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인 배우들의 패기와 열정을 보여준 '돈키호테 남극빙하'

[문화뉴스] 친구 기훈이가 '돈키호테 남극빙하'라는 연극을 2014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한다고 연락을 받고 홍대 산울림극장을 찾아갔다.

이 친구는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와 3~4개월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다. 그 당시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1년 후에는 연극을 하기 위해 극단에 들어갔다고 공연 초청을 해줬다.

내 또래인 친구가 주위의 반대를 이겨내고 배우가 된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축제 소개> 프린지페스티벌은 현재 서울을 제외하고도 세계적으로 7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예술 축제다. 프린지페스티벌은 1947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의 젊은 예술단체들이 축제가 열리는 도시 주변부의 빈 창고, 지하실, 거리 등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공연을 선보였던 것에서 출발했다. 프린지(Fringe)의 사전적 의미는 변방 혹은 주변부를 뜻하며, 문화적 의미로서 프린지란 미래지향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축제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 축제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예술축제와는 달리, 사무국에서 작품을 심사하여 선별하지 않으며 예술가들이 경력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한다는 점이다.

'돈키호테 남극빙하' 극단이 참여한 연극은 극단의 이름을 그대로 써서 '돈키호테 남극빙하'라는 제목으로 자전적인 과정기록극, 정체성 탐구극 이라는 기존의 보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스토리극과는 다른 형식이었다. 극단의 첫 작품으로서 '연극은 다큐멘터리다' 라는 말을 표방하며 만든 작품이다.

참신한 방법으로 연극을 진행하는 방식이 흥미를 북돋았다.

8명의 극단 단원이 배우라는 직업의 정체성과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줬다. 이들은 극단 대표님이 던져준 '자신을 알아가는 80문답'을 성실하게 채워가면서 어떤 배우가 되고 어떤 연극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스터디를 시작한다. 단원들은 26~30세의 나이에 남성으로 친구 기훈이와 같이 비슷한 또래의 건장한 청년들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대중들도 알고 있고 배우들도 알고 있다.

   
▲ 돈키호테 남극빙하 단원

사회적으로 배우보다는 쉽게 돈을 벌고 몸도 덜 고달픈 직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청년들은 꿈을 이루겠노라고 도전을 한다.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친구 기훈이가 처음에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생겼다. 주위의 반대를 이겨내고 멋있지만 힘든 길을 택했을 때 같은 청년 남성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용기가 부러웠고 대견했다.

이 연극을 보고 진한 감동이 왔던 것은 배우들의 실제 생활과 가족사를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관객들에게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노출함으로써 그들의 진정성을 더 느낄 수 있었고 배우로서 고단함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모습들에서 20대 청년의 패기도 보였다. 배우라는 자기 직업을 즐기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직업적으로 이들만큼 열정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20대 청년들이 봤을 때 동질감을 느끼면서 같이 열심히 하자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돈키호테 남극빙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로에서 열리는 창작공간연극축제 참가작품으로 9월 말 대학로 연극공간 라푸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신인 배우들의 패기와 열정을 느끼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글] 아띠에떠 스컬(백창훈) artietor@mhns.co.kr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적 체험을 좋아하는 젠틀가이. 소셜댄스계에서는 스컬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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