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중 '글린다' 역으로 국내 최다 공연한 배우 정선아 라운딩 인터뷰 전문

   
배우 정선아의 라운딩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문화뉴스] 지난 달 30일을 기준으로 배우 정선아가 뮤지컬 '위키드'에 통산 173회 출연하며 '글린다'로서 국내 최다 공연 기록을 세웠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얀마녀 글린다는 초록마녀 '엘파바'의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모든 면에서 상반된 두 사람은 학창시절의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러나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의해 다른 방식의 삶을 택하며 그들은 서로를 믿고 아끼지만 함께할 수는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아름답고 상냥한 글린다는 잘난 자기 모습에 심취하기도 하고, 엘파바를 놀림감으로 만들기도 하며, 어부지리로 얻게 된 마녀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잘 이용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린다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특유의 애교와 붙임성, 그리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진심으로 엘파바와 친구가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들에 의해 '글린다와 싱크로율 100%'라는 평을 듣는 배우 정선아는, 글린다처럼 예쁘고 상냥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배우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글린다 역을 맡았을 뿐 아니라,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함으로써 '글린다=정선아'라는 국내 뮤지컬계 공식을 전혀 무색하지 않게 만드는 배우 정선아. 그가 '정글린다'를 사랑해준 많은 팬들에 대한 보답으로, 라운딩 인터뷰를 마련했다. 다음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새 시즌에 임하는 소감은?

ㄴ 두 번째니까 부담이 더 컸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시간이 지난 만큼, 그리고 두 번째로 도전하는 만큼 깊이 있는 글린다의 모습을 관객분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도 즐겁게 임하고 있다.

대구 공연이 끝난 후 여행을 갔다온 걸로 알고 있다.

ㄴ 공연을 끝낸 후 바로 떠나는 여행이 나한테는 힐링이다. 그동안의 캐릭터를 지우고 새로운 작품에 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짧은 여행에 왔다. 힘들었던 것들을 털어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글린다 역을 다시 맡으면서 지난 공연과 제일 다르게 와 닿았던 것은?

ㄴ 예전에는 넘버 '파퓰러(Popular)'가 메인 노래이기 때문에, 그 곡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그 한 장면뿐 아니라 글린다가 변해가는 성장과정을 관객들에게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는 '파퓰러'를 재밌게 불러서 관객들을 신나게 웃겨 드려서 박수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 애정이 가고 진심이 우러나와서 하는 장면은 'Thank Goodness(감사해)' 넘버를 부를 때다. 글린다가 피에로에게 차이고 많이 힘들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느끼지만 나를 바라보는 군중들을 위해 아닌 척 승화시키는 장면이다. 이전 시즌에서는 솔직히 잘 소화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 장면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그 장면이 지금 내 뮤지컬의 인생 같다.

뮤지컬을 15년간 해오며, 처음에는 글린다처럼 철없이 남들한테 상처주고 받으며 '나만 잘해야지'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깊이가 더해져서 남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는 모습, 즉 변해가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글린다의 성장에도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그 부분을 관객들이 캐치하셨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글린다로 가장 많이 무대에 서본 배우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정글린다'만의 강점은?

ㄴ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간 줄 몰랐다. 오늘 인터뷰가 150회 이상을 기념하며 마련된 자리라고 알고 있다. 횟수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 관객들한테 실망 드리기 싫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나도 사람이기에 매회가 똑같을 수는 없었지만, 매 공연마다 (내 능력치의) 90프로 이상은 끌어올릴 수는 있어야겠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위키드'라는 작품을 많이들 사랑해주시고, 나의 글린다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 작품은 매회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깝다. 이제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아쉽다. 또한 동료들에게도 참 고맙고 앞으로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나더라도 내가 계속했으면 좋겠다(웃음).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클립서비스

극중 댄스파티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켜져있지 않아서 배우들끼리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한다고 들었다. 그럴 때 상대역 피에로의 고은성 배우와 민우혁 배우 간의 다른 점이 더욱 드러날 것 같다.

