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문화뉴스] 오랜 기간 대중에게 사랑받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공연 중이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공연계 웰메이드 창작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김수로 프로젝트'가 20번째 작품으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2017년 3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선보인다. 올해로 서거 400주기를 맞이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 플롯을 각색했는데, 핵전쟁 이후 생겨난 돌연변이와 인간의 애절한 사랑을 담아냈다.
 
뮤지컬 '사의 찬미' 등에서 세련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성종완 연출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전 인류적 키워드를 주제로 고전의 견고한 뼈대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혔다. 음악과 스토리의 조화가 뮤지컬의 주요 관람포인트인 만큼, 뮤지컬 '인터뷰' 등에서 강렬한 비트의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은 허수현 작곡가가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또한,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 음악과 조화를 이룬 섬세한 안무로 실력을 인정받은 심새인 안무가가 안무감독을 맡았다. 심 안무감독은 보통 뮤지컬 안무에서 보기 어려운 플로어와 행잉 등을 전격 도입한 아크로바틱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안무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이은석 무대 디자이너는 H빔 프레임들과 철조망을 사용해 아름답고 애틋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와 황량하고 거친 느낌의 미래적인 도시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리고 극에 등장하는 역동적인 액션에 최적화된 무대 디자인과 구조물로 빚어낸 무대가 관객을 자극한다.
 
   
▲ (왼쪽부터) 배우 이선근, 전예지, 동현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열린 이 날 기자간담회엔 성종완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을 비롯해 떠돌이 돌연변이 소년으로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존재 이유를 찾는 '로미오' 역의 조풍래, 동현, 고은성, 우연히 마주친 돌연변이 종족 '로미오'와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줄리엣' 역의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가 참석했다.
 
그리고 냉철한 돌연변이 사냥꾼이지만, 여동생 '줄리엣'에겐 다정한 면모를 지닌 '티볼트' 역의 김수용, 김종구, '로미오'의 친구이자 인간은 나약하고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머큐쇼' 역의 이용규, '로미오'와 '줄리엣'의 혼인서약을 해주는 '로렌스' 사제 역의 이훈진, 이선근 배우도 함께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돌연변이의 상태를 설정하는 데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로미오'는 인간과 어떤 다른 특징이 있나?
ㄴ 성종완 : 프리뷰 기간을 거쳤다. 첫 공연 때, 연습과정에서 흉측한 모습으로 진행했다. 그러더니 관객분들이 로맨스에 몰입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화와 수정을 거쳐 지금 정도의 메이크업이 됐다.
 
액션 활극으로 제작사에서 의뢰를 해주셔서, 유전자 변이로 된 '돌연변이'들인데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설정했다. 점프와 러닝이 많아서 관객분들이 배우들의 무릎연골 걱정을 해주신다. 외모는 잿빛 피부로 인간과 다른 점을 통해 외적은 다르게 설정했다. 유전자의 인간적 근원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실험을 거듭해 지금의 수준으로 만들게 됐다.

차라리 특수 분장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ㄴ 성종완 : 배우들과 만날 때, 공포스러운 이미지에 착안했다. 그러면 특수 분장을 해야 한다. 적은 예산을 만드는 환경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상의, 현실적인 결과물로 만들었다. 공감했다. 무대 특성상 정해진 예산의 특성상 지금 수준으로 공연을 해야겠다. ('오페라의 유령'처럼의 분장은 불가능했을까?) '오페라의 유령'과 저희는 예산 차이가 크게 있을 것이다. (웃음)

음악 설정은 어떻게 준비했나?
ㄴ 허수현 : 기존 세대에 대한 저항과 반항에서 나온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대립 안에서 사랑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려면 강한 임팩트와 일렉 기타, 드럼 기타의 강렬함이 필요했다. 이 점이 드라마를 잘 관통한 것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테마는 대부분 팝 음악과 스트링이 가미된 두 분류로 나눠진 것 같다.
 
   
▲ (왼쪽부터) 조풍래, 동현, 고은성이 '로미오'를 맡았다.
 
