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불효자는 울지 않고 놉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쉬지 않고 놉니다, 택시비가 없어 아침에 들어옵니다."

요즘 같은 업무에 매달려 사는 한국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불효자는 놉니다'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불효자가 되어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얻는다.

"삼백에 삼십으로 녹번동에 가보니 동네 지하실로 온종일 끌려다니네. 이것은 방공호가 아닌가. 핵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할 것 같아요. 평양냉면 먹고 싶네!"…월세를 구하기 위해 다니다가 씁쓸함을 느끼는 소시민의 모습이 그려진다.

▲ 씨없는 수박 김대중 '300/30' 

'씨 없는 수박'은 김대중의 블루스 이름이다. 신체의 불구+과일 이름+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블루스 음악가의 예명이다. 텍사스 블루스의 뼈대를 다진 'Blind(장애) Lemon(과일) Jefferson(대통령)'처럼 거기서 차용해 저도 '씨없는(장애) 수박(과일) 김대중(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그의 음악은 처음 들으면 웃기지만, 자꾸 들으면 슬퍼지는…묘한 노랫말로 열혈 홍대 매니아팬을 보유한 블루스 포크 음악가다 . 

한국에서는 흔한 장르가 아닌 블루스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가사 속에 유머와 우울함이 함께 어울려져 있다.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음악이다. 미국 노예 시대 흑인들의 노동요나 집단적으로 불리던 소박한 민요가 개인이 부르는 노래로 바뀌어 블루스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의 블루스 (포크 블루스·컨트리 블루스)는 노예해방이 이루어진, 19세기 중엽 이후의 것으로, 해방된 흑인들의 비참한 생활 환경, 인간적인 슬픔, 고뇌 ,절망감 등이 나타내고 있다.

최근 홍대 생선캠프 카페에서 단독공연이 있었다. 마치 출근하듯이 구수한 정장 차림으로 항상 나타나시는데 처음 봤을 때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다. 기타와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되면 블루스 리듬에 나도 모르게 흐느적거리게 만든다. '붕가붕가 레코드'에 소속되기 전에는 홍대나 대학로 주변에 작은 카페나 공연장에서 공연하면서 이름을 알렸었다.

작년 붕가붕가 레코드에 들어가서 1집 앨범을 내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요즘은 드라마 OST 에도 참여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집 앨범을 위주로 들려주기 시작한 이번 공연은 30명 한정의 소규모 공연으로 옹기종기 모여 마치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형 공연은 큰 공연장에 맞는 음향기기를 이용한 소리의 웅장함을 주지만 이런 카페 공연은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소리의 깊이를 더욱 느끼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이제 겨울이 다가와서 실외 공연보다는 실내 공연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만약 관객이 많은 게 불편하다면 이런 소규모 카페 공연을 추천한다.

 

▲ 씨없는 수박 김대중 '요양원 블루스'

1집 앨범 가사들은 마치 30대 백수가 혼자 읊조리듯이 노래를 하는 곡들이 많다. 가사가 귀에 박혀서 마음에 드는 곡은 '어째야 하나''요양원 블루스'라는 곡이었다. "나는 널 만난 지 석 달이 됐고 너는 임신한 지 사 개월 짼데 그땐 어째야 하나"라는 가사를 들은 관객들 대부분은 흠칫 놀라며 안타까워하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은 하지만 그녀와 어째야 하는지 결정을 못 내리는 망연자실함이 느껴진다. '요양원 블루스'라는 곡은 실제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의 노래에 맞춰 기타연주를 한 노래이다. "어서어서 죽어 저승으로 가서 얼쑤 우리 아들딸 훨훨 날게 해주시여 주여 주여" 아들, 딸들을 생각하는 어르신의 마음이 가득한 이 노래는 슬픈 가사인데도 신 나는 연주를 넣어서 내 기분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게 한다. 마음은 슬픈데 발은 구르고 손은 무릎을 치며 흥을 돋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곡이다.

   
▲ 요즘은 소규모 공연을 주로 하고 있는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공연을 듣고 싶다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기다려 보면 조만간에 공연 정보를 알려 줄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whereismyseed) 인디 뮤지션의 공연 정보는 주로 포털 사이트의 팬클럽이나 소셜 네트워크로 알아야 하는 적극성이 약간은 필요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의 삶 

   
 

영화로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홍대앞에서 활동 중인 블루스 포크 음악가이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뮤지션 지망생이었던 적이 없다. 우연히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그에게는 그저 자신이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기타와 하모니카가 필요했을 뿐이다…(시놉시스) 

이렇게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그의 음악에 대해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슬프고 아팠던 기억을 자신만의 위트로 노래 속에 담아 우리에게 들려주는 음악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지우고 싶었던 기억들은 어느새 지금의 그에게 자연스레 녹아들어 간다. 매일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며 무대에 오르는 김대중의 블루스 선율이 진한 위로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스컬(백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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