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버드맨'

   
▲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문화뉴스] 지난 주말, MBC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소재로 한 방송분이 방영되었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대중문화 평론가 김태훈과 함께한 방송에서 그들은 '설날에 추천하는 헐리우드 영화'들을 소개했다.

그 많은 헐리우드 영화 중에서 두 사람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휩쓸었던 '버드맨'을 추천했다. '버드맨'이 좋은 영화인 것은 맞지만, 설날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다소 어두운 면을 많이 담은 영화였기에 의외였다.

국내에서 '버드맨'은 그렇게 흥행하지 못했다. 국내엔 개봉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퍼진 다소 왜곡된 한국인 비하 논란과 영화 자체가 대중적이지도 않았으며, 개봉 당시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공중파에서도 소개되었고 채널CGV에서 오늘 밤(25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영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장 최신(?) 명화인 '버드맨'을 소개하겠다.

   
 

슈퍼 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하여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은 한물간 퇴물이 되어버린 배우 '리건 톰슨', 자신을 지독하게 따라다니는 '버드맨'의 이미지를 지우고, 배우로서 재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연극으로 재구성하여 브로드웨이에 내걸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 연극 하나에 걸었다. 그런데, 평판이 좋지만, 광기 기질이 다분한 '마이크 샤이너'가 합류하면서 멀쩡한 이 하나 없는 '리건'의 연극은 폭풍전야의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리건'이 야심차게 준비한 연극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의 프리뷰 공연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티켓은 매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무대 뒤편은 도무지 통제 불가능한 상황.

   
 

자기 멋대로 날뛰는 '마이크'와 히스테릭 부리는 무명배우 '레슬리', '리건'에게 보잘것없다며 독설을 퍼붓는 딸 '샘', 그리고 여전히 '리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버드맨'의 환청까지. 결국, 맨정신으로 도무지 버티기 힘들었던 '리건'은 이성의 끈을 놓는 동시에 광기로 돌변했고, 자신을 혹평하려던 평론가를 비롯하여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키며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버드맨'을 '마리텔'에서 두 사람이 소개한 대로 단순히 과거에 잘나갔던 배우가 재기하는 영화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인공인 '리건'만 하더라도, 거미줄처럼 얽힌 주위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그의 심리와 행동들을 끄집어내면서 우리에게 연민을 유발케 한다.

한때 잘나갔지만,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면서 위축된 시궁창 같은 현실, 그리고 항상 과거에 잘 나갔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매번 부딪치는 모습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찬란했던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공감할 것이다.

   
 

'버드맨'이 주인공인 '리건'의 편에 서서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버드맨'은 영화에서 선보였던 아슬아슬한 롱테이크 기법과 쉴 새 없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드럼 소리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삶 또한 조마조마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곳이라는 걸 '리건'을 통해 비춰주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현실적이기에 많은 이들이 '버드맨'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다.

버드맨(Birdman), 2014, 19세 관람가, 드라마 / 코미디,
1시간 59분, 평점 : 3.9 / 5.0(왓챠 기준)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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