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해 10월, 한반도 전체를 뒤흔들어놓은 거대한 국정농단을 시작으로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여져 나오는 충격적인 전말들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에 크나큰 상처를 주고 있다.

그 사건의 여파는 영화계에도 번져나갔다. 2015년 연말에 개봉해 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를 실감나게 담아낸 '내부자들'이 사람들에게 재조명됨과 동시에 작년 연말에 있던 영화제를 휩쓸었고, 후발주자로 등장해 정부의 무능함, 희대 스캔들이나 사회의 부조리함 등을 지적한 영화들('아수라', '판도라', '마스터', '자백' 등)도 시국의 영향으로 쉽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현 국정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현 사회를 반영하는 또 다른 영화가 등장했는데 바로 '더 킹'이다. '더 킹'의 화려한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졌고,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는 "역대급"이라는 표현과 함께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나 또한 크게 동의한다.

극 중에서 비선실세로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한강식(정우성)'이 외치는 "역사를 모르면 배워! 자존심 버리고 역사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가!" 라는 의미심장한 일침에 영화가 부응하듯, '더 킹'은 우리가 살아왔던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영화를 절묘하게 데칼코마니처럼 대칭하여 풀어나갔다는 점이 기존 영화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각 시대별 정권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과 맞물려 극 중 주요 인물들은 자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판을 만든다.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그들은 범죄를 소탕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정권 교체 시점에 그들은 직접 차기 주자를 골라 애덤 스미스와는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해 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들의 장애물이 될 것 같은 존재들은 제거해버리고, 다른 사건을 터뜨려 화제를 전환시킨다. 이를 보고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같다"라고 느껴지면 결코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킹'은 단순히 '현대사-영화'만 데칼코마니로 만든 게 아니다. 영화 내내 끊임없는 대칭 구조를 만들어냈다. '검사-조폭'의 구조를 비롯하여, '한강식-김응수', '양동철-최두일', 그리고 '박태수의 서로 다른 두 면'의 대칭까지 '더 킹'은 그야말로 "데칼코마니의 향연"이다.

사회 고발용 영화들은 하나같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들은 '내부자들'이나 '아수라'처럼 자극적인 부분이 영화에 대부분 포함되어 가족끼리 보는 데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더 킹'은 확연히 달랐다. 기존 접근방식들과는 다르게, 사회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더 킹'에서 권력자로 등극하려는 '박태수(조인성 분)'의 시점으로 내레이션이 시작되고 전개가 이어지니,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거부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잔인하고 자극적이기 보단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처럼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풍자와 해학으로 사회적 모순을 끄집어냈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했던 권력자들의 파티가 마치 TV 맥주광고를 연상케 하듯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더 킹'이 추구하던 풍자와 해학을 가미한 덕분이다. 물론 조인성, 정우성이라는 충무로에서 대표하는 비주얼 끝판왕들이 주연으로 등장했으니 장면에 멋짐까지 추가되었겠지만.

'더 킹'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성은 "영화에 나온 장면이나 현실이나 우리에겐 아픔이고 진통이다. 아프다고 외면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감내하고 똑바로 직시했을 때, 우리가 공감하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 부도덕함을 우리가 스스로 이겨내고 바로잡을 수 있다. '더 킹'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이것이 '더 킹'이 세상에 나온 이유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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