연습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ㄴ 조풍래 : 연습실에선 구조물이 없었다. 제 자리에서 3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린다는 가정 하에 점프했다. 무대에 와서 '추격전' 장면을 하니 숨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줄 알았다. 리허설할 때는 "로미오"가 아니라, "로호미오"가 됐다. 방금 고은성 배우가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힘들어했는데, 뒤에서 활약한 많은 조연과 앙상블 배우도 힘이 든다.
 
체력이 정말 많이 요구되는 것 같다.
ㄴ 고은성 : 전반적 체력관리는 피트니스에 있다. 처음에 근력 운동 위주의 운동을 했다면, 요즘엔 러닝머신과 유산소 계열의 지구력 강화 운동을 하다 보니 조금은 수월해졌다. 그래도 추격을 하고 맨홀 뚜껑 나올 때의 숨참은 정도는 그날그날마다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정말 내가 누군지 계속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려 한다.
 
작품을 하게 된 느낌은?
ㄴ 동현 : 너무나 좋은 작품인데, 이 작품이 창작 초연으로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야말로 행운이어서 당연히 열심히 임하게 됐다. 
 
보이프렌드 멤버로 활동하는 것과 차이점이 있다면?
ㄴ 동현 : 일단 분야가 다르므로, 힘들기는 둘 다 힘들긴 한데, 느낌이 다르다. 집중을 뭔가 이어가면서, 힘들더라도 힘들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게, 그런 면에서 힘든 것 같다.
 
양서윤 배우의 '줄리엣'을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ㄴ 양서윤 : 원작에선 다툼의 세상에서 '줄리엣'이 사랑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줄리엣'이 사랑을 통해서 다툼을 끝내고 싶어 한다는 차이가 있어서, 그 부분에 초점을 준 것 같다.
 
   
▲ (왼쪽부터)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가 '줄리엣'을 연기한다.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했는데,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여주려 했는가?
ㄴ 성종완 : '로미오와 줄리엣'을 뮤지컬로 만들어달라고 의뢰받을 때, 조금 많이 꺼려졌다. 워낙 좋은 작품이고, 유명하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올려지지 않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바즈 루어만 감독 작품처럼 세련되게 만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 B급 정서를 하려다, 가문의 갈등이 와 닿지 않았다.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를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내가 느끼는 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됐다.
 
제작사의 기획 당시에도 사실은 이런 그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힘들 상황인데, 신인배우들이 마음껏 열정을 토해낼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설정이 있어서 이러한 콘셉트가 나오게 됐다. 주연 배우분들이 힘든 고충을 말했지만, 앙상블이 정말 많이 뛰어다닌다. 뮤지컬이 처음인 친구도, 무대 자체가 처음이 친구도 있다. 유산소운동을 4월부터 꾸준히 해줬고, 무대에서 주·조연 배우들과 마음껏 뛸 수 있는 작품의 콘셉트를 보여주다가 이 작품이 나왔다.

라이센스 작품과 창작 작품의 차별점이 있다면?
ㄴ 김수용 : 예상 못 한 질문이라 '동공 지진'이 왔다. 차별점은 굉장히 독특하다. 지금까지 보아온 '로미오와 줄리엣'의 '버전 업' 된 작품을 보며, 이런 식으로 독특하게 해석된 작품이 있었나 싶다. 중극장 규모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대극장 뮤지컬처럼 버라이어티하고 많다. 오늘 시연 장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부분이 창작 뮤지컬의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과 좀비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에선 많이 구현됐어도, 무대에선 거의 우리가 처음이어서 그 부분도 끌렸고, 와 닿았다.
 
   
▲ (왼쪽부터) 배우 김수용, 김종구가 '티볼트'를 연기한다.
 
뒤늦게 뮤지컬 합류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ㄴ 전예지 : 늦게 투입됐는데, 여기가 보시다시피 합을 맞춰야 할게 많다. 시간상으로 조급했다. 그래도 언니들과 오빠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새벽에 따로 만나서 연습도 같이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연습실에 일찍 나와달라고 하면 나와주셨다. (김)수용 오빠도 전 작품에서 같이 해주셔서, 많이 위안이 되고 있다.

