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월드 뮤직은 여행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많은 고민이 사실 멀리서 보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여행이 그렇듯이 월드 뮤직도 우리 삶을 환기시키고 잊었던 자유를 찾게 만들어줘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해드리고 싶어요.
(하림)

지난 18일 가을 밤.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에 가있던 필자는 그곳에서 월드뮤직이라는 '음악여행'을 다녀왔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하림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앞에는 집시들의 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 주변을 뛰어다니며 다양한 몸짓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마임이스트가 있었다.

   
 

하림을 처음 봤던 건 어느 가요프로그램에 '출국'이라는 곡을 불렀을 때다. 발라더로서 독특한 민머리 헤어 스타일에 눈길이 가게 되고 첫 앨범도 보통 평범한 발라더의 앨범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아 찾아듣곤 했다. 그리고는 가끔 앨범이 나올 때마다 관심이 가는 정도였는데 이후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난생 처음 보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몽골전통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여러 나라를 다녀온 여행자의 느낌이 와 닿았던 뮤지션이었다. 

하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가 기획한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은 관객들을 집시들의 대표적인 나라들로 인도해 주는 공연이다.

국내에서 많이 접할 수 없는 악기 드렐라이어(독일), 보조키(그리스), 아이리쉬 휘슬(아일랜드) 등 민족악기가 연주되며, 하림의 미발표곡, 집시스윙, 그리스 렘베티가, 아일랜드 아이리쉬 등 조금은 생소한 음악을 각 나라의 악기로 전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집시란 코카서스 인종에 속하는 소수의 유랑민족으로 인도에서 발상하여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지역 서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에 분포하는 황갈색 피부의 민족으로 일정한 거주지가 없이 항상 이동하면서 생활한다. 미신적이고 쾌활하고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져 점쟁이, 가수, 말 장수 같은 일들로 생계를 꾸리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며 방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집시테이블은 하림이 집시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는 현장을 재현하는 공간이다.

앞서 말한 다양한 민족들의 악기들과 마임이스트의 춤을 통해서 집시들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여행을 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마임이스트가 여행자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프랑스, 아일랜드, 그리스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여정에 다닐 때마다 각국의 집시 모습들을 설명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들은 단순히 집시들이 주로 연주하는 스윙재즈풍의 연주곡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리스 가수의 노래와 함께 보여주기도 하고, 탭댄스의 시초가 되는 아이리쉬 댄스나 재즈음악에 잘 어울리는 스윙 댄스를 접목시켜 공연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공연 중간마다 이벤트들도 눈에 띄었다. 미리 사연을 신청한 커플에게 사랑 언약식을 하며 프로포즈를 할 기회를 만들었다. 집시의 사랑 언약식은 "사랑하지 않는 순간 떠날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다소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다른 언약을 해서 흥미로웠다. 스스로 감정에 충실하며 살자는 집시 문화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반영해주는 언약이었다.

남자는 맹세에 큰소리로 대답하는 반면에 여성은 떠난다는 말이 못내 싫고 아쉬웠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언약을 맺었다. 아무래도 '집시라는 정서가 한국인에게는 낯설기도 하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이벤트는 공연 전 사연을 보내서 인도여행자를 뽑는 것이다. 당첨된 관객은 인도여행경비 전액을 지원받고 하림과 같이 인도에 가서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다음 공연에도 이벤트 참가가 가능하니 인도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은 좋은 공연도 보고 이벤트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로 보인다.

다음 공연은 같은 장소에서 10월 22일 20시에 국내 유일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트리오와 함께 떠나는 아르헨티나 여행이 준비되어있고, 11월 20일 20시에는 정통 플라멩코 그룹 누에보 플라멩코 컴퍼니와 떠나는 스페인 여행이 준비되어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월드뮤직을 들으며 짧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하림의 집시테이블 공연을 강력 추천한다.

[글] 아띠에떠 스컬(백창훈) artietor@mhns.co.kr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적 체험을 좋아하는 젠틀가이. 소셜댄스계에서는 스컬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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