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31 '겟 아웃'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한국에 공개되기 훨씬 이전인 미국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이 곳까지 소문이 퍼져 개봉한 케이스다. 미국에서 개봉할 당시, 전문가들과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영화 비평사이트 중 하나인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99% 신선도'를 기록하였다. 이 영화 이외에 신선도 99% 이상을 기록했던 역대 영화를 꼽자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 소문을 듣고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한 번 파헤쳐보았다. 바로 '겟 아웃'이다.

기존 공포영화와 '겟 아웃'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그동안 공포영화 장르에 별로 흥미를 못 느꼈다.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다고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공포 분위기로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소 인위적인 방법으로 유도한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그런데, '겟 아웃'은 달랐다. 흔히 말하는 '공포영화'의 개념을 새롭게 써 내려간 기념비적 영화다.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경험이겠지만, 인종차별을 공포영화에 녹여 현실적인 공포를 체험하게 함과 동시에 현 사회에 대한 풍자도 드러냈으니 이 얼마나 소름 돋는가! 지난 2월에 개봉한 '23 아이덴티티'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언론 시사회로 본 석 기자와 다르게 나는 개봉 후 맨 뒤 구석에서 영화를 봤다. '소문난 겁쟁이 기자' 때문은 아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반응을 보기에 그보다 좋은 위치가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 워싱턴(다니엘 칼루야)'가 여자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의 "꺅"이라는 한 여성 관객의 소리를 제외하고, 큰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겟 아웃'이 비명을 유도하거나, 요구하는 공포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줬다. 물론 잔인한 장면도 등장하지만, 인종차별과 현시대에 대한 풍자적 상황은 더욱 잔인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겟 아웃'을 봐야하는 이유는?
ㄴ 석 : 앞서 설명했듯, 감독인 조던 필레가 과거 자신이 겪었던 인종 차별을 영화로 풀어냈다는 점이 이 '겟 아웃'을 봐야만 하는 이유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종차별주의자는 두 가지 부류다. 하나는 면전에 그대로 드러내는 부류, 나머지 하나는 겉으로는 지성인인 척 평등을 외치나, 그들을 꺼려하는 속내를 감추는 부류다. 이 두 가지 유형은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점이고, 영화를 통해 아주 적나라하게 들추어냈다. 그래서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미국 현지에서 '로튼토마토 신선도 99%'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며, 여러 인종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은연중에 일어나고 있다.

양 :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미국 내 인종 차별 문제는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만 봐도 그렇다. 흑인 게이의 삶을 보여준 '문라이트'는 작품상 포함 3관왕을 차지했고, 여우주연상 후보작인 '러빙'은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결혼 실화를 다뤘다. 이처럼 주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인종차별 영화를 '겟 아웃'은 공포로 승화했다. 당연히 새로움을 갈망하는 미국 관객들에게는 탄탄한 이야기가 결합된 이 작품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시대'에 있는 미국 관객은 영화처럼 '오바마'를 그리워하며 이 작품을 봤을 수 있다.

 

'겟 아웃'이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했기에 공감대를 만들겠지만, 이 영화가 다소 공감대 요소가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통할까?
ㄴ 석 : 한국은 미국처럼 다민족국가가 아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부색에 따른 이중적인 시선이 사람들에게 남아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도 '겟 아웃'의 백인들과 다를 바 없다. 또한, 넓게 보았을 때, 인종을 넘어 소수자들을 향한 이중적인 태도 또한 충분히 대입할 수 있다.

양 : 배급사인 UPI 코리아가 "독보적인 장르의 '겟 아웃'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아, 사실상 한국 개봉은 미정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겟 아웃'은 어쩌면 한국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이야기를 조금만 결을 유사하게 하면서 바꿔 생각하면 어떨까? 영화에서는 "나는 흑인이 좋아"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속은 다른 생각을 펼치는 백인의 모습이 나온다. 흔히 "나는 상대의 성별이 좋다"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 종종 있지 않은가?

 

그래서 두 사람은 '겟 아웃'에 몇 점을 줄 것인가?
석 : ★★★★☆ / 피부에 가장 쉽게 와닿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적인 공포.
양 : ★★★★ / 트럼프 시대에 등장한 요상한 공포 영화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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