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30 '목소리의 형태'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그동안 잠잠했던 극장가는 5월부터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4월 말에 등장한 '특별시민'과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5월 초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와 '보안관'에 제압당했고, 9일에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한 주 늦게 참전하면서 판세를 어렵게 만들었다. 물고 물리는 이 생존경쟁 속에서, '목소리의 형태'는 타 영화들에 비해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크지 않음에도, 관객들이 꾸준히 찾는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 중이다. 무엇이 관객들이 찾게 만드는지,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톡 까놓고, 분석해보았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의 형태'가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연초에 국내 극장가를 강타했던 '너의 이름은.'의 후폭풍 같았다. 지난해 일본 현지에서도 '너의 이름은.' 열풍에 묻힌 감이 있지만, 일본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이 극장가를 점령할 때와 달리, '목소리의 형태'는 국내에선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그런데도 어디서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왔는지, 시사회에 상당히 많은 일반 관객들이 앞다투며 찾았다. 또한 '목소리의 형태'가 '너의 이름은.'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소재로 삼고 있기에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언론 시사에선 그 힘을 실감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개봉 첫날 CGV 목동에서 관람했다. 대선일이어서 '사실상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간신히 구석에서 봤는데, 참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관람했다. 여기에 커플부터 친구, 기자처럼 솔로(아 물론 기자는 커플이다)로 보는 형태도 다양했다. 어느 순간에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리기도 했고, 어느 장면에선 '니시미야 쇼코'의 목소리 때문에 웃는 10대 남성 관객들도 있었다. 사회적 편견에 휩싸여 공감력이 부족한 관객 옆에서 관람하니 집중을 하지 못해 아쉬운 감도 있지만, 전 연령층이 고루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만든 점은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목소리의 형태' 강점은 무엇인가?
ㄴ 석 : 앞서 언급했지만, '너의 이름은.' 보다 현실적인 소재와 메시지인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가 다루는 '집단 따돌림'은 학교·직장 등 국내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목소리의 형태'를 보며 자연스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타인과의 관계를 표현할 때, 얼굴에 'X' 표시가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장치가 재밌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아팠던 이유였기도 했다. 또한, 보기 드문 여성 만화가(원작자), 그리고 여성 감독의 손을 거쳐 간 애니메이션이기에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양 : 비슷한 내용일테니, 관람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을 소개한다. 자살을 시도하려던 '쇼야'가 달력을 찢은 장면에서 4월 16일이 가장 강렬하게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4월 16일이 주는 의미는 어떤지, 잘 알 것이다. 영화엔 피해자가 존재하고, 가해자도 존재하고, 방관자도 존재한다. 가해자는 죄책감과 함께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우리가 4월 16일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선 인간관계에서 차지하는 '기억의 치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상처의 치유' 방법으로 이 작품은 진정한 대화를 비롯한 '의사소통'을 제시한다.

'목소리의 형태'를 보며 아쉬웠던 점은?
ㄴ 석 :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상영시간이 1시간 30분을 기준으로 10분 내외로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목소리의 형태'는 무려 2시간이 넘어간다. 너무나 긴 상영시간 때문인지, 2시간 9분이라는 시간 속에서 영화는 완급조절에서 실패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원작 만화 7부작을 영화로 옮겨오면서 발생한 문제다. 깔끔하게 '이시다 쇼야'와 '니시미야 쇼코'에게 초점을 맞췄으면 더 좋았을 텐데, 괜히 주위 인물의 이야기까지 사족처럼 달아놓은 게 산만함을 가져다주지 않았나 싶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양 : 개인적으로 늘어지는 전개방식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감동 포르노(Inspiration Porn)'는 언급해야할 것 같다. 인권 운동가인 스텔라 영이 만든 용어로,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으로 주는 감동은 장애인을 대상화하며 비장애인에게 팔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왕따의 가해자인 '이시다 쇼야'의 관점으로 전개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왕따를 당한 피해자인 청각장애인 '니시미야 쇼코'는 '이시다 쇼야'의 인간관계 회복을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이 지적은 개인의 관람 환경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의 형태'를 마지막으로 평가한다면?
석 : ★★★ / 언제나 좋은 관계만 가질 순 없다. 슬프고, 힘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법.
양 : ★★★☆ / 4.16,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죄책감, 용서.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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