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회 올빛상 시상식 이후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여성 연극인들이 대학로에 많이 뿌리 박혀있기를 바란다." - 김국희 연출

 
29일 오후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여성 연극인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제10회 올빛상 시상식을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 홀에서 열었다. 올빛상은 한국연극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여성 예술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올해는 학술평론부문에 허순자, 극작부문에 유진월, 연기부문에 차유경, 연출부문에 김국희가 선정됐다.
 
자리에 참석한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은 "많은 여성 연극인의 추천을 받아 결정했다"며 "오늘 수상하시는 여러분이 있으므로, 연극이 더 힘들어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지켜오지 않았나 싶다. 올빛상의 의미는 '올올이 빛나는 자랑스러운 한국 여성연극인'으로, 박경희 작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시상식의 의미를 알렸다.
 
먼저 극작부문엔 유진월 작가가 상을 받았다. 유진월 작가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고, 현재 한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그녀에 관한 보고서'로 등단한 이후 '불꽃의 여자 나혜석', '헬로우 마미' 등 거의 모든 희곡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의 삶에 대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중시하고 있다.
 
   
▲ 유진월 작가가 극작부문 상을 받았다.
 
또한,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연인들의 유토피아', '연인' 등에서는 섬세한 시적 언어로 문학적인 희곡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희곡 '그들만의 전쟁',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 등은 한국사에 대한 문제적 시선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페미니즘 희곡사인 '한국 희곡과 여성주의 비평' 이후로 '영화, 섹슈얼리티로 말하다'에 이르기까지 연극, 영화, 여성 관련 연구서를 다수 출간했고 창작 분야에서는 '유진월 희곡집 1'과 '유진월 희곡집 2', '유진월 희곡집 3'를 출간했다.
 
유진월 작가는 "선배 작가님들을 대신해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젊은 시절엔 왜 작가에 여성이라는 말이 붙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년 정도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좋은 여성작가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학술평론부문에서 허순자 평론가가 상을 받았다. 허 평론가는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연극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컬시대의 한국연극', '국제화시대의 한국연극' 등 수 많은 평론집과 '보이지 않는 배우', '피터 브룩' 외 다수의 역서가 있다. 오랜 시간 연극평론지에 연재한 '허순자의 인터뷰'를 정리한  '연극인 10'은 끊임없이 연극을 보고, 연극인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허순자식 연극 사랑의 일부분임을 알 수 있다.
 
   
▲ 윤시향 전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왼쪽)과 상을 받은 허순자 평론가(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순자 평론가는 "대개 상을 받을 때, 받는 사람이 받을 것이라고 알고 받는 줄 알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이번이었다. 내가 상을 받을 만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고맙기도 하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씀인 것으로 알고, 성실하게 살겠다. 연극을 위해 좀 더 보탤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연기부문에선 차유경 배우가 수상했다. 차유경은 1982년 실험극장의 '에쿠우스'에서 '질' 역할로 주목받으며, 연극계에 입문했다. 1985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신인상을 받았던 차유경은 '휘가로의 결혼', '신의 아그네스', '친정엄마와 2박3일', '아버지', '나는 너다', '다우트', '오이디푸스', '언더스터디' 등  굵직굵직한 공연을 30년 가까이 꾸준히 해 오는 호평을 받은 배우다. 올해 제4회 한국여성극작가전 '눈물짜는 가족'에서도 '할머니'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 시상자인 최보경 공연 의상 디자이너(왼쪽)와 수상자인 차유경 배우(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해요. 언젠가는 서지 못할 이 무대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늘 깨달으며 하루하루 무대에 섭니다. 그날까지 무대에 서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한 차유경 배우는 "이런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저에게 배우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격려해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끝으로 연출부문을 수상한 김국희 연출은 숙명여대 미술대학시절 연극동아리활동을 통해 대학로에 나온 연극쟁이다. 극단 현대극장, 극단 여인극장의 조연출 활동을 했으며, 극단 76에서 오랜시간 조연출, 연출활동을 해왔다. 후배 여성연출가들의 언덕을 마련하고자 대학로 여성연출가들끼리 뭉쳐 '여성연출가전'에 힘을 쏟기도 했고, 묻혀있는 제1세대의 극작가들의 작품을 드러내는 '제1회 한국여성극작가전'의 총 프로듀서로서 활동했다.
 
김 연출은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007년 창립한 극단의 이름을 올해 극단 퍼스트일육으로 개명하여 활발한 연출활동을 하고 있다. '낭독, 허난설헌', '잃어버린 계절',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물의 노래',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 '상대방의 자리', '그녀,고도를 기다리며', '파리떼' 외 다수의 연출작품이 있다.
 
   
▲ 연극인 김명자(왼쪽)와 김국희 연출(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국희 연출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이 상을 주는 거로 생각한다"며 "한국여성연극협회에 오면 기분이 너무 좋다. 왜냐하면, 여성 연극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 연극인들이 대학로에 많이 뿌리 박혀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 1998년 극작가 박현숙 씨의 제1회 뉴욕세계여성극작가대회 참가를 계기로 1994년 출범했다. 그 이후 강유정, 양혜숙, 심정순, 윤시향, 이승옥 씨 등이 역대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류근혜 회장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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