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7 '더 킹'

   
 

[문화뉴스] 대한민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 연휴도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한반도 내 대부분 사람들이 벌써부터 고향을 어떻게 다녀올지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설 연휴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가족끼리 잠깐 영화관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떤가?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설 연휴를 앞두고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영화 '더 킹'이다.
 

그동안 사회 부조리 등을 고발하는 국내영화가 '더 킹'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들과 달리 '더 킹'만의 차별성이 있는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극 중에서 비선실세로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한강식(정우성 분)'이 외치는 "역사를 모르면 배워! 자존심 버리고 역사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가!" 라는 의미심장한 일침에 영화가 부응하듯, '더 킹'은 우리가 살아왔던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영화를 절묘하게 데칼코마니처럼 대칭하여 풀어나갔다는 점이 기존 영화들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와 영화를 연결고리로 엮어버리니, 실존 인물들이 자연스레 언급된다. 그렇기에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같다"라고 느껴지는 게 기분 탓이 아니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킹'은 '현대사-영화'만 데칼코마니로 만든 게 아니다. 영화 내내 끊임없는 대칭 구조를 만들어냈다. '검사-조폭'의 구조를 비롯하여, '한강식-김응수', '양동철-최두일', 그리고 '박태수의 서로 다른 두 면'의 대칭까지 '더 킹'은 "데칼코마니의 향연"이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한재림 감독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룬 영화들은 많았고, 그 심각성이나 문제점은 충분히 주었다"고 밝혔다. 최근 나온 영화들을 예로 들어보자. '베테랑',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또 하나의 약속' 등을 통해 재벌의 갑질로 '소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한 감독은 이 반대의 지점을 주목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권력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그 안의 모순들을 거부감 없이 관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더욱이 바쁘게 돌아가는 '탄핵정국'에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들이 등장하는 '더 킹'은 왜 그들이 '포스'로 따지면, '다크사이드'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여러 풍자와 해학을 통해 마당놀이처럼 즐기는 장면 역시 추가되어 관객을 사로잡게 한다.

두 사람이 추천하는 '더 킹'의 주요 관람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양 :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빅쇼트'와 같은 내레이션 형식을 쓰면서, '박태수'(조인성)의 일대기 구성을 취한다. '박태수'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왜 그가 검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어떻게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로 변신하게 됐는지를 보는 것도 관람포인트다.

여기에 조인성·정우성의 카리스마 넘치는 펜트하우스 장면도 인상적이다. 마치 정우성이 '팰퍼틴'처럼 보일 정도다.(이렇게 '스타워즈' 팬심이 나오나보다) 여기에 류준열, 배성우 역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는 걸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석 : 음, 나는 양 기자와 다르게 '더 킹'의 흐름을 휘어잡는 4명의 주연 배우 이외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주목해봤으면 한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어? 이 배우가 여기서 나오네?"하는 사람들이 깜짝 등장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초집중해서 잘 찾아보길 바란다.

여러분들이 가장 구분하기 힘들 것 같아서 한 가지 정보를 흘리자면, 극 중 '들개파' 조직에게 커피를 타는 '다방커피녀'를 유심히 잘 보아라. 의외의 인물이 깜짝 출연하여 '더 킹'의 또다른 신스틸러 역할을 한다. 나도 기자회견장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비로소야 알게 되었으니까.
 

두 사람의 평을 종합하면, 그야말로 칭찬일색이다. '더 킹'을 정말로 봐야할 것 같다. 정말 이 영화가 완벽한가?
ㄴ 석 : 나는 모든 면에서 괜찮았다고 생각되는데, 그래도 조금 별로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꼽자면, 아마 내레이션과 함께 이 영화의 핵심인물인 '박태수(조인성 분)'의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비현실적이지 않았나 싶다.

서울대 법학과 85학번이면 66년생인데, 검사가 되고 난 이후에는 노화가 멈췄다. 40대 중후반 나이임에도 여전히 멋짐과 젊음 폭발이다. 이건 '박태수'가 아니라 조인성이다. 이 세세한 부분까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완벽했을텐데...

   
 

양 : 배우들의 노화를 이야기했으니, 하나만 더 말한다면, '내부자들'처럼 감독판 버전이 보고 싶다. 134분의 러닝타임으로는 무언가 이야기가 잘린 부분이 많아 보인다.

특히 간만에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라서 보기 좋았던 '안희연' 검사 역의 김소진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무언가 더 있어 보이는데, 그 장면에서만큼은 무언가 끊어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가 좀 더 길어 보이는 생각도 들었다. 리듬감 있게 진행된 초반부와는 달라져 아쉬웠다. 그러니까 '더 킹: 디 오리지널' 이런 거 없을까?
 

두 사람의 '더 킹' 후기를 간략하게 남긴다면?
석 : ★★★★ / 현대사와 영화의 절묘한 데칼코마니,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하는 기분이 드는 건 결코 기분 탓이 아니다.
양 : ★★★★ / '내부자들'이 예지력 뛰어난 영화였다면, '더 킹'은 다이너마이트에 있는 도화선이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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