ㄴ 고은성 배우는 탤런트가 많은 배우다. 소극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많이 하며 경험을 쌓았더라. 상당히 재밌는 친구다. 무대 위에서든 밖에서든 정말 웃기다. 그 친구가 글린다를 맡아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관객들이 즐거워할 것 같다.

민우혁 배우는 상당히 진지하다. 정말 다른 피에로들이다. 생김새도 매력도 정말 다르다. 이게 바로 더블캐스팅의 좋은 점인 것 같다. 상대역으로 한 배우와 하면 책임감을 가지며 더 깊어질 수 있겠지만, 더블캐스팅을 통해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되니, 나의 더 좋은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된다.

민우혁 배우는 내게 진지함을 심어준다. 우선 너무 잘생겼다. 주변에서는 이 배우는 피에로 의상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들 한다(웃음). 나는 공연에 집중하기 때문에 의상에 집중할 시간이 없는데 많은 분들이 '피에로 의상이 저렇게 좋은 의상이었냐'고 말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배우다. 이번 '위키드' 배우들은 말 안 해도 이미 관객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분 한 분 정말 소중한 분들이다. 같이 공연할 수 있어 감사하다.

초연과 달리 새로운 글린다와 엘파바로 배우 아이비, 차지연이 합류했다. 이전부터 같이 무대에 서던 박혜나까지. 세 배우와 함께 호흡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ㄴ 아이비 언니는 사랑스럽다. 언니인데 동생 같은 기분. 귀여워서 지켜줘야 될 것 같다. 서로 얘기도 많이 한다. 생각보다 털털해서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차지연 씨는 예전에 '아이다'와 '드림걸즈' 공연에서도 만났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배우다. 볼 때마다 이 친구는 '무대 위에 있으려고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차지연이라는 배우가 무대에서 큰 에너지에서 뿜어주니까 그게 부스터가 돼서 나도 무대에서 폭발적인 기량을 덩달아 드러내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박혜나 씨는 초연 때 나와 같이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인지 많이 의지가 된다. 그리고 박혜나 배우는 무대 위에서든 밖에서든 천사다. 혜나언니 때문에 이번 공연도 참 행복하고 마음 따뜻하게 임할 수 있다. 가장 고마운 친구다.

 

 

   
 

글린다를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대표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글린다는 등장할 때 버블머신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한다. 국내에서 버블머신을 가장 많이 타본 배우로서 버블머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ㄴ 버블머신은 항상 무섭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없고 건강하고 털털한 편이다. 그런데도 버블머신은 항상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스탭 분들이 다 꼼꼼히 점검을 해주겠지만, 그래도 직접 타야 하는 나로서는 한 살 한 살 더 먹으니 더 무서움을 느끼며 타고 있다.

어렸을 때 뮤지컬 '나인'에서는 다른 안전장치 없이 천만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어떻게 천만 의지하며 내려올 수 있었나 싶다. 지금은 매회마다 '스탭분들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버블머신을 타고 있다(웃음). 버블머신에서의 에피소드는 없어야 한다!

엘파바 역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ㄴ 욕심 있다. 배우한테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를 완벽하게 부르고 박수를 받을 때는 참 뿌듯하면서도 벅찬 순간이지 않을까 한다. '위키드' 첫 오디션을 볼 때 그 노래를 불렀었는데, 그동안 그 노래를 정말 부르고 싶었었나 보다. 그런데 공연을 하다 보니 나한테 참 잘 맞고, 관객 분들께 재미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 글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내가 언제 '위키드'에서 어느 역할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글린다가 나한테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극중 오즈는 '모두가 좋아하면 그게 진실이야'라고 말한다. 극중을 떠나 정선아가 '모두가 좋아하는 거짓'과 '모두가 불편해하는 진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고 싶나?

ㄴ 모두가 불편해하는 진실을 택하겠다. 나는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어느 모임에서든 총대를 많이 메곤 했다. 공연 중에서도 무대 밖에서 여러 일이 일어난다. 나는 모두가 불편해하는 것을 자주 꺼내는 편이다. '정의는 살아있다는 말'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행동해왔다. 다들 말하기 힘들어 하고 쭈뼛대는 것을 항상 말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모두가 좋아하는 진실'이 편해 보이며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바닥에서부터 파헤쳐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 힘을 믿는다.

