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데미언 샤젤 X 배리 젠킨스

   
▲ 아카데미 시상식을 점령한 천재 감독 : 데미엔 샤젤(좌), 배리 젠킨스(우)

[문화뉴스 MHN 석재현 인턴기자] 오늘 소개할 인물은 이전 편들과 달리, 배우가 아니라 처음으로 감독이 되겠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씩이나!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공통점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두 사람이 만든 영화를 총 합쳐봐야 단 5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작 두어 편 만에 이 두 감독은 '헐리우드의 워너비'로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남들은 일생일대에 자신의 이름을 후보군에 한 번 올리기 힘들 정도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아카데미 관문을 이 두 사람은 보란 듯이 통과했다. 한 명은 '라라랜드'의 데미언 샤젤, 나머지 한 명은 '배리 젠킨스'다.

강렬했던 전작 :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 '위플래쉬(2014)' vs '멜랑콜리의 묘약(2008)'

국내에선 데미언 샤젤이 두 편 만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정확하게 그는 총 3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플래쉬'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인 2009년,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라는 84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야말로 데미언 샤젤의 영화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났던 영화인데, 여기서 그의 취향인 재즈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데미언 샤젤은 '소울메이트'라 불리는 저스틴 허위츠와 함께 작업해왔다.

   
▲ 위플래쉬

그로부터 5년 후, 데미언 샤젤은 두 번째 영화를 관객들에게 공개했는데, 이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관객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충격과 공포"였다. 단순한 음악영화를 넘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승과 제자의 팽팽한 대립을 담으면서 전문가들과 관객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특히 마지막 9분은 '위플래쉬'의 하이라이트). '위플래쉬'는 2014년 선댄스와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과 편집상, 음향상 3관왕을 달성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배리 젠킨스도 데미언 샤젤 못지않은 천재성을 지닌 감독이었다. 2008년, 그는 '멜랑콜리의 묘약'이라는 로맨스 영화로 데뷔를 알렸는데 국내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만난 적 없는 두 남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루 동안 같이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뻔한 이야기임에도 그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제법 근사하게 담아냄과 동시에 꿈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미국 주요 평단과 관객들에게 크게 인정받았다. 재미난 건, 이 영화도 '문라이트'처럼 흑인 배우들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 멜랑콜리의 묘약

데뷔작으로 성공을 거둔 배리 젠킨스, 하지만 그의 다음 행선지는 놀랍게도 드라마였다. 2010년 제작사 '스트라이크 애니웨어 필름'을 공동 설립한 이후, 미국 채널 HBO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중 하나인 '레프트오버'의 전속 작가로 활동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단편 영화도 2편이나 선보였다. 하나는 '리마이그레이션', 나머지 다른 하나는 '클로로즈필'이었다. 그리고 2013년에 배리 젠킨스는 브래드 피트가 세운 제작사 '플랜 B'를 만나 차기작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드롬을 일으키다 : '라라랜드(2016)' vs '문라이트(2016)'

'미국 내에서 뛰어난 30대 감독'으로 평가받는 데미언 샤젤과 배리 젠킨스는 2016년에 자신들의 새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데미언 샤젤은 '꿈의 나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배리 젠킨스는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문라이트'를 선보였다.

   
▲ 라라랜드

극 중 명대사인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처럼, '라라랜드'는 겨울-봄-여름-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로 시간적 흐름에 따라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두 남녀의 사랑과 청춘 이야기를 그려냈다. 데미언 샤젤은 '라라랜드'의 뮤지컬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화려한 의상과 과거 헐리우드 영화들을 자신의 영화 속에 그대로 구현시킴으로써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에도 저스틴 허위츠와 함께 자신들의 정체성인 재즈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해 '라라랜드'의 분위기를 그야말로 '찬란하고 쓸쓸하게' 만들어냈다.

'문라이트'는 '라라랜드'와 달리, 서정적이고 암울한 느낌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배리 젠킨스는 '문라이트' 배경을 자신의 고향 마이애미로 설정함과 동시에, 흑인 동성애자 남성 '샤이론'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샤이론'의 유년-청소년-성인 3단계로 나누어 그의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처럼 지켜보듯이 그려낸 것이, 마치 잔잔한 마이애미 앞바다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적셨다. 또한 '문라이트'가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영화"로 알려지게 되면서 '문라이트'는 태풍처럼 커졌다.

   
▲ 문라이트

'라라랜드'와 '문라이트', 둘 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기에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러 부문 후보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6관왕, '문라이트'는 올해의 작품상, 남우조연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올해의 작품상 시상식 도중 발생한 해프닝을 빌미로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두 영화 중 어느 게 더 낫냐"고 비교하곤 하지만 무의미한 행동이다. '라라랜드'나 '문라이트', 둘 다 천재 감독들이 만든 훌륭한 작품들이기에, 그들이 아카데미에서 어떤 상을 받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들이 만든 영화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가져다주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데이먼 샤젤과 배리 젠킨스의 차기작에 대해 더욱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앞으로 헐리우드 영화는 이 30대 두 감독이 주류가 되어 흐름을 좌지우지할지 한 번 지켜보기 바란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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