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주말 저녁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된 '음악극 십이야'는 유쾌함 그 자체였다. 사실 주말 낮 필자는 연극 동호회 사람들과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있었다. 창작극, 정통 연극,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결론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하자.' 였고, 이 작품을 어떻게 각색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더 해보자고 하며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극 십이야'는 마치 일종의 계시 같았다. 추후 공연하게 될 작품에 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음악극 십이야'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십이야를 더욱 유쾌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연출력과 그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음악극 십이야'는 배우들의 등장 및 퇴장, 그리고 연기의 장소를 무대 밖으로 이끌어 냈다. 배우들은 객석을 지나 등장하고, 퇴장했으며, 객석을 지나 무대에 도달하는 그 시간에도 끊임없이 배역에 몰입하여 연기했다.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이 여러 장소에서 이루어지면서 관객들의 집중력은 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등장과 퇴장은 관객들을 산만하게 만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객석에서의 배우의 등장을 기다리게 되었고, 또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만족을 느꼈다. 극을 보는 내내 이러한 극을 생각해낸 연출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세익스피어의 원작 십이야를 크게 각색한 것 같지는 않았다. 캐릭터 설정이나 장소도 원작 그대로였고, 심지어 앞뒤의 시간을 짧게 보여주느라 개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에 빠지는 상황마저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느끼함과 절박함, 부족한 용기, 바보 같음, 익살스러움, 교만함, 그리고 그 캐릭터가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의 방법까지도 연기에 녹여내고 있었다.

'극을 조금 더 현대식으로 바꾸어 주거나 사건과 인물 간의 개연성을 첨가해 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 극 안에서 연출가도 배우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극이 시작된 초반부를 제외하고, 관객들은 시종일관 웃었다. 웃음을 참을 수도 없었거니와 웃음을 참지도 않았다. 문자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아닌가? 관객들이 웃기를 바라며 만든 극이니 웃음을 참을 이유도 없었고, 또 배우들의 연기가 익살스럽고 극의 연출이 익살스러워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극이 끝나자 '필자가 올려야 할 작품을 어떻게 각색해야'하나라는 고민 따위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극 십이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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