 보면 LG아트센터, 블루스퀘어를 거쳐 세종문화회관에 이르게 됐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극장의 특성을 보면 굉장히 넓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끝에 있는 관객분들에게도 감정을 잘 표현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굵은 선의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한 연습을 해왔다. 또 동선 등에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집어넣었다. 안재욱 선배님이 들어오시면서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하는 건의들이 전반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요즘 시국이 어려운데 이런 와중에 안중근 의사역을 맡았는데 진정한 리더상은 어떤 것인가.

ㄴ 정성화: 진정한 리더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속해있는 나라 혹은 단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개를 가지신 분이다. 나라나 단체를 위해 가장 크게 봉사해야 할 사람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ㄴ 안재욱: 리더뿐만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옳은 삶 중 하나가 '척'하지 않는 삶이다. 리더인척, 힘이 센 척, 돈이 많은 척, 마치 뛰어난 영웅처럼 뛰어난 척하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올바르게 살았던 사람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진실함, 그리고 거기에 동반되는 책임감이 있는 진정한 리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안중근'하면 '정성화'인데 거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정성화 배우와 차별점을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안재욱: 정성화의 연기는 많은 관객에게 박수를 받았고 이미 그것은 정평이 나 있는 사실이며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연기라는 것이 본인이 하는 연기도 어제 했던 것과 오늘 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같은 대본임에도 내일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저는 애초부터 정성화와 양준모의 모습을 이용하거나 활용해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한테는 오늘 디디는 무대가 나에게 새로운 무대 역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집중하겠다.

   
 

[글] 문화뉴스 김수미 인턴기자 monkey@mhns.co.kr

[편집·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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