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탈-정우 ⓒ 신일섭 기자

[문화뉴스] 춤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스윙댄스. 취미로 시작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전업댄서'가 된 '크리스탈과 정우'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 [춤출까요? 스윙人 탐방기] 플로워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커플 '크리스탈 & 정우' ① 바로가기  

 커플댄스의 핵심인 '파트너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ㄴ정우 : 커플댄스의 파트너쉽은 '음악, 파트너 그리고 나' 이 3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두명이 함께 하나의 그림을 그리면서 교감하는 것이 바로 커플댄스의 본질이고, 솔로댄스와 다른점이다.

크리스탈 : 한 가지 일을 위해서 다른 두 사람이 서로 맞춰나가는 오랜 기다림이다. 강습이나 공연, 대회 등 두 사람이 어떤 일을 위해서 서로 협업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배려, 이해, 끈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 세 단어 안에 많은 과정이 포함돼있다(웃음).

정우 : 가끔 댄서분들에게 "어떻게 파트너쉽을 키워야하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트너쉽은 어떻게 보면 연애하고도 비슷하다.

크리스탈 : 실제로 파트너이면서 연인이라면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웃음). 그래서 세계적인 프로 댄서 중에는 연인과 파트너가 분리된 커플이 더 많다. 하지만, 우리처럼 연인과 파트너를 같이하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함께한 걸로 알고 있다. 혹시 결혼계획이? 

ㄴ 크리스탈 : 사귄 지 2,800일이 넘었다. 결혼에 대해서 자주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주위에 결혼을 하는 스윙댄서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좋아 보이더라. 하지만, 작은 일이 아니기에 시기도 잘 타야한다. 요즘에는 조금씩 이야기를 흘려보지만 정우가 좀 외면하는 것 같다(웃음).

정우 : 이제 내가 그동안 맘고생 했던 것을 복수할 차례다(웃음). 그간 스튜디오와 팀의 기반도 다지고, 이곳저곳 강습하러 다니느라 바빠 서로에게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서로 함께 그려가는 그림과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랜 시간을 파트너로 함께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ㄴ 크리스탈 : 오랜 시간만큼 많이도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웃음) 싸운 만큼 서로 더 잘 알게 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게 되고, 제대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춤을 출 때 있어서는 가끔 서로 순간 다음은 어떤 동작을 할지를 미리 알아채는 경우도 많다.

정우 : 경험이다. 각자마다 다른 재능, 학습방법의 차이, 음악의 이해, 춤의 특징 등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강습생 분들에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크리스탈은 팔로워의 정석'이라는 평이 있다. 

크리스탈 : 그런 평이 있는가? 정말 감사한 말이다. 아마 팔로워(주로 여성)들을 위한 강습을 오래 해서 그런 영향도 있고, 리더들이 다루기 쉬운 작은 신장에, 근력이 남들에 비해서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윙댄스에는 팔로워를 위한 '스위블'이라는 스타일링이 있는데 그 동작이 예쁘기는 하지만 자칫 무리하면 위험한 동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팔로워를 위해 시작하게 된 스위블 강습이 오래도록 이어져와서 그런 것 같다. 강습을 해오면서 반대로 강습생분에게 많이 배운다. 또, 정우의 춤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그간의 경험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우 : 팔로워도 그렇지만 리더들이 크리스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직감이 매우 발달해 있고 상대방의 에너지를 잘 알아주고, 채워주고, 증폭시켜 춤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흔치않은 특징이자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강습생들이 크리스탈의 수업을 듣다 보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탈은 거리낌없이 직접 몸을 터치하고 더듬고 알려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왜 안되는지를 잘 짚어낸다.

정우님은 큰 부상을 딛고 일어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극복했고 그 비결이? 

ㄴ 정우 :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라를 연습하다가 허리 부상을 크게 당한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사람 말로는 허리가 90도로 접혔다고 했다. 부상을 당한 순간 온몸의 신경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2달 동안 제대로 걷질 못했었다. 부지런한 재활 끝에 극복할 수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크리스탈 : 일단 부상을 당하면 빠른 대처가 생명이다. 그간의 경험이 통해 부상과 응급 처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잘 알다시피 꾸준한 운동과 바른 식생활, 자기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스윙댄스로서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ㄴ 정우 : 스윙댄스는 서양문화인데, 한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유럽만큼 스윙댄스가 확산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엄청나다는 것도 세계가 알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스윙댄서로서, 훌륭한 댄서들과 함께 아시아의 스윙씬의 발전을 주도하고 싶다.

크리스탈 : 또 우리나라는 스윙댄스 중 린디합에 치우친 경향이 특히 강하다. 최근 유럽은 발보아, 미국은 쉐그가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춤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 그래서 아시아가 유럽 이상으로 린디합만큼이나 발보아, 쉐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또 이런 스윙장르에 탭댄스까지 잘 어우러지는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꿈을 같이 만들어가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스윙계에서 협업이 필요하지 않나?

ㄴ 정우 : 11월 22일에 열리는 'CRAZY LEG' 라는 행사가 그런 취지로 만들어졌다. 35명 이상의 활발히 활동 중인 강사 스윙댄서들을 초대하여 힘을 합쳐보는 그런 행사가 될 것이다.

크리스탈 : 지금까지는 전업 스윙댄서들이 몇 없고 스윙을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 부업으로 하고 있기에 서로 시간이 없고 협업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예전보다 댄스홀도 많이 생기고, 스윙계 전반적으로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Crazy Leg'와 'ABC'는 어떤 행사인가?