주변에서 '정선아는 글린다 자체'라는 말을 들었다. 글린다와 정선아의 비슷한 부분, 그리고 다른 부분은?

ㄴ 내가 보기와는 다르게 퍼주는 걸 좋아한다(웃음). 글린다의 선한 그 모습을 참 좋아한다. '글린다는 착한 사람이야, 못된 사람이야'의 문제를 떠나, 글린다는 남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그럴 때 행복을 느낀다. 가령 글린다는 남들을 예쁘게 꾸며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엘파바도 예쁘게 꾸며주려고 하는데, 그 모습은 실제 내 일상과도 같다. 친구가 스스로도 몰랐던 점들을 알려주는 것들을 좋아하며, 변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글린다와 다른 면은, 남들한테 창피를 주는 걸 내가 민망해한다는 점이다. 글린다는 1막에서 학교 친구들 앞에서 엘파바를 놀린다. 나라면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엘파바에게 찾아가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택할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무안을 주는 것은 하지 않는 편이다. 글린다로 이 부분을 연기하면서도 관객 분들이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하고 생각했다(웃음).

 

 

   
 

뮤지컬 말고도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의향은 있는지?

ㄴ 노래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내 캐릭터가 강하다. 예전에는 뮤지컬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다른 데에 눈 돌릴 시간이 없었다. 요즘 많은 배우 분들이 크로스오버하면서 잘 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이 시야를 넓혀 다른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더 많은 분들게 뮤지컬을 알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출연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정말 재밌었다. 녹화 자체도 재밌게 했는데, 이후 많은 분들이 내가 나온 방송분을 재밌게 봐주셨다. 그래서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들이 나한테 맞는 성질의 것들이라면, 한번 쯤은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음악프로그램도 가능한가?

ㄴ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MBC '복면가왕'에 나오고 있다. 기회가 있다면 나갈 거다.

이미 러브콜 많았을 것 같다.

ㄴ (웃음) 좋은 곳에서 많이 얘기해주셨지만, 그때마다 공연에 집중해서 해야 되는 상황이라서 고사했다. 두 마리 토끼 잡기가 뮤지컬 쪽에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하나만 하는 게 버겁다. 좋은 기회가 또 올 것 같다.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클립서비스

많은 배우들이 여러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데, 정선아 배우는 한 작품에 올인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ㄴ 내가 그만큼의 능력이 안 된다. 한 작품에 들어가면 거기에 많이 빠지는 스타일이다. 내가 작품과 작품 사이에 여행을 가는 것도, 이전의 역할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행하는 거다.

완벽주의인가?

ㄴ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상당히 허술하다. 꼼꼼하고 완벽주의일 것 같지만 허당인 구석이 꽤 있다. 작품에 임할 때는 그동안 열심히 해온 시간이 있고, 아무래도 내가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관객들한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허술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완벽하게 해야 돼'라는 마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이 뮤지컬을 관객 분들이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도록'이라는 마음이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하얀마녀 글린다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정선아 ⓒ 클립서비스

실제로 정 배우는 출연하는 작품과 작품 사이에 텀이 꽤 있다. 그게 일종의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정선아의 스타일인가?

ㄴ 집중하는 게 크다. 평상시에는 집중을 잘 못하지만, 공연할 때는 집중력이 생긴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후에는 시기 상 바로 해야 되는 작품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작품과 역할을 떠나보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나서 다른 작품과 만난다.

차기작은?

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우선 조금 쉴 예정이다. 더운 대구에서 5월에 '위키드'를 오픈하고, 제일 더운 지금의 서울에서 이어 공연을 하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배우들은 겨울옷을 입고 있다. 나는 살이 보이는 시원한 옷을 입지만, 다른 동료 분들은 정말 힘들어한다. 이 더운 여름 내내 좋은 작품과 함께 했다. 3월 말부터 연습을 시작해 5월부터 지금까지, 반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위키드'와 함께 했다.

