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 기획공연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Ⅱ' 가족음악극 '십이야' 30일까지 열려

   
▲ '십이야'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린이 기자단'이 동시에 취재를 진행했다.

[문화뉴스] "2014년 이전에 각색했다면 조금 더 소동이 많이 일어나고, 복잡한 사건들을 많이 등장시켰을 것 같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이 작품을 볼 땐,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원래 있던 것 중 찾지 못했을 것들을 그 이후에 다시 발견했을 뿐이다."

 
서울시극단이 13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Ⅱ'인 가족음악극 '십이야'를 펼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온 가족이 쉽게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이 공연은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템페스트'를 공연하며 호응을 받았다.
 
당시 '템페스트'를 각색한 오세혁 작가는 태풍이 불어 나폴리의 왕 '알론소' 일행이 탄 배가 '프로스페로'의 마법으로 폭풍우 속에서 배가 침몰하는 장면에서 마치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곤잘로'는 "멋지다! 왕이 백성을 버리지 않고, 선장이 승객들을 버리지 않고, 요리사가 요리재료를 버리지 않는 세상!"이라고 말했는데, 선장은 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었으며, 배에 탄 왕도 피하지 않고 배에 타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았다. '직업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 쌍둥이 남매인 '바이올라'(왼쪽, 이지연)와 '세바스찬'(오른쪽, 호효훈)이 난파로 인해 헤어진다.
 
'십이야' 역시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쌍둥이 남매인 '바이올라'(이지연)와 '세바스찬'(호효훈)이 난파로 인해, 지중해에 있는 섬 일리리아 해변에서 헤어지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 깊다. 쌍둥이 남매는 물에 빠지게 되고, 바다 위의 해적들은 "폭풍우 때문에 힘듭니다"라고 구조를 머뭇거린다. 그러자 해적 두목은 "시끄럽다! 사람을 구하는데 조건은 없다"고 말한다. 다른 해적이 "저들을 구하려다 자칫하면 우리도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두목은 "시끄럽다! 사람을 구하는데 이기심 따윈 없다"고 외친다. 자연스레 세월호에서 구하지 못한 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마치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모아나'처럼 사회적 함의를 가득 채운 가족음악극 '십이야'의 프레스콜이 13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엔 프로그램 취지에 맞춰 미래 기자를 꿈꾸는 '경기도 꿈나무 기자단' 60여 명을 초청해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취재 기자 못지않은 질문들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 김수희 연출, 오세혁 작가에게 쏟아졌다. 그 질의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소개해달라.
ㄴ 김광보 :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명작이다. 어렵지 않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냈다. 작년 '템페스트'에 이어서 지금은 '십이야', 다음 해에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인사드릴 예정이다.

가족 음악극 '십이야' 연출을 맡은 소감은?
ㄴ 김수희 : 작년에 '템페스트'의 바통을 넘겨받아 연출을 맡게 됐다. 감개무량하다. 어린이 여러분과 부모님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맡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극을 해보게 됐다는 점에 감사하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공연을 이어가는 일은 관객분들께서 많이 봐주셨기에 가능했다. 올해 보여드릴 '십이야'와 내년에 선보일 '한여름 밤의 꿈' 모두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십이야' 원작과 각색된 버전을 비교한다면?
ㄴ 오세혁 : 원작과 각색의 기본적인 뼈대는 같다. 쌍둥이 남매가 여행하다가 풍랑을 만나 헤어지게 되고, 서로를 열심히 찾는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나타난다. 각색하면서 관객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면마다 광대들이 나와서 싸우는 것도 즐겁게, 여행도 즐겁게, 모든 점에서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현실에서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작에서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열심히 찾는 모습과 그들을 사랑 혹은 우정을 통해 돕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좋은 사람들을 오래 보여주는 것에 의의를 뒀고, 즐거움을 주려는 것에 가장 많이 노력했다.

어린이 기자단이 참석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ㄴ 오세혁 : 참 훌륭한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나도 어린이 기자단 출신으로서 교실에서 학급신문을 만들었다. 그 경험이 바탕이 돼 오늘날 이렇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웃음). 계속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린이 기자단을 배출하신 부모님들 역시 훌륭하시다.
 
