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택 연출가 ⓒ 문화뉴스 DB

[문화뉴스] 연희단거리패가 극단의 재정 상황을 반영해 게릴라극장의 운영을 지난 해까지만 지속하기로 했던 결정을 잠정 철회하게 됐다.

게릴라극장은 연희단거리패가 2006년 당시 창단 20주년을 맞아 개관한 소극장이다. 혜화로터리 부근에 위치하며 연희단거리패 공연 뿐 아니라, 많은 소규모 극단들에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던 곳이다. 대관 금액이 부담스러운 작은 극단들에게 거의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대관료를 받던 연희단거리패는, 지난 해 2월 극단 창단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게릴라극장의 운영이 재정적으로 위기에 봉착했음을 널리 알리며 이윤택 연출가는 공동운영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게릴라극장 ⓒ 연희단거리패

그러나 공동운영자를 찾지 못한 이후 이들은 게릴라극장을 대신할 새로운 공간을 찾아냈다. 지난 해 10월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30스튜디오'를 개관한 것이다. 게릴라극장의 객석 규모에 비해 다소 축소된 소극장이지만 카페와 함께 단원들의 숙소를 겸하며, 이들은 그동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꾸려놓았다.

게릴라극장이 매물로 나오기까지 하며 극장의 운영은 연희단거리패의 손을 떠난 것처럼 보였으나, 후배 극단 및 연극인들의 요청으로 게릴라극장의 운영을 연희단거리패가 1년 더 지속하기로 결정됐다.

지난 13일 이윤택 연출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성 연출가(극단 고래), 박근형 연출가(극단 골목길), 오세혁 연출가(극단 걸판) 등의 후배 연극인들이 극장을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게릴라극장이 무대에 올릴 작품이 없게 되면 이들이 와서 공연을 하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연희단거리패는 후배 연극인들의 바람대로 1년간 국가 지원금 없이도 운영을 지속해보겠다고 결정했다.

 

   
▲ 이해성 연출가 ⓒ 문화뉴스 DB

이에 이해성 연출가는 "극장은 연극인한테 소중한 자산이다. 어떤 극장이라도 없어지는 건 가슴 아픈 일지만 게릴라극장은 특히 젊은 극단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던 고마운 극장이다. 대학로를 벗어나 '오프 대학로'로 처음 자리 잡은 극장이기도 하고, 기존 건물을 개조해 만든 극장이 아니라 극장을 위해 건물을 지은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이런 극장이 사라진다는 것이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연극계의 큰 피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게릴라극장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지만, 40대 전후의 연극인들이 게릴라극장의 운영 지원을 위해 모여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10년간 연희단거리패가 후배 극단 및 연극인들을 도우며 견고하게 운영을 해나갔던 게릴라극장이 지난 해부터 급격히 재정난에 처한 이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의 급작스러운 지원사업 방향의 변화로 보인다.

김소희 대표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연간 8,400만원씩 지원받던 문예위 공간지원사업이 2015년 급작스럽게 폐지됐다"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는 극단이 게릴라극장을 대관해 공연하는 식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운영이 힘들어 극장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 현재 게릴라극장서 공연 중인 연극 '갈매기' ⓒ 연희단거리패

예술계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 진행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프로젝트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처음 드러내자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 외치며 진행된 시국선언 및 퍼포먼스, 지난 10일 광화문 광장에 개관한 임시 공공극장 '블랙텐트', 그리고 연희단거리패의 게릴라극장 운영 지속 결정까지.

연극인들은 정부와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면서도 흔들림 없었다. 더구나 권력집단이 저지른 숱한 만행을 비판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과 재능을 아끼지 않았다. '문화융성'이라는 이름으로 갖은 공격과 차별을 받으며 피로할 법도 하건만 연극계를 비롯한 예술계의 움직임은 가히 뜨겁기까지 하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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