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리뷰

   
 

[문화뉴스] 동화의 이면을 들춰낸 '위키드'는 그 이면 역시 동화적으로 풀어내며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다. 노소를 불문하고 생각 거리를 던질 수 있는 경우란 쉽지 않고, 흔치 않은 일이다.

'위키드'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의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에 출간된 동화다.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는 바움의 연작 중 제1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의 내용이다. 바움은 제1편 이후 13편의 후속작을 냈다. 뮤지컬 '위키드'의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모티브는 바움의 연작 중 제1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내용들이다.

 

   
 

캔자스에 살고 있는 여느 평범한 소녀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도착하게 된 오즈라는 나라. 뮤지컬 '위키드'는 이방인 도로시가 찾아온 오즈라는 세계가 사실은 어떤 반전을 가진 시공간이었는지, 반전의 힘을 이용해 선과 악에 대한 경계성을 의심하게 하는 작품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막 읽거나 접하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동화라는 세계가 견고하고 완벽한 세계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해준다. 또한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이 가물가물한 어른들에게는 동화의 이면 역시 동화적으로 그려낸 환상적인 무대 장치나 넘버 등을 통해 지루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동화의 세계를 다시 한 번 경험하게 해준다.

 

   
 

뮤지컬 '위키드'의 1부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어떻게 '서쪽의 나쁜 마녀'로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북쪽의 착한 마녀'인 글린다가 과연 선(善)이라는 범주로 한정해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존재인지에 대한 재고의 기회를 던져준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부터 이미 우정을 키우고 있던 엘파바와 갈린다(글린다의 본명)의 학창시절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기존 인식에 박혀있던 엘파바와 글린다의 성격 유형이 단순하게만 묘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제시하는 것이다.

2부에서는 이렇게 다른 두 마녀가 서로 상반된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어떻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피소드들과 연관시켜 풀어나간다. 도로시의 집에 깔려 죽은 동쪽의 나쁜 마녀, 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와 심장을 갖고 싶은 양철나무꾼, 그리고 용기를 얻고 싶은 사자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간접적으로 설명되며, 엘파바가 도로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묘사되는 동화의 결말 이후, 엘파바는 어떤 삶을 택하여 살아갔는지에 대해 강력한 힌트를 제공한다.

 

   
 

동화에 대한 반전이 작품의 주된 서사이지만, 이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극적 설정이나 장치들은 역시 동화스럽게 풀어졌다. 화려한 무대 배경을 유감없이 뽐내는 '위키드'는 놀이공원에서 접하기 쉬운 환상적인 무대 구조를 골격으로 삼고 있으며, 빈번한 무대 전환을 통해 작품의 세계를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며준다. 더구나 무대가 전환될 때마다 이용되는 톱니바퀴들은 동화와 그 반전의 세계가 서사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리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상징하고 있었다.

 

   
 

또한 이 동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여배우 4명을 캐스팅함으로써 '위키드'는 넘버에 대한 훌륭한 소화력도 자랑하고 있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시원한 고음처리를 보여주는 차지연은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실력을 여전히 증명했으며, 글린다라는 역할을 제 몸에 꼭 맞는 옷으로 입은 듯한 정선아는 특유의 간드러지고 매끄러운 음색을 통해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글린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다만 음향적인 문제 때문인지 앙상블이나 주요 배우들의 시원시원한 넘버를 고스란히 들어볼 수 없다는 점은 유일하게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에 이어 브로드웨이 사상 10억 달러 흥행매출을 최단기간에 돌파한 '위키드'의 매력은 국내에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었다. 동화를 잊어가는 어른들에게는 훌륭한 추억의 향기를, 동화적 세계에 흠뻑 빠진 어린이들에게는 동화 이전이나 이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폭넓은 상상력을 선물해주는 뮤지컬 '위키드'는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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