   
▲ 오세혁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저 계급론, 세월호 사건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이 지난해 '템페스트'에 이어 등장했다. 그런 부분을 추가해서 넣은 이유는?
ㄴ 오세혁 : 내가 사는 곳이 경기도 안산이다. 2014년 이후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자신도 공연 활동 방향을 많이 바꿨다. 2014년 이전에 각색했다면 조금 더 소동이 많이 일어나고, 복잡한 사건들을 많이 등장시켰을 것 같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이 작품을 볼 땐,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원래 있던 것 중 찾지 못했을 것들을 그 이후에 다시 발견했을 뿐이다.
 
공연 연령층을 지난해 시리즈 1편이었던 '템페스트'보다 좀 더 낮춘 것 같은데, 어떤 연출을 하고자 했나?
ㄴ 김수희 : 희곡을 처음 읽었을 때, 오세혁 작가가 담고자 하는 생각이 좋았다.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대사들에도 공감했다. 배우들이 연기할 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텍스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한, 연령층에 대해서는 디자인 회의를 하면서 작가님께서 '광대로 콘셉트를 바꾸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배경이나 소품, 배우 의상까지도 광대 콘셉트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좀 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공공극장에서 어린이극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김광보 : 제일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극작의 공급 부분이다. 공공흥행은 굉장히 다양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 전체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공공 극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다.
 
   
▲ '십이야'의 한 장면.
 
이번 작품에서 어떤 면을 부각해야겠다고 생각했나?
ㄴ 오세혁 :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 창작하는 사람일 때는 셰익스피어 선생님과 원래 거리가 멀었는데 각색을 맡으면서 많이 알게 됐다. 큰 극장에서 많이 재연됐지만, 사실 셰익스피어의 공연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터 같은 곳에서 연극을 했다. 그래서 중간에 보게 된 사람도 지루하지 않도록 모든 장면에서 칼싸움, 노래, 춤이 배치됐다. 연극을 통해서 우리가 모르는 세상 속으로 다가가는 간접 체험적인 부분도 느낄 수 있지만, 옛날 셰익스피어의 공연처럼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극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하 어린이 기자단 질문)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극을 각색했는가?
ㄴ 오세혁 : 나는 극장에 올 관객들을 상상하며 각색을 한다. '십이야' 작품은 가족 음악극이다 보니 어린이들과 같이 보는 가족 모두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모두의 눈높이를 맞추도록 각색하는 게 힘들었지만,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노력했다.
 
연극을 연출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ㄴ 김수희 : 나는 작은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극단의 배우들과 연습할 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보자는 것에 중심을 두지만 '십이야'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관객들에게 즐거운 새해, 설,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웃으며 극장 밖을 나갔으면 좋겠다는 상상으로 연출했다.
 
   
▲ 김수희 연출이 어린이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관객이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보았으면 좋겠나?
ㄴ 김광보 : 연극은 영화나 TV 드라마와 다르게 한순간에 모든 것이 흘러간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연극에 집중하고 즐기며 보면 좋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연을 보면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준비할 때, 얼마나 연습했는가?
ㄴ 김수희 : 연습은 두 달 정도 한다. 초반에는 작가님이 글을 써주시면 읽는 시간을 보낸다. 그때는 4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무대 밟기라는 동선 만들어내는 과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숙련해서 공연한다.
 
배우들 간에 갈등이 없었나?
ㄴ 김수희 : 큰 부딪힘은 없었다. 이번 작품은 서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오세혁 : 서울시 극단에서 요청이 왔기 때문이다. (웃음)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배우들이 노래를 잘하는데 성악을 전공한 건가?
ㄴ 김수희 : 성악을 전공한 배우는 한 명도 없다. 전송이 음악감독님과 엄청난 연습을 통해 완성됐다.
 
원작을 읽어봤다. 원작과 다르게 '세바스찬'이 '올리비아'에게 반하도록 각색한 이유가 있다면?
ㄴ 오세혁 : 원작을 읽어보셨다니 긴장된다. 원작은 얼떨결에 따라가는 식으로 돼 있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얼떨결에 따라갔다 결혼하는 게 맞나 싶었다. 사람이니까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세바스찬'이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거로 바꾸게 됐다.
 
   
▲ '십이야'의 한 장면.
 
셰익스피어 작품 중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생각은 없는지?
ㄴ 김광보 : 셰익스피어 작품은 굉장히 다양하고 폭이 넓다. 기자님의 조언을 참조해서 한번 반영해보겠다.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싶었는가?
ㄴ 김수희 :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그때마다 꽁무니 빼듯 하는 답이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음에도 꼭 보러 와주세요"다. 공연을 보는 이 시간이 평생의 좋은 기억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꼭 보러 와 달라.

[글·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정리]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문화뉴스 박다율 인턴기자 1004@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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