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32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현재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중이다. 올해 벌써 70회를 맞이한 칸 영화제에, 이번에도 한국 영화가 어김없이 진출했다. 경쟁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비경쟁부문에 초대받은 한국영화들도 많다. 그 중에서,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어 칸 현지에서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한당'은 기존 한국의 다른 범죄영화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띄고 있다. 그럼에도, '불한당'이 주목받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가?
ㄴ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영화 촬영 전 스토리보드, 콘티에 공을 들인 모습이 너무나 잘보였다. 원테이크 액션 장면은 마치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볼 수 있는 교회 액션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욕심이 보였다. 클라이맥스 장면에 나오는 총격 장면은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아드레날린을 폭발하게 한다. 첫 영화의 제목이 장면과 엔드크레딧이 등장하기 전 장면의 묘한 일치 역시 인상적이다. 조형래 촬영 감독과 박정우 조명 감독, 그리고 한아름 미술 감독 등 스태프의 열정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양 기자가 언급했듯이, '불한당'을 보면 기술적인 면에서 여러모로 공들였던 흔적이 보여 조금 색다르다고 느껴질 수 있다. 영화의 핵심인 배우들의 열연이 없다면, 기법들은 빛이 바랬을 지도 모른다. '불한당'은 두 주연배우인 설경구와 임시완의 연기력이 정점에 달했다. 그동안 정면으로 강렬함을 선사했던 설경구는 '불한당'을 통해 처음으로 옆모습을 많이 드러내며 신선함을 불어넣었는가 하면, 줄곧 좋은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던 임시완은 최고의 감정선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잘 알겠다. 현재 '불한당'은 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음에도 국내 관객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ㄴ 석 : '불한당'을 단점을 꼽아본다면, 연출자인 변성현 감독이었다. 기자회견 당시, 그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멜로로 접근했다"는 발언은 '불한당'의 정체성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가 트위터에 생각 없이 남긴 행적들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이 영화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배우들과 스태프들, 영화 흥행에 씻을 수 없는 치명타를 입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의 명언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이래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양 : 한석규와 김래원 주연의 '프리즌'이 개봉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언더커버' 영화가 등장했다. 당연히 '프리즌'을 본 관객은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티켓 비용을 내며 볼 필요가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상업영화가 극장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명타다. 물론, 영화는 '프리즌'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언더커버'라는 설정을 공개하는 '패'를 다른 영화에 비해 일찍 꺼냈기 때문이다. 설경구와 임시완의 연기 합 때문에 끝까지 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놨다.

 

하나 더 물어보겠다. 두 사람이 생각했을 때, '불한당'은 칸 영화제에 진출할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하는가?
ㄴ 양 : 일단 칸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경쟁 부문'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액션, 스릴러, 공포, SF 등 다른 장르 영화 중에서 매 영화제에 2~3편 선정해 초청하는 부문이다. '달콤한 인생', '추격자', '표적', '부산행'이 그 예로 들 수 있다. 어느덧 한국의 특별한 장르가 된 '조폭 느아르'에서 색다른 스타일리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것인데, '불한당'이 초청된 이유는 순전히 스태프들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영화의 '기술력'은 이렇게 성장 중이다.

석 : 사실 칸 영화제에 초청된다고 하면, 일반 대중들은 "이 작품은 작품성이 상당히 높은 예술영화"라고 쉽게 생각하고, 경쟁 부문에 선정된 후보작들이 대체로 이런 성향이 짙다. 경쟁 부문 후보작들과 비교하면 '불한당'이 작품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불한당'이 선보였던 박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카메라 구도, 이탈리아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신경을 쓴 색채 등 기술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불한당'에 점수를 매긴다면?
석 : ★★★ / 무너지고 부서지며 폭발하는 두 남자의 선 굵은 감정선.
양 : ★★★ / 때깔은 곱지만... 연기도 좋지만...

syrano@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