'위키드' 시작 전에도 서유럽과 동유럽에 가서 레슨도 받고, 힐링하고 왔다. 두 번째 '위키드'는 좀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그리고 시야에 좋은 풍경들을 담아 와서 그 감동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기 위해 12월부터 2월말까지 한국과 외국을 왔다 갔다 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체코 등을 다녀오면서 '이렇게 예쁘고 좋은 나라에서 좋은 시인, 화가, 배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했다. 그래서 욕심을 부려 많이 눈에 담아오고 음악극, 판토마임 등과 많은 음악 공연들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이번 '위키드'는 조금이라도 더 깊이 있게 성숙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한다.

 

유럽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지역은?

ㄴ 잘츠부르크가 정말 좋았다. 이전에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했지만, 잘츠부르크와 빈을 간 건 처음이었다. 건물들이 모두 아름다웠고, 공연 마치면 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체코도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 성당에서 연주회를 많이 찾아갔다. 뮤지컬 공연은 아니었지만 음악극이나 판토마임에서 배우로서 상당히 큰 감동을 받았다. 배우로서, 관객들께 감동을 드리는 입장이었는데, 이 공연에서 받은 감동을 앞으로 만날 관객 분들께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더 큰 마음과 눈으로 관객 분들을 만나게 돼 정말 좋았다.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클립서비스

정선아에게도 '엘파바' 같은 친구가 있는지?

ㄴ 내 제일 친한 친구들 중 몇 명이 엘파바같은 친구들이다. 나와는 참 반대다. 물론 주변에 글린다 같은 친구들이 있지만, 내 베스트 프렌드는 평범한 회사원 친구다. 서로 비슷한 점에 집중하지 않으니, 싸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만약 글린다와 엘파바처럼 남자문제가 얽혀있다면, 친구를 이해할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만약 내가 엘파바라면, 그 마음을 친구한테 솔직히 털어놓을 것 같다. 길이길이 날뛰든 이해를 해주든. 엘파바가 뒤에서 모략을 꾸민 건 아니지만, 친구가 나한테 욕할지언정 함께 얘기를 하며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박혜나, 차지연 배우 모두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결혼 계획은?

ㄴ 전혀 없다. 죄송하다. 나도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은데, 사람 일이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일인데 어떻게 알겠나. 나이가 만 서른하나인데 아직까지 나는 공연과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자신이 없다. 언니들은 너무 행복하게 일도 사랑도 잘 성취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동일시하지 못해서 (결혼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한다. 또 작품이나 여행 등 좋아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더 많이 해보고 '다른 쪽으로 행복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 하려고 한다.

강홍석 배우의 여자친구를 정선아 배우가 소개시켜줬다고 알고 있다.

ㄴ 예쁜 커플이다. 축가도 부르기로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정말 아름다운 일 같다. 두 친구 모두를 인간으로서 참 좋아한다. 강홍석 배우는 참 열심히 하고 착한 배우다. '킹키부츠'로 그 친구를 처음 만났는데 '이 친구는 나이도 어린데 무대를 사랑하고, 무서워할 줄 아는 배우구나, 선배 동료들을 잘 챙기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동생 같은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인사 자리는 내가 만들어줬지만 사랑은 알아서들 했다. 이렇게 좋은 결실이 바로 나는 걸 보니 참 뿌듯하고 내가 이쪽에 소질이 있나 싶었다(웃음). 오는 9월에 결혼한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났기에 아낌없이 축복해주고 싶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스스로 씁쓸한 면도 없잖아 있다(웃음).

 

 

   
뮤지컬 '위키드' 공연 사진 ⓒ 클립서비스

김영주 배우 결혼식 때도 축가를 불렀다. 축가 전문배우인가?

ㄴ 공연에서 노래 부르는 것보다, 남의 축가나 교회에서의 특송이 더 무섭다. 일생의 한번뿐인 선물이니까 그걸 멋있게 잘해줘야겠다는 부담감이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축가로 다른 이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다. 음악적인 달란트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되는 자리에서 증인으로서 그 자리에서 축복할 수 있다는 게 나한테는 상당히 큰 축복이다. 앞으로도 축가 전담을 하고 싶다(웃음).

축가 때도 뮤지컬 노래 많이 부르나?

