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추석황금연휴 특집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9월 30일부터 시작한 이번 추석연휴는 그 어느때보다도 길다. 지난 5월 황금연휴보다 더 길기에 친척을 방문하는 이들 이외에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도 제법 많다. 휴일이 길다보니 추석연휴 극장에서 무엇을 봐야할 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추석연휴 박스오피스를 차지한 영화 4편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아이 캔 스피크', '킹스맨: 골든 서클', '남한산성', 그리고 '범죄도시'가 되겠다.

'아이 캔 스피크'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과거 '스카우트'를 통해 코미디와 5.18 민주화운동의 메시지를 둘 다 잡았던 김현석 감독은 '아이 캔 스피크'로 '군함도'가 못했던 말을 대신 전달한다. 지난 2007년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미 연방하원의 'H.R 121' 결의안을 주요 뼈대로 삼아, 민감할 수 있는 위안부 피해자 소재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을 보듬어주고 '당신들도 말할 수 있다'며 굵직한 메시지와 선을 넘지 않는 휴먼코미디로 잘 버무렸다. '아이 캔 스피크'로 할머니-손자 케미를 선보여 관객들을 보듬어 준 나문희-이제훈 조합도 '아이 캔 스피크'를 스테디셀러로 만든 원동력이다. ★★★☆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직접적이면서, 가장 간접적인 영화다. 직접적이라는 말은 '나옥분'과 '정심'이라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며, 간접적이라는 말은 '위안소' 장면이 없음에도 그 참상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숙은 '귀향'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를 절절하게 연기한다. 나문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펼치는 장면은 '올해의 스피치'라 해도 충분하며, 이는 김현석 감독의 뚝심이 보이는 연출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화 소재 영화를 어떻게 하면 웃음과 감동을 적절하게 안배할 줄 알기 때문이다. ★★★☆

'킹스맨: 골든 서클'
ㄴ 석 :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는 희대의 명언과 함께 정장과 포마드 등 영화 이외 패션계에서도 유행을 선도하며 '청불영화 신화'를 썼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컸나 보다. 매튜 본 감독은 '골든 서클'을 통해 청불 오락영화의 끝을 찍을 기세로 시작부터 강력한 액션과 확장된 세계관, B급 유머로 무장한 판을 크게 벌리지만, '속편 징크스'에 빠져 2% 아쉬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편과 비교했을 때 느끼는 감정일 뿐, '골든 서클' 자체만 놓고 본다면 결코 나쁜 영화는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

 

양 : 분명 재미난 영화다. 다만,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충격적인 영상미와 이야기를 자랑했기 때문에 '골든 서클'은 따라가기 급급했다는 강박관념이 선명하게 보였다. 전편의 참신함은 그대로 차용됐지만, 전편보다 멋있다고 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1편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이 등장하면서 머리가 터지는 그런 B급 액션을 기대했다면 특히 그렇다. 사무엘 L. 잭슨의 '발렌타인'보다 줄리안 무어의 '포피'는 밋밋하다. 그래도 엘튼 존의 등장은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켰다. '스테이츠맨'이 등장하며 세계관을 확장했는데, 속편이 등장한다면 부디 좋은 방향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면 좋겠다. ★★★

'남한산성'
ㄴ 석 : '병자호란'이라는 한국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기에 황동혁 감독은 접근하는 데 있어 만전에 신중함을 기했다. 특히, 철저하게 고증하고자 촬영 시기부터 복장, 심지어 배우들이 내는 입김까지 최대한 신경 썼다. 그리고 최명길과 김상헌으로 분한 이병헌과 김윤석 투톱의 불꽃 튀는 설전과 장악력은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우리의 슬픈 역사를 과감하게 정면으로 드러낸 점은 좋으나, '남한산성'을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의문스럽다. 또한,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했기에 일부 실존 인물을 역사와 다소 다르게 다룬 부분에 대해 논란이 생길지도. ★★★

 

양 : 음악감독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통해 추위와 어두움을 모두 표현한 바 있다. '남한산성'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당장이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겉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배우들이 행궁에서 내는 입김은 진짜다. 황동혁 감독은 이처럼 배우들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가며 연기를 이끈다. 이병헌과 김윤석이 처음 만났다는 것도 인상적인데, 둘의 합은 조선시대 '쇼미더머니'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김윤석이 첫 정통사극에 출연했다는 점을 안다면 더 놀랄 것이다. ★★★☆

'범죄도시'
ㄴ 석 : '범죄도시'는 장·단점이 상당히 뚜렷한 영화다. 조선족을 폭력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었던 '청년경찰'과 달리, '범죄도시'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논란을 피해갔다. 또한, 그동안 '수사'에 초점을 맞췄던 형사영화와 달리, '범인체포'에 중점을 두어 '악인을 처벌하고 정의구현 한다'는 마동석 버전의 사이다를 선사했다. 또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윤계상의 잔인무도함도 제법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상큼하게 터뜨리겠다'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악인들은 전부 한 방에 나가떨어졌고, 이야기에는 우연성과 판타지가 너무나도 강했다. 좀 더 보완했다면 '베테랑'이 될 수 있었는데... ★★☆

 

양 : 최근 '청년경찰' 때문에 등장한 '조선족 비하' 여론을 의식했는지 처음부터 '실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마을 주민들이 경찰과 힘을 합쳐 조선족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한다. 여기에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확실한 악역을 맡으며 플롯의 힘을 돕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것은 '마석도' 역할의 마동석이다. '범죄도시'에는 지금까지 마동석이 한 모든 액션을 한 영화로 한 데 합쳐 '캡틴 마동석'을 탄생시켜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마동석과 윤계상의 결전이 펼쳐지는 공항 화장실 장면은 웃음과 액션을 동시에 보여준다. ★★★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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