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임시완이 말하는 '불한당'은? "다시 꺼내고픈 술친구'" ①에서 이어집니다.

※ 해당 기사에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성 질문이 될 수 있겠는데, 마지막 씬에서 '천팀장'을 향해 총을 쏠 때 쾌감을 느꼈나?
└ 그때 '현수'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을 때였다. 상대방으로부터 신뢰감이나 의리가 모두 무너졌고, 그들로부터 배신감이나 증오 등의 감정을 다 겪은 뒤 모든 것이 정리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현수'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이 남아있었다.

'이 사람을 죽인다'라는 분노나 증오는 버린 지 오래였다. 마치 살인을 하기 전에 '목표는 이거 하나다'라고 정한 후, "1단계는 '천팀장', 2단계는 '재호'"라고 기계처럼 계획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배제한 채 찍었다.

일부 관객들은 '현수'가 '신세계'의 '자성'처럼, 이후에 '오세안무역' 조직을 장악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떠한가?
└ 그건 아니다. '현수'는 조직이 아닌 경찰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천팀장'이 '현수'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의 목적이 없는 경찰로 살아가면서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졌을 것이다.

처음부터 '현수'는 물욕이 있는 친구는 아니었고, 착하지도 않았으며, 애초에 '현수'의 삶의 목적이라고 해봐야 엄마 잘 간호 잘하는 것 하나뿐이었고, 그 이유로 경찰을 했을 뿐이다. 목적도 애초에 뚜렷한 인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스포일러성 질문을 하나 더 하겠다. '재호'가 죽으면서 "나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라"고 대사에서 그의 진심이라 느꼈는지?
└ 그때는 '재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관심이 없었다.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재호'의 그 말이 '현수'에게 그 어떤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원라인'과 '불한당'으로 넘어오면서 전작의 캐릭터의 이미지를 깨면서 다가오는 성취감 등이 있었는지?
└ 솔직하게 말하면, 극 중에서 착한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편하고 좋았다. (웃음) 그 부분에서 허물을 하나 벗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번 '불한당'을 보면서 관객들은 임시완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전 처음 봤던 자신의 모습은 어느 부분은?
└ 앞에서 언급했던 마지막 엔딩 씬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링하면서 나 자신조차 몰랐던 내 얼굴이 나왔다. 항상 작품에 임할 때마다,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봐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매번 연기할 때마다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편인가?
└ 그렇긴 하면 좋겠지만, 영화에 따라, 씬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고편에서 나른한 눈빛으로 옆으로 고개 돌리는 게 매우 인상 깊었다. 여성 관객들은 그 모습에 쓰러졌다고 한다.
└ 감사하다. 그 모습이 예고편에 나온 건 알고 있었다. 역시 칭찬은 좋은 것 같다. (웃음)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불한당'에서 보여준 상반신이 제법 인상적이었는데, 지금도 몸 관리를 하고 있는지?
└ '변호인' 때는 마냥 굶었다. 생애 최초로 이번 영화를 통해 몸을 만들었는데, 상반신 노출이 나오는 씬을 찍자마자 감독님께 포기선언을 했다. 촬영과 병행하기엔 너무나 힘들어서 몸 관리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촬영하는 내내 내가 계속 유지했다면, 감독님은 아마 내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셨을지도 모른다.

몸을 관리하게 되면, 일단 술을 못 먹게 되니 그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결국, 술 앞에 굴복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몸을 가꾸는 건 다음 기회에 노리려고 한다. 그래서 한결같이 몸 관리 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몸 관리를 포기할 만큼 술을 좋아하다니, 의외의 이미지다. 평소에도 즐기는 편인가?
└ 이러다 술 좋아하는 이미지로 굳어지는 거 아닐까 걱정된다. (웃음) 술을 잘 마시는 건 아니고, 선배님들이나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는 분위기 자체를 상당히 즐긴다.

그렇다면 술자리를 가지면서 만나봤던 상대 중 대적하기 힘들었던 이들이 있었는지?
└ 없다. '인간계'를 뛰어넘는 '신계'에 머물러 계신 선배님들은 특별하게 없었다. 촬영 동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설경구 선배님 또한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셨다. 편하게 각자 할당량에 맞춰서 마시는 분위기였다.