ㄴ 정우 : CRAZY LEG는 린디공연팀 '몬스터'와 발보아공연팀 '수펄스', 그리고 쉐그공연팀 '비긴즈' 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또한, 한국 강사 댄서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만들 자리이기도 하고, 린디합과 발보아 컴피티션이 있는데 대회를 통해서 좋은 댄서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등용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탈 : ABC는 올해까지 KBF(Korea Balboa Festival)라는 행사로 열어 왔다가 내년부터 범아시아적 댄스축제로 전환하여 이름이 ABC(Asia Balboa classic)로 바뀐다. 행사를 처음 시작한 이유는 내가 발보아를 추고 싶은데 사람들이 발보아에 대해서 잘 몰라서 알리기 위해 열게 되었다. 2008년부터 꾸준하게 행사를 열어와 지금은 국제적인 규모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발보아의 매력이란?

ㄴ 크리스탈 : 발보아에는 커플댄스의 '밀당'이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웃음).

정우 : 발보아는 파트너와 함께 음악에 맞춰 '구름 위를 걷는 느낌' 이다. 발보아의 특징 중 하나는 빠른 재즈 노래에 걷듯이 여유있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다. 린디합에서 느낄 수 없는 훨씬 깊은 교감이 있다.

크리스탈 : KBF행사에서 영상을 담당해주는 스텝의 말을 인용하자면 발보아는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표현하더라. 젠틀하고 기품있으며, 팔로워들이 훨씬 더 예뻐 보이고, 우아함을 들어낼 수 있는 춤이다.

발보아는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다.

ㄴ 크리스탈 : 린디합은 힘들지만, 발보아는 피곤하다. 린디합은 직선이 주가 되어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발산해야지만, 발보아는 빠른 노래에 원운동을 하며 조근조근 스텝으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교감의 밀도는 깊지만 체력 소모는 린디합에 비해 매우 적다.

정우 : 린디합을 추다 보면 발산하는 에너지에 때론 의도치않게 밸런스가 망가질 수 있지만, 발보아는 그렇지 않다. 구두를 신고 우아하게 출수 있다. 그리고 많은 댄서가 꿈꾸는 '실버스윙'에 조금 더 가까운 춤이다. 일단 한번 배워보면 발보아의 참 맛을 알게 된다.

크리스탈 : 재즈는 좋은데 린디합의 격렬함이 부담된다면 정답은 발보아다.

정우 : 재즈 음악을 여유있고 분위기 있게 즐기고 싶다면 더욱더 좋은 선택이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그 목표를 이뤘는지? 

ㄴ 크리스탈 : 세계무대로의 강습진출과 대회입상은 매년 꾸준히 하고 있고, 국내에서 보자면 몬스터즈, 수펄스즈 공연 팀원들의 안정화와 발보아 인구를 늘리기였는데, 둘 다 만족할 정도로 이룬 것 같다. 또 앞으로 ABC로 이름이 바뀔 발보아 행사 KBF에서 세계최고 발보아댄서이자 스윙강사인 제레미&로라와 함께 발맞춰 공연과 소셜데모 한 것도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발보아 댄서의 층을 늘려간다는 것이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뿌듯하다.

정우 : 댄서들의 꿈이라면 나의 댄스 스튜디오를 가지는 것과 그곳에서 강습과 연습을 하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현재 몬스터 스튜디오가 활발히 운영되면서 앞으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 단독 발보아 공연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였다. 미국 캠프지터벅 행사의 The Jump Session Show라는 큰 무대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때는 숨죽은듯이 조용했고 공연후엔 박수소리에 깜짝놀랄만큼 반응이 아주 좋았다.

우리나라의 전업 스윙댄서들과 경쟁적 구도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크리스탈 : 세계적인 스윙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한국 댄서들이 몇 안 되다 보니, 경쟁구도로 보는 시각이 이해가 된다. 세계대회에서 결승에 올라갔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스윙댄서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경쟁심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2011년, 유럽스윙댄스챔피업쉽(ESDC)에서 아시아 최초로 커플 부문에서 1위를 하고, 또 같은 해 올발보아위켄드(ABW)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발보아 대회에서 커플부문으로 일등을 하니 그때부터 정말 프로라는 의식이 생겼고, 주위에서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정우 :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자면, 경쟁도 협업도 모두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스윙댄스 문화가 동호회나 강사 및 공연팀별로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며, 자신이 가는 길만이 옳은 길인 듯 서로 배척하기보다는 긍정적인 경쟁과 협업을 통해서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본인에게 있어서 스윙댄스란?

ㄴ 크리스탈 : 한마디로 나에게 스윙은 '에너지'다.

강습을 예로 들자면,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강습하는 그 순간 스스로 집중하고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나눌 때 그 시간에 온전히 빠져듬을 느끼는데 그때가 정말 좋다.

춤을 출 때도 나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리더에게 그것이 전달되는 게 느껴지고, 서로 에너지가 합쳐져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때 정말 좋은 느낌이다. 그런 에너지가 바로 스윙댄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우 : 아직도 댄스홀에 가서 춤을 시작하기 전 옷을 갈아입으면서,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춤을 오래도록 췄지만, 아직도 설렘에 심장이 뛰는 것 그것이 바로 스윙댄스의 매력인 것 같다. 그런 두근거림을 가지고 도전한 것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스윙을 좋아하는 분들과,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ㄴ 정우, 크리스탈 : 그런의미에서, 스윙댄스 한 곡 추시겠어요?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