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현장. 2014년 4월 16일 밤, 김봉규 ⓒ 류가헌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2014년 4월 16일. 팽목항 앞바다는 어둡고 차가웠다. 해군 수송기가 발포한 조명탄에 뒤집힌 배의 형체가 드러났으나, 짧은 순간뿐이었다. 짙은 어둠은 이내 배를 집어 삼켰고 바다에는 거센 파도만이 남았다. 먹먹하고도, 먹먹했다. 

'모든 사진은 부재의 한 표현'이라고 했지만, 부재하는 어제를 오늘의 현존으로 눈앞에 펼쳐 보여 주는 것 또한 사진이다. 김봉규의 사진 '팽목항에서', 여전히 세월호는 바다 위에 선미를 드러낸 채다.   

3년 전 그날, 김봉규는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자동차가 기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진도 팽목항까지 달렸다. 25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기자로서 한국 현대사의 허다한 현장들을 지켜 온 그다. 그런 기자로서의 예민함과 민첩함이 그를 사건 현장으로 빠르게 이끌었다. 

현장에 도착했으나, 승객 304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해가는 비극 앞에 감히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기자로서 현장에 갔지만, 그 참담한 바다 앞에서는 김봉규라는 한 개인일 뿐이었다. 수많은 나날을 팽목항에서 서성였다. 

다른 사건 현장들 같았으면 기자로서 '명확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화두였겠으나, 그는 그날의 팽목항 현장을 '충실하게' 담고자 노력했다. 그의 사진에는 바다에 뛰어드는 잠수부부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들, 기도하는 스님들까지 팽목항의 사람들이 있다. 시신과 함께 건져 올린 녹슨 빗부터 희생자 수만큼 많은 노란 리본, 바다 위를 떠도는 국화꽃까지 팽목항의 사물들이 있다. 배를 집어 삼킨 바다와 어둠이 있다. 모두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현실에 대한 빠짐없는 기록이다.

▲ 동거차도 앞바다 다이빙 벨 시험. 2014년 4월 29일 오전, 김봉규 ⓒ 류가헌

"세월호는 3년이 지나서야 인양되었다. 세월호의 침몰, 아이들의 처참한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김봉규의 말처럼,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팽목항에서'는 지독히도 생생하게 그 현실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사진이, 그날의 팽목항 앞에 오늘의 우리를 세우는 것이다. 

김봉규 사진전 '팽목항에서'는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함께 나와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현실'로서의 역할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작가 김봉규는 사진기자로 밥벌이를 해오고 있다. 1990년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사진부를 거쳐 1996년 9월, 한겨레신문 편집국 사진부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까지 근무(출판국 사진부)하고 있다. 저서로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 한국'(2011)이 있으며 '조선왕릉' 작업을 최근에 마쳤다. 현재 민간인 학살(Genocide)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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