ㄴ 뮤지컬 노래를 많이들 선호한다. 내가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고, 뮤지컬 노래가 드라마틱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가장 많이 요청하는 곡은 '지금 이 순간'이다. 워낙 대중성 있는 노래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 노래가 여자가 부르기에는 좀……(웃음). 나도 축가로 아름다운 곡을 부르고 싶은데 힘든 곡을 힘들게 부르곤 한다(웃음).

결혼보다는 공연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처럼, 공연에서의 배우로서 큰 목표가 있는 것 같다.

ㄴ 다들 혼기가 찼다고들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주변 많은 분들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행복하게 결혼했다. 나이 때문에 시집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때가 되면 좋은 분을 주실 거라는 생각이 있다. 지금은 공연에 집중하고 싶고, 아직도 공연이 버겁다. 매 작품을 만나는 시간에, 나와 작품에 더 집중하고 싶다. 아이러니한 게 분산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현재는 결혼이 나의 일 같지 않다. 우선 공연이나 열심히 하려고 한다.

뮤지컬을 15년 동안 해왔다.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다면?

ㄴ 항상 부딪힌다. 뭣 모를 때는 '내가 최고다, 난 잘 한다' 등의 생각으로 나만 믿고 한 적이 많았다. 어렸을 때 참 철이 없었다. 한 해 한 해 지나가며 후배들이 나를 선배로 우러러보고, 나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을 보노라면 상당히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동시에 공연할 때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혼자의 일이구나'를 매 작품마다 깨닫는다. 내 건강이나 체력도 자만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의 약함도 다시 깨닫곤 한다.

그러나 내 자존감은 잃지 않으려 한다. 또한 자만하지는 않으려 한다. 동료, 스탭들이 없으면 사실 나는 이 작품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아니면 내가 이 작품에 임했을 때 빛이 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다른 장르는 모르겠지만 특히 무대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느낀다. 무대는 함께 해주는 분들과 우리를 봐주시는 관객들이 없다면, 내가 아무리 잘나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데뷔를 빨리한 편이다. 동갑 배우들에게도 훨씬 선배일 텐데, 소통에 문제는 없는지?

ㄴ 전혀 없다. 무대에 서온 날들은 선배이지만, 나이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선배님' 소리 들을 때마다 '나 아직 어리지 않나?' 싶다. 아직도 주, 조연, 앙상블 동료들 중에 언니나 오빠들이 많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아도 함께 하는 동료로 임해왔다. 선배로 대접받으려는 마음은 딱히 없다. 작품을 끌어가는 건 선후배 상관없이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욕심나는 작품은?

ㄴ 정말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욕심냈던 작품들을 거의 다 이뤄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 했던 작품들도 다시 하고 싶다. '위키드'는 지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체력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뮤지컬 '틱틱붐'이라는 작품이 있다. 중소극장 작품이다. 그리고 뮤지컬 '듀엣'도 하고 싶다. 어렸을 때 본 공연인데 최정원, 남경주 선배님들이 주인공이셨다. 박준면, 이건명 등의 선배들도 앙상블로 참여했는데, 앙상블이 단 6, 7명 정도인 걸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 정말 재밌게 봤던 공연인데 '내가 나중에 뮤지컬 배우가 돼 나이가 들면 저 작품을 꼭 해봐야지'라 다짐하며 봤었다.

그때 가사를 직접 적으면서 노래를 외웠다.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서, 현장에서 노래를 직접 듣고 가사를 하나하나 적곤 했다. 정말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틱틱붐'과 '듀엣'을 같이 하고 싶다. 숨소리가 들리는 작은 극장에서 함께 관객들과 이 작품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다.

조승우, 류정한, 김준수, 이건명, 이석준, 황정민 등 화려한 상대역들을 만나왔다. 앞으로 무대에서 만나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ㄴ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얘기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잘생기고 멋진 배우와 키스신할 때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잘생기거나 멋있으면 이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그 감정적인 장면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눈으로 봐주면 더 마음이 간다. 호흡을 잘 맞췄을 때 상대역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해주기도 한다. 내가 잘하면 상대도 시너지를 내며,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둘이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다. 호흡 좋은 친구들 어서 오세요!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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