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50 '범죄도시'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지난 편 추석연휴 쟁탈전: '아이 캔 스피크' VS '킹스맨 2' VS '남한산성' VS '범죄도시' [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를 통해 추석연휴 박스오피스 판도를 대충 점찍어보았으나, 보기좋게 둘 다 틀렸다. 두 기자의 예측은 철저하게 깨졌고, '범죄도시'가 박스오피스 4위에서 1위까지 올라서는 역전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관객들이 왜 '범죄도시'를 찾게 되었는지 두 사람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다.

추석연휴 박스오피스 예측을 틀린 걸 축하한다(?). 두 사람의 예상에 철저히 벗어났던 '범죄도시'가 승자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을 거두었던 영화들의 공식을 잘 살펴보면 대체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액션 아니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사극영화다. '범죄도시'와 연휴 내내 경쟁했던 '킹스맨: 골든 서클(액션)'이나 '남한산성(사극)', '아이 캔 스피크(감동)', 하나같이 강한 경쟁 상대였다. 그런데도 '범죄도시'가 1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바로 사이다 같은 통쾌한 맛이 너무나 강해서였다. 억지 감동이나 깊은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닌, 겉모습부터 "우리 영화는 사이다야"라고 어필해왔으니 관객 입장에선 고민 없이 '범죄도시'를 원픽(1pick)했을 것이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오직 마동석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 덩치를 이용해 '다스 베이더'처럼 포스를 쓰는 힘이 있으며, CF에 등장하는 '화장품 가게 사장'과 같은 모습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배우다. 그런 배우가 이렇게 딱 맞는 옷을 입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다. 첫 장면부터 기세 좋게 마동석은 "칼을 집어넣으라"라고 오히려 악인에게 협박한다. 그런 패기의 영화는 이미 많이 봤지만, 마동석이 하니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대사 또한 어떠한가? 지금 "진실의 방으로" 악인들을 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가? 바로 이것이 추석 흥행의 이유다.

두 사람이 보는 '범죄도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ㄴ 양 : 참으로 장·단점이 명확하다. 마동석과 윤계상의 대결로 인한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하다. 윤계상이 하는 모든 짓은 참 나쁘다. 저런 나쁜 캐릭터에겐 줄 쌀도 아깝다. 그렇기 때문에 악인을 확실하게 제압한다는 것이 '범죄도시'의 핵심 장점이다. 단점을 언급하자면, 언제나 그랬듯이 남성 중심의 영화에서 볼 수밖에 없는 시선, 대사, 액션 등이 쏟아진다. '조선족 비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화를 강조한 점도 있겠지만, 만약 이런 강조를 했음에도 피로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그저 흔한 영화가 될 것이다. 여기에 마동석 역시 초반부엔 썩 좋은 형사로 등장하지 않는 점도 포함될 수 있다.

 

석 : 양 기자의 말에 동의한다. '범죄도시'는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마동석이 직접 나서서 체포하여 정의 구현한다"는 확고한 뼈대가 있기에,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웃음요소를 살처럼 붙이기만 하면 된다. 좀 더 체계적인 이야기와 허를 찌르는 요소들이 치밀하게 반영되었다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 필적한 영화로 거듭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나 단조로운 이야기 때문에 그에 도달하지 못했다. 쓸데없이 조금 진지하게 '범죄도시'를 바라본다면, 하루 동안 26명 범죄자를 일망타진하는 과정과 범인을 한 방에 제압하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범죄도시'가 박스오피스 1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10월 2주차에도 변함없이 새 영화들이 개봉했다. 개봉작 중 두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는?
ㄴ 석 : 단연 '블레이드 러너 2049'다. 무려 35년 만에 속편이 나왔다는 의의도 있지만, 리들리 스콧-드니 빌뇌브라는 거의 보기 힘든 SF 영화의 환상조합과 명망 높은 두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게 영화 또한 'Another Level'이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를 2017년 SF 영화 스타일에 재해석하여 더욱 더 세련된 LA와 2049년까지 이어지는 확대된 세계관, 그리고 '인간성이 무엇인가?'는 전작의 묵직한 물음에 한 층 진화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메시지를 정립했다. 163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지만, 몰입도 또한 높기에 '순삭'이 무엇인가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양 : 당연히 이번 주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강력히 추천하지만, '나의 엔젤'이라는 다양성영화도 소개한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인 '마들렌'과 몸이 투명한 소년 '엔젤'의 사랑을 다뤘다. 지금까지 '투명인간'이 등장한 주요 영화가 '투명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참으로 순수하며, 따뜻한 색채의 사용으로 푸근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 2049'와 다르게 80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순수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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