'페스트'에서도 미래의 세계를 연기했는데, 다른 점이 있었는가?
ㄴ 김수용 : '페스트'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시간적 배경이 미래라는 건 같지만, 세계관이 다른 것 같다. '페스트'는 프로그램 때문에 전 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됐고, 시스템에 자유가 억압된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세기말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름다운 미래가 담보되지 않은 세기말 분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종족이 있는데, 그들의 대립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지 않았나 싶다.

'음향사고' 등 프리뷰 당시의 지적을 어떻게 보완하고자 했나?
ㄴ 성종완 : 프리뷰를 통해 관객의 반응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반영된 부분이 있다. 의상과 분장, 소품 등 비주얼 부분에서 미래 구현하는 게 치기 어린 모험과 같다. 영상 매체에선 컴퓨터 그래픽이나 막대한 자금을 들여 현상을 구현했지만, 무대에선 모험과 같다. 여러 실험이 필요한 부분인데, 최대한 2016년 현재 이 공연을 관람하려는 분들에게 집중하고자 했다.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내용 콘셉트에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건드리면 작품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부분은 그대로 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관객분들이 생산적인 후기도 남겨주신다면 언제든지 반영할 수 있다. 아직 애정이 어린 비판의 글도 봤지만,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글로만 써주시는 분도 있어서 어떻게 피드백으로 돌려드려야 할지 걱정도 하고 있다. 옳다고 하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의 음성보다 MR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ㄴ 허수현 : 프리뷰 기간에 음악팀과 음향팀이 주기적으로 소통했다. 힘든 부분은 무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1층에선 스피커 소리가 잘 들리는데, 2층에선 소리를 잘 못 듣는 부분이 있다. 메인 스피커를 타고 넘어가 소리가 커지는 부분이 있다. 스피커를 작게 하면 템포에 맞춰서 배우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이 있었다. 최대한 밸런스 잘 맞추려 노력하고 있고 지속할 것이다.

높은 곳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걱정하지 않았나?
ㄴ 김다혜 : 처음에 극장 들어와서 위에 섰을 때, 당혹스러움과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연습 때, 높아 봤자 얼마나 높겠나 했다. 이제는 '줄리엣'이 점점 더 무대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각자 어떻게 하면 안전할지 터득한 것 같다. 생각보다 저 위의 장면이 많지 않다. 최대한 안전하게 해서, 보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큰 사고 없이 잘 될 것 같고, 우리가 좀 더 집중하겠다.
 
   
▲ (왼쪽부터) 이훈진과 이선근이 '로렌스'를 맡았다.
 
'로렌스'를 연기한다. 자신과 배역의 공통점이 있다면?
ㄴ 이훈진 : '로렌스'와 나의 공통점은 내 기준에선 몸매가 아닌가 싶다. '로렌스'의 푸근함이 내 몸에 그대로 있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나 싶다.

이선근, 이훈진 배우는 나란히 '로렌스'를 맡았다. 더블 캐스팅에 차이점이 있는가?
ㄴ 이선근 :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훈진 : 수염이 있다. (웃음)
 
이선근 : 훈진이 형의 '로렌스'를 보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 형이 직접 도움을 많이 줬다.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받았다. 훈진이 형과 나의 차이점은 섹시하다고 누가 해주셔서 그걸로 밀고 있다.
 
이훈진 : 나는 안 섹시한가?
 
이선근 : (웃음) 푸근함도 있고, 지팡이를 쓰냐 쓰지 않느냐의 차이도 있다.
 
   
▲ 성종완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의 의상 설정이 미군 복장이 결합한 것 같다.
ㄴ 성종완 : 최종안엔 많이 안 들어갔지만, 처음 디자인 회의 때 전체적 비주얼은 펑크였다. 기획의도처럼 신인들도 많이 등용되고, 비주류로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것들을 폭넓게 펑크라고 하는데, 그러한 설정을 사용하려 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도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인데, 시대가 뒤섞여 있다. '몽타궤'의 설정도 그렇게 했다. 핵전쟁 이후 남은 옷을 줍거나 가공해서 입는데, '몽타궤' 역시 인간이기 그렇게 활동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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