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16일 오후 7시에 열리며 한국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과제를 내놓았다.

16일 오후 7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한국 뮤지컬 50년, 앞으로 50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새롭게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지컬 시상식이다.

작품부문에선 대상에 '스위니토드', 2016뮤지컬작품상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앙상블상에 '킹키부츠'가 선정됐다.

남녀주연상에 '킹키부츠'의 정성화, '스위니토드'의 전미도가, 남녀조연상에 '도리안 그레이'의 박은태, '레베카'의 신영숙이, 남녀 신인상에 '스위니토드'의 김성철, '드라큘라'와 '위키드'의 이예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태프 부문에선 연출상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오세혁 연출, 신인 연출상에 '인터뷰'의 추정화, 프로듀서상에 '마타하리'의 엄홍현, 안무상에 '로기수'의 신선호, 무대예술상에 '마타하리, 드라큘라'의 오필영, 작곡/음악감독상에 '라흐마니노프'의 이진욱, 극본/작사상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박해림이 공로를 인정받았다. 마지막 특별공로상은 박만규 한국뮤지컬협회 자문위원이 받았다.

   
▲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번 어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나 2016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도 보였다시피 중, 소극장 작품의 약진이다. 브로드웨이가 주로 대형 뮤지컬, 장기 공연 위주로 돌아가는 것과 달리 수백 개의 소극장을 바탕으로 소형 뮤지컬, 단기 공연 위주로 수백 편이 제작되는 대학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우리 공연 문화는 최근 팬덤 위주의 상업화, 지원금 없이 공연이 어려운 만성적인 적자를 비롯해 각종 문제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창작진들에겐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가능케 해 다양하고 탄탄한 제작 역량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연출, 작곡/음악감독, 극본/작사 상을 받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인터뷰', '라흐마니노프'는 모두 대학로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거대한 규모나 화려한 볼거리보단 진중한 메시지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며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여주인공 '자야'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통해 극 전반에 흐르는 정서를 우선시해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가장 우수한 창작 초연 작품에 수여하는 상인 2016뮤지컬작품상을 받았다.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인터뷰 중 오세혁 연출.

이 과정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이날 3관왕을 차지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오세혁 연출이다. 극단 걸판 출신으로 대학로 연극계에서 유명한 실력파로 손꼽히던 그는 '라흐마니노프'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두 편의 작품으로 2016년 뮤지컬계를 휩쓰는 데 성공했다. 노래 대신 독백을 넣었던 '라흐마니노프'나 시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극을 이어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통해 기존의 익숙한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대극장 작품으로는 '마타하리'와 '스위니토드', '킹키부츠'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100억이 훌쩍 넘는 '마타하리'는 단 한 장면을 위해 비행기를 무대에 올리고, 블루스퀘어의 무대를 최대한 활용한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오토메이션 시스템 역시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우리 뮤지컬계에서 무대예술의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재연이 예정된 '마타하리'가 새로운 무대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다음으론 대상을 포함, 3관왕을 차지한 '스위니토드'다. 2007년 초연 이후 장기간 재연을 올리지 못하고 침묵을 지켜왔던 '스위니토드'의 성공은 대극장에서 '온 가족이 볼 수 없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치 영화계에서 안정적인 천만 흥행 공식이라고 불리는 가족, 신파 등의 코드를 배제한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데도 확장판 포함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물론 옥주현과 조승우라는 스타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았고, '지킬앤하이드' 등 오디컴퍼니의 작품들이 대체로 성인 취향의 작품이 많았으나 '스위니토드'는 또 그런 것들과 다른 섬뜩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장르의 작품이 역시 잘 만들면 관객들이 좋아하고, 극장을 찾을 만큼 우리 관객층이 성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 뮤지컬 '스위니토드'

하지만, 이번 시상식의 백미는 1년 동안 가장 많은 작품을 관람한 관객에게 주어진 '최고의 관객상'이었다. 늘 '존중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올 만큼 다양한 사건, 사고로 뮤지컬 관계자들과 불필요한 싸움이 생겨난 뮤지컬계에서 관객을 위한 기립 박수를 보기란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연간 3천억 원 규모로 절대 작지 않지만, 얼마 전 '록키'의 공연 취소 사태나 '불효자는 웁니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 등 아마추어적인 문제를 아직도 겪고 있다. 부디 이것이 시상식에서의 퍼포먼스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관객과 소통을 하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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