지난번 '원라인' 때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김홍파 선생님과 술 마시면서 조금 곤란함을 겪었다. 할당량만 먹으라고 말씀하시면서, 은근슬쩍 계속 권하시는 바람에 꽤 힘들었다. (웃음)

설경구 집에도 초대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초대받아서 갔는데, 밥은 안 먹고 술만 먹었다. (웃음) 노가리를 안주 삼아 먹었다. 예전에 부산에서 노가리 잘하는 가게를 찾게 되었고, 그 가게에서 공수하는 노가리 출처를 확인한 후 직접 주문해서 먹었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불한당'을 토대로 연기인생에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 일단 대단한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던 게 영광이자, 나의 장점을 강화했다. 그동안 연기하면서 나만의 장점을 생각해왔는데, 대단한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다는 것이고 이 기회는 흔치 않아서 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불한당' 또한 설경구라는 엄청난 선배님과 함께 한 게 의미가 가장 컸다.

'불한당' 이야기를 하게 되면 칸 영화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사실 칸 영화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불한당'이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야 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런 대단한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어떤 방향점이 될지 기대감이 많이 크다. 다행히 병무청으로부터 칸에 가도 된다고 허가를 받았다.

현재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촬영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디서 촬영하고 있는가?
└ 특정 어느 지역이 아닌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촬영하고 있다.

듣기로는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4월말까지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나?
└ 현재 3/4가량 찍었다. 7월 방영 예정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으니, 지난 4일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왔던 사전투표 의상을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 평범한 차림으로 사전투표 하고 싶었는데, 드라마 촬영일정이 상당히 빠듯했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따로 투표할 시간이 없어 촬영 도중에 드라마 복장을 입은 채 사전투표하러 가게 되었는데, 현지 주민분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사과드린다. (웃음)

같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윤아는 다른 복장이었는데?
└ 윤아도 드라마 복장으로 사전투표하러 갔다. 다만 속에 입는 내의만 간편하게 입고 가서 잘 못 알아봤을 뿐이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틸컷

가수로 처음 데뷔했는데,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가수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향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는데,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때 '이게 내 적성에 맞겠다'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기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운 좋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으니, 이제는 본업인 가수가 잊혀져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는가?
└ 본업을 굳이 따져본다면, 본업은 연기가 되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다고 해서 가수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노래에 대한 욕심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속해있던 '제국의 아이들'로 더 이상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가? 지난 한 방송에서 같은 멤버였던 김동준이 나중에 '제국의 아이돌'로 뭉치고 싶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생각을 듣고 싶다.
└ 현재로선 당분간 모일 일은 없다. 모이려면 앞으로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 일단 내 앞에는 군대라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에는 제한되는 부분이 제법 많다.

다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개인적인 활동은 하고 싶다. OST활동이나 팬미팅 등 하고 싶은 건 매우 많다. 다만, 시간적 여력이 없다. 개인활동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 현재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크나큰 감사함을 느낀다. (웃음)

올해 배우 전담 소속사인 플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게 되었는데, 소속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다짐 같은 게 있는지?
└ 새 회사 대표님을 비롯해 회사식구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내가 대표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대표님에게 다가가 의논하고 대화를 청하면서 같이 시너지를 내보려고 하고 있다.

임시완이 출연했던 '변호인'이 올해부터 TV에서도 방영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었는가?
└ 처음 들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극장에서 보고, 그 후로는 집에서 IPTV로 자주 봤기에 특별히 애로사항을 못 느껴서 그동안 TV에서 방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올해부터 방영한다고 하니, 이번을 기점으로 '변호인'이라는 좋은 작품을 더 많은 분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한당'의 손익분기점은 얼마나 되는가?
└ 230만 명이라고 들었다.

 

현재 들어온 차기작은 있는지?
└ 없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제대 후 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는 있는지?
└ 먼 이야기라서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해보고 싶은 캐릭터 연기가 있는데, 아예 대사 없는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대사 없이 오로지 몸만으로 연기해보고 싶다.

한편, 임시완이 출연하는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만나 출소 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영화다.

syrano@mhn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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