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평소 철학에 대해서 어려운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질 때가 많았다. 철학과에 다니는 내 친구의 행동이나 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아 어려울 때가 많았고 책들을 보면 어려운 단어 투성이라 완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TV에서 하는 강신주 박사의 강의를 보게 되었다. 철학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 관념, 이념들이 모두 모여서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 자신도 쉽게 읽히고 이성과 감성을 만족하게 하는 철학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신주의 '철학콘서트 필로소피 시즌2 음악으로 철학 느끼기'는 '러시아 로망스'라는 부제 아래 혁명(Revolution), 사랑(love), 우수(Melancholy)라는 주제로 나눠 공연을 기획했다. 여기서 말하는 필로소피는 철학을 뜻하는 단어인 "Philosophy"가 아닌 '철학으로 음악을 느껴보자'는 주제를 담은 "Feelosophy"이다.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가 준비해 온 사랑에 관한 클래식 라흐마니코프: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 차이콥스키:현을 위한 세레나데, 라벨:볼레로를 들려주고 사랑에 대한 강신주 박사의 강의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일반적인 공연을 생각했을 때 클래식 공연을 하고 난 뒤 곡해설을 해주는 공연인지 궁금했고, 클래식과 철학이 만나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눈길을 끌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나 이 공연은 지식에 대한 것이 아닌, 각자가 느끼기에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연을 진행해 나갔다. 클래식에 대한 문외한이라 내가 과연 이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편안해짐과 동시에 음색이 변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다양한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만큼은 음악을 그냥 듣고 편안해지는 마음을 간직했던 순수한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사랑은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치명적인 기쁨이라 한다. 동시에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고독이 찾아오게 된다. 평소에 나는 고독함을 없애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 만남과 만남 사이가 짧기도 해서 친구들에게 "쟤는 항상 연애하고 있는 친구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사랑의 감정과 표현이 나의 고독함을 지워내고 잊힐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강연에서는 사랑과 고독의 상호관계 속에서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건 모순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강신주 박사가 직접 만든 사랑에 대한 비유 중에서 '본인 스스로 고독의 방 열쇠를 들고 그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두고 열쇠를 조그만 창문 밖으로 멀리 던진 후 누가 그걸 발견해 열어주길 바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표현이 사랑과 고독의 상호관계를 가장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열쇠를 가진 상대방이 내게 돌아와 열어주지 않는다면 혼자의 힘으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방에 갇힌 꼴이 된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게 되는 결말에 도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싫어서 떠났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나를 떠났을 때 슬픔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독이란 유폐 상태다. 그 어떤 인간도 각자가 가진 근원적인 고독을 채워주진 못하고 오히려 사랑하는데 이겨낼 수 없는 외로움은 그 관계를 비참하도록 느끼게끔 한다. 사랑했기에 고독이 생기는 것이고 사랑과 고독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다. 상대방과 사랑하는 상태에서 빠져나왔을 때 사랑했다고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성숙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그 고독감을 인정해주고 감싸 안아줘야 할까?" 

"필연적인 고독이라면 그 고독을 무시하지 말고 서로 알아봐 줄 때 그 사랑이 조금은 더 서로 위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사랑과 고독에 대해 새로운 상호관계를 알고 난 후에 여러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것이 철학'이라는 어렴풋한 짐작을 해본 계기였다.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과 함께 강신주 박사의 철학을 탐미하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월 3일 오후 7시 30분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우수(Melancholy)라는 주제로 공연이 기획되어 있다. 쓸데없는 지식과 허영을 빼고 마음에 파고드는 음악과 함께 철학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추천할 공연이다.

   
 

▶ 철학가 강신주
1967년 경남 함양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상상마당 등에서 철학 강의 중이며, 출판기획사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강단 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소통과 사유를 가능한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원하는 강신주는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이성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철학자이다.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는 피아니스트 전현주, 전희진 두 자매가 결성한 팀으로, 1995년부터 함께 러시아에서 유학했다. 1997년 팀 결성 후, 2010년 독일 최고 권위의 ARD 국제 콩쿠르의 '피아노 듀오 부문'에서 1등 없는 2위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러시아 유학을 망치고 귀국하며 팀 이름을 '렘넌트'에서 '베리오자'로 개명하며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베리오자는 러시아의 상징인 자작나무를 뜻하며, 러시아 정통의 피아니즘을 선보이겠다고 각오가 엿보인다.

[글] 아띠에떠 스컬(백창훈) artietor@mhns.co.kr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적 체험을 좋아하는 젠틀가이. 소셜댄스계에서는 '스컬'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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